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國際.經濟 關係

[Asia아시아] 아프리카서 거세지는 중국 황색 바람

鶴山 徐 仁 2005. 12. 25. 22:00
중국회사 사막서 해저까지 유전 찾는다
파격 조건 내세우며 산유국과 손잡아
광산 자원도 싹쓸이 투자 …미·영 등 제쳐
 
중국의 '황색 바람'이 아프리카 전역에서 거세게 불고 있다. 아프리카 최북단 알제리에서 최남단 남아공까지 중국 투자자들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다. 특히 지난해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이 가봉을 방문, 아프리카와 중국의 관계 강화를 역설하면서 중국의 아프리카 진출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최근 5회에 걸친 특집 기사에서 "중국의 아프리카 진출 붐으로 중국보다 먼저 아프리카에 손을 뻗쳤던 영국.프랑스.미국이 모든 분야에서 중국에 밀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아프리카 진출 러시는 일차적으로 원유 등 산업활동에 필요한 원자재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매년 9% 이상의 고도성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안정적 원자재 공급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중국의 대 아프리카 수출은 138억 달러로 2003년에 비해 36% 늘었다. 원자재가 주를 이루는 수입은 같은 기간 중 81%나 폭증, 157억 달러에 달했다.

◆석유가 급해서=중국이 가장 눈독을 들이는 것은 석유다. 수단.모리타니의 사막에서 앙골라.나이지리아의 깊은 바다 밑까지 중국의 석유회사들은 공격적으로 새 유전을 찾아나서고 있다. 말리.니제르.차드에서도 중국의 원유 시추작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런던 소재 클리어워터 리서치 서비스의 아프리카 분석가 앤서니 골드먼은 "중국은 장기적으로 안정적 석유 확보를 위해 아프리카에 대한 접근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석유 전문가들에 따르면, 중국은 현재 전체 원유 수입량의 28%를 앙골라.수단.콩고 등 아프리카 국가로부터 조달하고 있다. 최일선에 나선 중국 국영 석유회사들은 앞다퉈 파격적 조건을 내세우며 아프리카 산유국들과 원유공급 계약을 하고 있다.

앙골라의 경우, 중국은 전쟁으로 파괴된 기반시설을 복구하는 데 쓰라며 20억 달러의 융자를 제공했다. 중국은 이 돈을 훗날 앙골라의 원유로 받기로 했다. 현재 중국은 미국을 제치고 앙골라 원유의 최대 고객이 됐다.

지난해 중국은 하루 평균 32만3000배럴의 원유를 앙골라로부터 수입했다. 미국의 앙골라 원유 수입량은 30만6000배럴에 그쳤다.

◆미국과의 갈등=미국은 수입 석유의 15% 정도를 나이지리아.앙골라.적도기니 등 아프리카 기니만 국가들로부터 사들인다. 분석가들은 2015년이면 이 비율이 25%까지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다. 미 정부가 불안정한 중동과 미국에 적대적인 베네수엘라에서 벗어나 원유 공급선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 석유 전문가들은 세계 1, 2위 석유 소비국인 미국과 중국이 아프리카 석유를 놓고 벌이는 자원 경쟁이 양국 간 갈등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미 미국은 경쟁에서 중국에 밀리고 있다. 중국이 국영기업을 앞세워 각종 지원과 다양한 협력 프로젝트를 미끼로 해 아프리카 산유국들에 선심공세를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시노펙(Sinopec)은 앙골라 정부에 전쟁으로 파괴된 철로를 복구해 주는 조건으로 과거 유럽의 석유 메이저들이 보유했던 두 개의 석유 탐사 블록을 사들이는 데 성공했다.

미국의 거대 석유기업인 셰브론과 엑손모빌이 앙골라에 먼저 진출했고, 앙골라에서 필요한 심해 석유탐사 기술도 갖고 있지만 시노펙에 밀렸다. 클리어워터의 골드먼은 "엑손모빌이 (중국 회사처럼) 앙골라 정부에 '철로를 건설해 주겠다'고 말하기는 정말 어렵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나이지리아에서는 중국의 석유천연가스총공사(CNPC)가 일부 석유탐사 블록을 넘겨받는 조건으로 정유시설 무료 관리 등 여러 지원책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자원도 싹쓸이=아프리카의 각종 광산에 대한 중국의 투자도 급격히 늘고 있다. 중국 내 막대한 건설 수요와 각종 제품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로이터 통신은 "너무 위험해 다른 나라들이 진출을 꺼리는 국가들에까지 중국 기업들이 속속 들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런던 소재 인베스테크 시큐리티즈의 분석가인 존 클레모어는 "콩고나 잠비아에 가보면 비록 규모는 작지만 채광작업과 제련작업이 최근에 시작된 광산을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다"며 "이들 중 많은 곳이 중국인이 투자한 곳이고, 대부분 중국인에 의해 직접 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클레모어는 "중국인들은 다른 서방국 투자자들과는 완전히 다른 시각으로 투자위험도를 평가하고, 무차별적으로 접근한다"고 말했다. 현재 세계 최대의 철광석.구리.알루미나 수입국인 중국은 지난해 아프리카 광산에 대한 투자를 64%나 늘렸다.

파리=박경덕 특파원 <poleeye@joongang.co.kr>  
  2005.12.25 19:21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