1798년 나폴레옹은 이집트를 침공합니다. 제해권을 장악하지 못한 채 해외원정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군사적으로 무모한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라이벌 영국이 인도로 가는 길목을 이집트에서 끊는다는 전략적/정치적 의미가 있었습니다.
또 정체된 이집트에 유럽 바람을 일으키고, 소진돼 가는 유럽 문명에 이집트의 자양분을 공급했다는 문화적인 의미도 후일에는 평가됐지요. 나폴레옹 자신도 "유럽은 두더지가 파놓은 흙더미일 뿐"이라면서 "동방에서만 위대한 제국을 세우고 위대한 혁명을 맛볼 수 있다"고 고백했다는군요.
그러나 이집트 침공이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7월2일 프랑스군은 알부키르에 상륙했고 약 3주일간의 끔찍한 사막의 행군 끝에 7월 21일에는 카이로 외곽에 도착합니다. 그곳에서 나폴레옹과 프랑스 병사들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카이로 시내를 수놓은 4백여 개의 화려하고 아름다운 회교 사원 첨탑뿐이 아니었습니다.
초생달 모양으로 휘어진 긴칼을 쳐들고 혈통 좋은 아라비아말에 올라탄 이집트의 술탄 무라드와 그가 직접 지휘하는 중무장 기병 1만 명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너머 서쪽으로는 멀리서 기자 지역의 피라미드가 내려다보고 있었지요.
전투를 시작하기 전, 나폴레옹은 병사들을 독려하기 위해 뭔가 멋진 이야기를 해야 했습니다. '저것들을 짓밟으면 금은보화와 여자들이 다 느덜 것이다'는 식의 본능과 탐욕에 호소하는 이야기보다는 쪼끔 더 격조 있는 연설을 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3만8천명에 달했던 프랑스군 병사들이 나폴레옹의 연설을 다 들을 수 있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마이크가 없었을테니까요.
어쨌거나 나폴레옹의 연설이 효과가 있었는지 4일에 걸친 혈전 끝에 프랑스군은 카이로에 입성하게 됩니다. 참, 그 연설이 뭐였냐고요? 이런 내용이었답니다.
"제군들, 피라미드 꼭대기에서 40세기의 세월이 내려다보고 있다."
("Soldats! Du haut de ces Pyramides, 40 si cles nous contemplent.")
나폴레옹이 용감한데다가 군인치고는 꽤 교양도 있었는지 모르지만, 산수(算數)에는 영 젬병이었나 봅니다. 피라미드의 나이는 40세기가 아니라 47세기이니까요. 나폴레옹이 약 2백년 전 사람이니까 적어도 45세기의 세월이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지요. 5백여년이란 세월을 그렇게 쉽게 반올림하거나 짤라 버릴 수는 없는 법입니다. 고려가 건국됐다가 망하고도 남을 시간이니까요.
'47세기 전'이라는 게 언젯적이냐 하면 말이죠, 환웅이 환인의 허락을 받고 신단수에 내려와 신시를 건설하고 난 다음, 곰과 결혼해서 낳은 단군왕검이 평양성을 도읍으로 고조선을 건국하기 3백년 전의 일입니다. 우리는 '반만년'이라는 표현을 즐겨 씁니다만 사실 그 말은 우리보다는 이집트인들에게 더 적합한 말입니다.
기자의 대피라미드가 이집트 제4왕조(기원전 2613-2494) 때 만들어 졌으니까 그들의 제1왕조는 반만년도 훨씬 더 전의 일입니다. 게다가 그건 단군 이야기처럼 신화(神話) 소리를 듣는 게 아니라 물증이 뒷받침해 주는 역사(歷史)지요. 적어도 이집트 제4왕조의 쿠푸 왕은 그 누구도 끽소리하지 못하도록 거대한 피라미드를 물증으로 남겨놓았습니다.
앞글에서는 '세계 7대 불가사의' 목록이 어떻게 성립했는지, 그리고 각각의 불가사의가 언제 세워져서 언제 무너졌는지를 살폈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먼저 세워졌으면서도 아직까지 남아 있는 것은 이집트 기자의 피라미드뿐입니다.
