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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12월부터 퇴직연금제와 퇴직금제의 병행실시로 무엇이 어떻게 달라지나

鶴山 徐 仁 2005. 12. 22. 12:51

연금제가 안정성 높지만 중도 인출 까다로워… 공부해야 손해 안 본다

▣ 김영배 기자 3Dkimyb@hani.co.kr">kimyb@hani.co.kr

법정 퇴직금 제도가 도입된 때는 1961년이었다. 애초 적용 대상이 30인 이상 사업장에서 차츰 늘어 지금은 5인 이상 사업장까지 확대되는 등 변화를 겪었지만, 1년 이상 근속자에게 1년당 30일치 이상의 평균임금을 지급한다는 퇴직금제의 기본 뼈대는 지금껏 유지돼왔다.

이렇게 44년 동안 이어진 퇴직급여 체계가 올 12월부터 크게 달라진다. 지난해 12월 제정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에 따라 퇴직연금 제도가 병행 실시되는 데 따른 변화다. 5인 미만 사업장에선 2008~2010년 사이에 적용될 예정이다. 퇴직연금제가 실시되더라도 도입을 의무화한 것은 아니어서 5인 이상 사업장은 기존의 퇴직금제와 퇴직연금제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면 된다.

퇴직연금제에 대한 설명은 대략 이렇다.

‘해마다 생기는 퇴직금을 회사가 아닌 은행·보험·증권·자산운용사 같은 외부 전문기관에 넣어뒀다가 퇴직한 뒤에 연금 형태로 받는 제도.’

현행 퇴직금제와 비교해보면 조금 더 명확해진다. 퇴직금은 퇴직 때 목돈(일시금)으로 받는 반면, 퇴직연금은 기본적으로는 10년·20년(5년 이상으로 하되 노사 합의로 정함) 등 일정 기간을 정해 해마다 나눠 받는(연금) 방식이다. 연금 수급 자격은 55살 이상, 가입기간 10년 이상 퇴직자로 정해져 있다.

연금 형태로 받는 것보다 더 결정적인 차이는 퇴직연금제에서는 사외 적립을 의무화(DB형은 60%까지만)한다는 내용이다. 현행 퇴직금은 사전 적립이 의무화되지 않아 대부분의 기업들이 장부상으로만 이를 쌓고 있는 실정이다. 퇴직금을 사내 유보하거나 퇴직보험·퇴직신탁 같은 형태로 사외에 적립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 사내에 적립(그것도 장부상으로)하고 있다. 기업 도산 때 임금 체불은 여기서 비롯된다.

노동부 집계를 보면, 2003년 임금 체불액 5200억원 가운데 30%가량은 퇴직금 관련이었다. 5인 미만 사업장에는 퇴직금제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임금 체불 중 퇴직금 항목의 실제 비중은 이보다 훨씬 크다고 봐야 한다. 퇴직연금제 아래에서는 반드시 사외에 적립해야 하기 때문에 수급권(돈을 받을 수 있는)의 안정성은 높아진다고 볼 수 있다.

노동계는 원천적인 불신감

노동자 쪽에서 볼 땐 현행 퇴직금제보다 퇴직연금제가 수급권 측면에서 더 유리한 것으로 여겨지는데, 노동계의 반응은 아직 시큰둥하다. 민주노총이 지난 9월 산하 100개 기업 노동조합을 대상으로 한 퇴직연금제 시행에 관한 설문조사를 보면, 3년 안에 퇴직연금을 도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답한 곳은 17곳뿐이었다. 장기적으로 도입할 계획이 있다고 답한 곳은 37개였고, 29곳은 아예 도입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잘 모르겠다는 응답도 적지 않아 17곳에 이르렀다.

이는 아직 제도 도입 전인데다 새 제도가 잘 알려지지 않은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현행 퇴직금제가 병행 실시되기 때문에 일단은 지켜보겠다는 분위기도 엿보인다. 대규모 사업장의 경우 영세 업체와 달리 도산에 따른 퇴직금 체불의 가능성이 높지 않기 때문에 낯선 새 제도를 굳이 서둘러 선택할 이유가 없을 법도 하다.

