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월성 넘어 사자수 보니 흐르는 붉은 돛대 낙화암을 감도네 옛 꿈은 바람결에
살랑거리고 고란사 저문 날엔 물새만 운다 물어 보자 물어 봐 삼천궁녀 간 곳 어데냐 물어 보자 낙화삼천 간 곳이
어데냐
일제 때 많이 부르던 노래이다. 백제의 옛 성이 있는 부여에 흐르는 강이 백마강(사자수)이고 백제가 망할 때 그 강의
절벽에서 몸을 던져 목숨을 끊은 삼천궁녀의 이야기는 사실이건 아니건 한국인의 마음을 눈물겹게 한다.
어제 오늘 사이에 황우석이라는
사람은 낙화암에서 떨어져 자의 반 타의 반 목숨을 버린 셈이다. 국민이 그토록 사랑하고 아끼고 도왔는데 그것이 하나의 사기극이었다면 세상에 믿을
놈 없다는 아이들의 유행어가 틀린 말은 아니라고 믿어진다.
이제 와서 누구를 원망하랴. 선의의 피해자들이 앞으로 더 많이
나타나겠지만 서울대학교는 그에게 석좌교수자리를 주었다니, 왜 잘 알아보지도 않고 그런 짓을 했는가. 노성일 원장은 얼마만큼 진실한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가 받은 타격은 이만저만이 아닐 것 같다. 자진해서 난자를 제공한 1000여명의 젊은 여성들, 진달래꽃을 뿌려가며 황우석의 앞날을
축복하던 아름다운 여성들 - 아, “삼천궁녀 간 곳이 어데냐.”
김동길
www.kimdongg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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