기원전 2570년경에 완성된 이후 지금까지 천재와 인재를 뚫고 아직까지 원래의 제 모습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피라미드 다음으로는 알렉산드리아 파로스의 등대가 두 번 째로 오래 견딘 불가사의입니다만, 그 나이가 1천6백살 정도로 피라미드의 삼분의 일에 불과합니다. 피라미드가 시간과 재난을 뚫고 제 모습을 보존한 것이 그야말로 '불가사의'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고 보니 기자의 피라미드와 파로스의 등대는 둘 다 이집트인들이 만든 불가사의군요. 고대 이집트인들이 얼마나 똑똑하고 우수한 민족이었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혹독한 자연 조건에 항거하면서 오히려 자연을 능가하는 작품을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말입니다. 그걸 만들기 위해서 사람들끼리 얼마나 많은 억압과 착취를 자행했는지는 둘째 치고라도 말입니다.
그런데 피라미드의 불가사의는 그 '지속성'에만 있는 게 아닙니다. 규모의 면에서도 피라미드는 다른 어떤 건축물과도 비교되기를 거부합니다. 규모에 있어서 유일한 경쟁자가 있다면 중국의 만리장성이 아닐까 싶기는 합니다. 만리장성 이야기는 기회 있으면 나중에 또 보기로 하고요.
이집트 전역에 흩어진 피라미드의 수가 약 7-80개쯤 된답니다만, '세계 7대 불가사의'에 끼이는 피라미드는 기자의 '대피라미드'라고 부르는 쿠푸(Khufu) 왕의 피라미드뿐입니다. 쿠푸 피라미드는 정사면체 형태로는 가장 먼저 만들어졌을 뿐 아니라 규모도 가장 크고, 오늘날까지 그 본래 모습이 비교적 잘 전해지고 있습니다.
기자에는 쿠푸 피라미드 말고도 두 개의 대형 피라미드가 더 있습니다. 쿠푸 피라미드의 남서쪽에 쿠푸의 후계자인 카프레(Khafre)의 피라미드가 있고, 다시 그 남서쪽에는 카프레의 후계자인 멘카우레(Menkaure)의 피라미드가 있습니다. 그리고 멘카우레 피라미드의 앞에는 그의 세 왕비의 피라미드가 올망졸망하게 늘어서 있지요.
흔히 기자의 피라미드 사진에 보면 가운데 서 있으면서 꼭대기에 조금 빤빤한 부분이 남아 있는 카프레 피라미드가 가장 커 보입니다만 그건 눈속임입니다. 그게 비교적 높은 지대에 세워져 있어서 그렇게 보일 뿐이지요. 제일 큰 것은 가장 멀리 보이는 쿠푸 피라미드이고 이게 바로 불가사의로 꼽히는 것이지요.
쿠푸 피라미드는 정사각형인 밑면의 한변 길이가 약 235미터이고 높이가 137미터입니다. 요즘도 중고등학교에서 체력장을 하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제게는 백미터 달리기의 아픈 기억이 남아있습니다. 숨이 끊어져라 달리면 한 14초 정도가 걸렸지요.
그렇게 한창때(?) 실력으로 15초 동안 '죽어라'고 두 번 달리고 나서도 조금을 더 달려야 피라미드의 한 변을 따라 달려볼 수 있다는 얘깁니다.
사방 235미터로 둘러싸인 넓이는 얼마나 될까요? 뉴욕주 롱아일랜드 북쪽 해안에는 어마어마한 저택들이 많습니다. 어떤 동네에는 한 저택의 건평이 2에이커보다 작아서는 안 된다는 주민 자치규약이 있다는군요. 참고로 1에이커는 1,224평입니다. 그러니까 이런 저택들은 건평이 최저 2천5백평이라는 말이지요.
영화 '사브리나(Sabrina)'에 그런 저택이 나옵니다. 1995년에 개봉된 영화인데 해리슨 포드와 줄리아 오스몬드가 주연이고 그렉 킨니어가 줄리아 오스몬드를 사이에 두고 해리슨 포드와 겨루는 삼각관계 영화입니다. 험프리 보가트와 오드리 헵번, 그리고 윌리엄 홀덴이 나왔던 1954년 작품을 다시 만든 작품이지요.
그 영화 맨 처음에 나오는 나레이션은 주인공들이 살고 있는 페어차일드 저택을 묘사합니다. 어마어마한 저택과 실내외 수영장, 실내외 테니스 코트, 식물원과 차고 건물 등등. 그런데 그런 저택 약 6-7개를 한데 합쳐야 피라미드의 밑변 넓이만큼 됩니다. 피라미드의 넓이가 13.2에이커라고 하니까요. 농지 계산하는 단위로 하면 5.5 헥타아르.