이보다 더 근본적으로는 퇴직연금제에 대한 노동계의 원천적인 불신감을 들 수 있다. 퇴직연금 도입은 재정경제부 주도로, 자본시장 육성 또는 인위적인 주가 부양의 수단으로 추진돼왔다는 게 노동계의 시각이다. 애초 ‘기업연금’이란 이름으로 추진되다 퇴직금의 연속성을 살리는 ‘퇴직연금’으로 바뀐 것은 이런 반발감에서 비롯됐다. 민주노총 사무금융노조연맹 김창희 기획실장은 “퇴직연금에 대한 정부 태도를 보면, 자본시장에 좀더 많은 자본을 공급하는 수단으로 여겼다”며 “그런 점 때문에 거부감이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사용자) 쪽의 호응도 아직 낮은 실정이다. 기업들로선 장부상으로만 쌓던 것을 사외에 실제 적립해나가야 한다는 점에서 부담을 느낄 법하다. 근로자들의 퇴직 때 기업의 일시금 부담으로 경영의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는 퇴직금제의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라는 점은 그다지 부각되지 않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퇴직연금제가 대세

그렇다면 퇴직연금제는 허울뿐인 제도에 머물고 말 것인가?

퇴직연금제가 당장 퇴직금제를 대체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아도 장기적으로 대세를 이룰 것이란 관측이 많은 건 대략 세 가지 근거에서 비롯된다.

우선, 퇴직연금제 실시에 맞춰 12월부터 퇴직보험·퇴직신탁에 퇴직준비금을 신규로 넣을 수 없게 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퇴직보험·퇴직신탁은 현행 퇴직금제 아래에서 퇴직급여금을 사외에 적립하는 유일한 방법인데, 이게 중단(신규 불입 중단)된다는 것은 사내 유보금의 비중이 지속적으로 높아진다는 것을 뜻한다.

이는 곧 기업 도산 때 퇴직금을 못 받을 확률이 커진다는 것과 같은 뜻이다. 퇴직금을 규정대로 쌓지 못하는 영세 사업장일수록 그럴 개연성이 높다. 더욱이 정부는 퇴직금 사내 유보금의 손비 인정 비율을 현행 40%에서 30%로 낮추는 법인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해놓고 있다. 이는 물론 퇴직금제의 퇴직연금제 전환을 유도하기 위한 것으로, 이 비율은 계속 낮아질 전망이다.

둘째는 퇴직연금에 대한 세제 혜택이다.

퇴직금 사내유보에 대한 손비 인정 비율을 낮추는 반면, 퇴직연금에 대해서는 세제 혜택이 부여된다. 퇴직연금의 두 가지 형태 중 확정기여형(DC)의 경우 근로자별 개인계좌가 설정돼 추가로 납입할 수 있는데, 이에 대해 300만원(개인연금 통합)까지 소득공제 혜택을 주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다.

현행 개인연금에 대한 소득공제 한도가 240만원임을 감안할 때 추가적인 혜택은 그다지 크지 않지만, 앞으로 더 늘어날 수도 있다. 또 연금 형태로 받는 경우 퇴직일시금에 대한 소득세보다 낮은 연금소득세가 부과돼 실질소득의 증가를 꾀할 수 있다.

앞의 두 요인이 정부의 정책적인 유도에 따른 것이라면 마지막 세 번째 요인인 기업의 고용·급여 형태의 변화는 자연스런 흐름으로 볼 수 있다.

근로자들의 근속연수는 점점 짧아져 5.8년(노동부, 2003년 8월 기준)밖에 안 되는데다 연봉제·퇴직금 중간정산제의 확산으로 퇴직금은 점점 노후소득 재원으로 활용되지 못할 상황에 빠져들고 있다. 퇴직연금제에선 이런 문제를 해소할 개인퇴직계좌(IRA)라는 연결 장치를 두고 있다.

중도 퇴직으로 받은 일시금을 이 계좌에 적립하는 경우 연금을 수급할 때까지 과세가 미뤄지고 수급권 보장을 받을 수 있다. 현행 퇴직금제 아래에선 중도 퇴직에 따른 일시금이 소액 생활자금으로 쓰이는 수가 많아 퇴직연금제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새로 도입되는 퇴직연금제가 현행 퇴직금제보다 전적으로 유리하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중도 인출이 까다롭다는 약점이 한 예다. 현행 퇴직금제에선 목돈이 필요한 경우 중간정산을 해 퇴직금을 꺼내쓸 수 있지만, 퇴직연금의 중도 인출은 △연금 가입자의 주택 구입 △가입자 또는 부양가족의 6개월 이상 요양 △천재지변 발생의 경우로 조건이 엄격히 제한된다. 고용 안정성을 보장받는 대규모 사업장의 정규직 노동자들일수록 퇴직연금에 대해 매력을 덜 느낄 만하다.

퇴직연금제도 두가지중 골라서!