또 이런 계산도 있었습니다. 쿠푸 피라미드가 종교적 색채가 짙은 건축물이므로 유럽 주요 도시의 사원 건물만 뽑아서 비교해 보았답니다. 그랬더니 로마의 성베드로 성당과 프로렌스와 밀라노의 성당, 영국의 웨스터민스터 사원과 성바울 성당 등, 유럽의 주요 성당 다섯 개의 면적을 다 합치면 피라미드의 면적만큼 된다고 하는군요.
한편 피라미드의 지금 높이는 137미터입니다. 원래는 146.5미터였던 것이 꼭대기 부분이 10미터쯤 무너졌기 때문이랍니다. 무너진 부분만 해도 3층 건물 높이지요. 오늘날 남아있는 137미터만 해도 인조 건조물의 높이로서는 만만한 게 아닙니다.
오늘날까지 남아있는 유럽 중세와 근대의 건축물 중에서 그 높이를 좀 자랑한다는 것으로는 이탈리아 피사의 기울어진 탑, 잉국 런던의 시계탑, 메국 뉴욕의 자유의 여상, 그리고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 등이 있습니다. 이 건축물들의 높이와 4천7백년 전 피라미드의 높이를 한번 비교해 보시지요.
사진에서 보이듯이 에펠탑만 빼면 모두 피라미드의 '잽'도 안됩니다.
게다가 에펠탑마저도 철골구조로 앙상하게 만들어 놓은 것이어서 높이만 높을 뿐입니다. 넓이와 무게와 부피까지 따지면 역시 참새 발의 피(雀足之血)일 뿐입니다.
이번에는 '가장 높은 건물' 세계 기록을 한번 보지요. 안에서 사람이 활동할 수 없는 전파 송수신탑 같은 것은 제외했습니다. 2004년 현재 세계 최고(最高)의 건축물은 타이완에 세워진 '타이페이 101' 빌딩으로 높이가 509미터입니다. 이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있는 페트로나스 쌍둥이 빌딩의 기록 (452미터)를 6년만에 갱신한 것이지요. 그전에는 1974년 메국 시카고에 세워진 442미터 짜리 씨어즈 타워가 세계 최고였습니다.
씨어즈 타워 이전에는 1931년에 완공된 381미터 짜리 뉴욕의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이 최고였지요. 그 이전에는 1889년에 완성된 324미터 짜리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이고, 그 이전에는 1439년 독일에 세워진 스트라스부르크 성당의 종탑(144미터)이 최고 기록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이전이 바로 피라미드입니다. 이 '최고 건축물'들의 타이틀 보유기간을 한번 정리해 봤습니다.
타이완 101 빌딩: 2004년 완공, 509미터 (타이완, 타이틀 1년째 보유중)
페트로나스 쌍둥이 타워: 1998년 완공, 452미터 (말레이지아, 타이틀 6년 보유)
씨어스 타워: 1974년 완공, 442미터 (메국, 타이틀 24년 보유)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1931년 완공, 381미터 (메국, 타이틀 43년 보유)
에펠 타워: 1889년 완공, 324미터 (프랑스, 타이틀 42년 보유)
스트라스부르크 성당: 1439년 완공, 143미터 (도이칠란트, 타이틀 450년 보유)
기자의 쿠푸 피라미트: 기원전 2570년경, 137미터 (이집트, 타이틀 4009년 보유)
보시다시피 피라미드는 무려 4천년이 넘도록 인류 최고(最高) 건축물 타이틀을 갖고 있었습니다. 만일 꼭대기 10미터 정도가 무너지지 않았다면 스트라스부르크 성당까지 제치고 무려 4천4백59년 동안 타이틀을 지킬 뻔했습니다.
거기다가 국기 게양이나 관망 목적 외에는 다른 활동이 불가능한 에펠 타워까지 빼야 한다면 피라미드의 최고 건축물 기록 보유기간은 42년이 더 늘어나서 4천5백년을 가볍게 넘기게 됩니다. 위의 목록으로만 보자면, 피라미드의 기록은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에 와서야 깨지게 되니까요.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최고(最高) 건축물을 건설하는 대륙이 옮겨다니고 있다는 점입니다. 피라미드는 물론 아프리카입니다. 스트라스부르크 성당과 에펠 타워는 유럽이지요.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과 씨어스 타워는 아메리카인데, 마지막으로 최근 타이틀은 모두 아시아가 보유하고 있습니다. (문명 주도권 이동설의 한가지 증거가 아닐까요?)
아시아의 높은 건물은 그냥 우연이 아닙니다. 세계 최고 건물 열 개중에서 메국의 씨어즈 플라자와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만 뺀 나머지 여덟 개가 아시아에 있습니다. 그 여덟 개중에서 일곱 개는 중국인이 만든 것이지요. 샹하이의 찐마오 빌딩(421미터, 세계4위), 홍콩의 투 인터내셔널 파이낸셜 센터(415미터, 세계5위), 꽝조우 CITIC 플라자(391미터, 세계 6위), 셴젠의 션힝 스퀘어(384미터, 세계7위), 홍콩의 센트럴 플라자(374미터, 세계9위)와 중국 은행(369미터, 세계10위) 등이 그것입니다.
한국 사람들도 고층빌딩 건설에 합류했더군요. 평양의 류경호텔(330미터, 1995년)이 세계 16위, 서울의 타워 팰러스(264미터, 2004년)가 세계 60위, 목동 하이페리온 타워(256미터, 2003년)가 세계 76위, 고려생명보험 빌딩(249미터, 1985년)이 세계 87위에 각각 올라 있습니다.
특히 북한의 류경 호텔은 에펠탑보다 6미터가 더 높은데, 95년 완공 당시에는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높은 건물이었군요. 그 모양이 피라미드 디자인인 것도 눈길을 끕니다.
옆으로 또 좀 샜습니다. 피라미드로 돌아가겠습니다. 피라미드를 쌓기 위해 동원된 돌의 개수는 약 2백30만개라고 합니다. 2백30만개. 게다가 이 2백30만개의 돌 평균 무게가 2.5톤쯤 된다는군요. 가장 무거운 돌은 70톤이 나가고, 가장 가벼운 돌이라도 보통 2톤이랍니다. 나폴레옹의 지시로 편찬된 이집트지(誌)에서는 기자의 세 피라미드에서 나온 돌로 파리의 성벽을 쌓는다면 높이 3m, 두께 30cm를 유지하면서 파리시 전체를 완전히 두를 수 있다고 계산했더군요.
또 메국의 수도 워싱턴에 가면 초대 대통령 워싱턴을 기념하기 위한 기념첨탑이 있습니다. 이집트의 오벨리스크를 본떠서 만들었슴니다. 원래 오벨리스크는 통돌인 반면 워싱턴 기념탑은 돌을 쌓은 것이지요. 높이가 169미터로 피라미드보다 약 26미터 정도 더 높습니다.
그러나 워싱턴 기념탑을 쌓는 데에 들어간 돌의 개수는 3만6천4백91개에 불과합니다. 그 돌들의 무게를 다 합치면 9만톤(정확히 90,854톤)이 좀 넘구요. 그런데 피라미드를 쌓는데 들어간 돌의 개수가 2백30만개, 전체 무게는 7백만 톤입니다. 돌의 개수와 그 무게의 면에서 피라미드는 워싱턴 기념탑의 '약 70만 배'가 넘습니다. 그 둘 사이에 4천6백년의 세월이 흘렀는데도 권투로 치면 여전히 플라이급하고 헤비급을 경기시키는 형국입니다. 피라미드의 세 번째 경이로움은 그 정확성입니다. 피라미드의 네 면은 모두 정확하게 동서남북의 네 방향을 가리킵니다. 그리고 각 변의 길이는 정확하게 235미터입니다. 사실은 오차가 좀 있다고는 합니다. 235미터이기로 돼 있는 네 밑변들의 길이 오차가 0.0152미터(1.52센티미터)랍니다. 이런 정도는 오차율이 0.01% 이하이므로 통계학적으로는 99퍼센트의 확실성을 가지고서 '같은 길이'라고 주장해도 무방합니다. 또 네 밑변은 정사각형을 이루게 돼 있는데요. 정사각형의 네 각은 각각 90도가 되기로 돼 있지요. 그런데 여기도 오차가 좀 있기는 있나 봅니다. 그런데 그 오차라는 게 90도 직각에서 12초 정도 어그러졌답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구요? 각도에서 '1초'는 '1분'의 60분의 1이고, '1분'은 다시 '1도'의 60분의 1입니다. 그러니까 1도의 각은 3600초가 되는 거지요. 피라미드 밑변이 만나는 각도 오차가 3천6백분의 12도, 즉 3백분의 1도라는 겁니다. 다시 말해 아이들이 갖고 다니는 반원형 분도기에서 약 1밀리미터나 될까말까하는 1도를 '3백 등분'해서 그중 하나 정도의 오차를 낸 것입니다. 