이걸 좀더 따져보려면 퇴직연금제의 두 가지 형태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퇴직연금제는 ‘확정급부형’(DB)과 ‘확정기여형’(DC)으로 나뉜다. DB형은 퇴직할 때 근로자가 받을 연금액이 미리 확정되는 것으로, 기업이 금융회사에 납입하는 부담금이 적립금의 운용 결과에 따라 달라진다. 근로자들로선 퇴직 때 받을 급여가 정해져 있어 안정적인 노후 설계가 가능한 반면, 연금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없는 게 한계다.

일시금으로 받으면 현행 퇴직금 제도와 같지만, 연금 형태로 받는다면 세금 차이 때문에 조금 더 유리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확정급부형은 임금이 계속 인상되는 연공서열 임금 체계를 채택하고 있거나, 급여를 떼일 걱정이 없는 사업장에서 주로 채택될 것으로 전망된다.

DC형은 기업이 내는 부담금 수준이 미리 정해지고,

대신 근로자가 자신의 계좌를 갖고 스스로 적립금을 운용하는 방식이다. 근로자가 받는 퇴직급여가 운용수익률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운용 수익이나 손실에 대한 책임이 모두 근로자 개개인에게 돌아가기 때문에 상품 선택 역시 근로자의 몫이다. 운용 결과에 따라 현행 퇴직금보다 훨씬 많은 퇴직연금을 받을 수 있지만, 거꾸로 더 낮은 수익을 거둘 위험도 있다. 같은 회사에서 같은 수준의 급여를 받는 동기라 하더라도 나중에 받는 연금 급여에서 차이가 생겨난다.


물론, 금감위의 퇴직연금감독규정 및 시행세칙에 따라 DC형의 경우 주식 및 주식형·혼합형 수익증권에 대해 직접투자를 할 수 없어 위험은 일정 수준에서 관리된다. 또 혼합형 수익증권이나 신탁회사 수익증권 같은 간접투자 방식의 위험자산 투자도 총투자한도의 40%로 제한된다.

그렇지만 퇴직연금제가 확산되면 주식 등으로 투자 대상이 차츰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퇴직금제와 퇴직연금제의 우열을 일률적으로 말하기는 어렵고, 사업장의 형편이나 고용형태·임금체계에 따라 다르다고 볼 수 있다. 퇴직연금제가 노동자들에게 금융 지식과 학습을 요구하고 있다.

퇴직연금, DB형인가 DC형인가

미국은 DC형으로 전환중이나 ‘근로자 개인의 운용실패’위험

퇴직연금제의 두 가지 형태인 확정급부형(DB형)과 확정기여형(DC형)은 그 이름 때문에 안정성의 차이에 대한 오해가 있다. 노동자가 퇴직 때 받을 급여가 미리 확정되는 DB형이 DC형보다 더 안정적이라고 여기는 수가 많은데,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DB형은 종업원들의 퇴직금 적립액을 회사가 한꺼번에 관리하고 퇴직금의 지급 책임도 회사에 있어 기업의 도산 때 못 받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못한다. 60%까지는 사외에 예치하도록 의무화함으로써 현행 퇴직금보다는 안정성을 높이긴 했지만, 100% 보장은 안 된다.

기업의 도산 상태를 가정한다면 종업원 개인별로 계좌를 관리하고 100% 사외에 예치하는 DC형이 수급권의 보장에선 앞선다고 볼 수 있다. 세계 자동차 메이커 1위로 군림해온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의 신용등급 추락 사태에서 그 일단을 엿볼 수 있다.

DB형 연금을 채택하고 있는 GM은 연금자산 부족액이 193억달러에 이르러 이를 메우기 위해 170억달러의 채권을 발행할 처지에 몰리면서 심각한 경영 압박을 받고 있다. 근로자에게 줘야 할 연금 급여(연금 부채)는 정해져 있는데, 연금 운용 실패로 연금 자산이 부족해진 데서 비롯된 사태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DB형 연금을 채택하고 있는 100대 기업의 연금부채가 8900억달러로 연금자산 7300억달러를 웃돌아 자칫 연금 지급 불능 지경에 빠질 수 있다고 한다.

김연식 삼성증권 퇴직연금팀장은 “이 때문에 미국에선 DB형에서 DC형 연금으로 전환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DC형은 사전에 정해진 금액을 납부하고 비용 처리하기 때문에 기업의 회계 처리가 간명하고 경영 부담이 줄어들 뿐 아니라 성과중심 인사 제도와 연계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 여기에 덧붙는다. 현행 퇴직금제와 DB형은 기업 도산에 따른 안정성 문제, DC형은 근로자 개개인의 운용 실패에 따른 급여 감소라는 위험을 각각 안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