고대 이집트인들, 귀신들이 아니었을까요? 또 피라미드 건설에서 중요한 점은 밑면이 얼마나 수평을 유지하는가 라고 합니다. 수평이 이뤄지지 않으면 피라미드 같은 종류의 건축물은 훼손이 빨라진다고 하니까요. 여기서도 현대 과학자들은 오차를 잡아내기는 했습니다. 그리고 그 오차라는 게 역시 무시할 만 합니다. 피라미드의 남동쪽 모서리 쪽이 북서쪽 모서리 보다 약 1센티미터가 높다고 하는군요. 사방 2백35미터의 정사각형의 평면을 잡는 데 오차가 1센티미터라면 그건 오차도 아닙니다. 이 정도면 피리미드 건설자들을 칭찬해야 할지, 아니면 그런 오차를 잡아낸 현대 과학을 칭찬해야 할지 모를 정도입니다. 혹시 고대 이집트 사람들, 일부러 각도를 3백분의 1도쯤 어그러뜨리거나 높이를 1센티미터쯤 높여 놓은 것은 아닐까요? 누가 이런 오차를 잡아낼 수 있나 한번 보자, 하고서 말입니다. 그것도 아니라면, 피라미드 건설자들이 일부러 미세한 오차의 여유를 즐겼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마치 고려인들이 청자 항아리를 둘러 싼 연꽃 이파리 중에서 일부러 단 한 개만 살짝 구부려 놓았듯이 말이지요. (실제로 제가 그런 청자 항아리를 본 건 아닙니다. 옛날 교과서에 그런 수필이 실렸던 기억이 나는군요.) 피라미드는 당시의 천문학 지식과도 연계돼 있다고 합니다. 이집트학자들은 기자의 세 피라미드가 별자리 오리온의 삼태성(三台星) 자리배열과 일치한다는 점을 밝혀놓았더군요. 사진을 보시면 금방 아실 수 있습니다. 나일강은 은하수에 해당하고, 세 피라미드는 오리온자리의 허리띠에 해당합니다. 그리고 여기에는 단순한 유비 말고도 특별한 천문학적인 의미가 있겠지요. 이밖에도 피라미드의 놀라운 점을 말하자면 우리 옛 선인들의 말씀 마따나 '필설이 모자랄 것'입니다. 그러니 이젠 이만큼만 하고 정리해 보겠습니다. 쿠푸의 대피라미드를 세 마디로 줄이면 이렇습니다. 인류 역사상 (1) '가장 오래된' 건축물에 속하고 (2) '규모가 가장 큰' 건축물이었고, (3) '놀랍도록 정확하게' 건축된 구조물입니다. 조금 있으면 우리가 은하계를 따라 우주여행을 할 수 있게 될지도 모릅니다. 천왕성이나 해왕성 근처에서 외계인을 만날 수도 있겠지요. 조디 포스터가 <콘택트>라는 영화에서 그러더군요. "이 넓은 우주에 우리뿐이라면, 공간 낭비 아니겠어?" 낭비는 둘째 치고라도 너무 외롭지요. 저는 그 외계인들에게 피라미드 이야기를 해 주겠습니다. 지구인의 한 사람으로 자부심을 느끼게 될 것 같습니다. 신석기 말기라는 비교적 열악한 기술적 조건을 가지고서 그런 건축물을 만들 수 있었다면 또 무슨 일이든 못하겠느냐고 뻐겨도 보겠습니다. 유태인을 학살한 살인 개스나, 히로시마의 원자탄, 그리고 생화학 무기와 핵무기를 빌미로 일으킨 이라크 전쟁 같은 창피한 이야기는 좀 숨겨야 하겠지만요. 조정희 드림,
쿠푸왕 대피라미드의 내부
하늘엔 오리온의 삼태성이...
땅에는 기자의 세 피라미드가...
쿠푸왕의 대 피라미드. 고대 이래 모든 '불가사의'의 챔피언입니다.
평미레(/jc7202)
'歷史. 文化參考'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탑과 타워 (11): 금자탑(金字塔)의 발음 (0) | 2005.12.26 |
---|---|
[스크랩] 탑과 타워 (10): 피라미드와 금자탑 (0) | 2005.12.26 |
[스크랩] 탑과 타워 (8): 세계 7대 불가사의 (0) | 2005.12.26 |
[스크랩] 탑과 타워 (12): 피라미드가 왜 탑(塔)일까? (0) | 2005.12.26 |
[스크랩] 덕수궁.. (0) | 2005.12.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