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의 역사속에 우울함이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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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불꽃은 바로 헝가리의 민족역사다.
헝가리인의 몸에 나있는 몽골반점으로 상징되는 그 역사는 유라시아 문화의 중심이기도 하다. 유럽민족들이 헝가리의 원류인 동방의 훈족에 대해
가지고 있는 공동의 기억의 한마디는 ‘신의 회초리’다. 그들 유럽 민족들은 내내 신에게 빌었다 한다. 하느님. 우리는 훈족으로부터 벗어나게
해주소서 ㅡ
저주인가? 다뉴브강 북쪽 부분이 부자들의 땅 ‘부다’요, 남쪽이 가난뱅이들의 ‘페스트’다. 그 오랜 가톨릭 전통에도 불구하고 로마적 삶에
적응 못하고 문밖으로 쫓겨나 소매치기가 된 훈족이 많고 집시가 또한 많으니 집시 중엔 변호사까지도 있다고 한다.
안내자는 말한다. ‘그들은 마음을 쉽게 열지 않아요. 그러나 한번 정이 들면 한없이 좋지요. 똑 한국사람들 같아요.’ 독일의 슈바르쯔
발트(검은숲)에서 발원하여 흑해로 흘러 드는 다뉴브강 1500킬로미터만큼이나 열정적이고 흥건하다는 것이다.
부다와 페스트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갤레르트 언덕의 해방기념비 ‘치타델라’. 이곳에서 1848년의 독립운동과 헝가리 민족성립의 성지를
눈여겨보지 않고는 소련 탱크에 돌을 던지던 젊은이들의 그 부다페스트 항거도, 루카치의 저항도, 페테피의 피끓는 민족주의도, 나아가 오늘의
유라시아적인 모순의 정열과 집시적인 혼돈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한국 민족사와의 유사성마저도. 부다와 페스트를 이어주는 다뉴브강의
아름다움과 하늘에 봉헌된 성(聖)마르키트를 기념하는 마르키트 다리의 우아함까지도.
그러나 웬일일까? 치타델라에서, 마르키트 다리에서 내 심장에 부딪쳐온 것은 도리어 깊고 깊은 우울이었으니 그것은 피 뜨거운 정열과 용기의,
당연한 또 하나의 뒷 얼굴일까?
이곳에서 만들어진 ‘글루미 썬데이’라는 노래를 듣고 자살한 사람의 수가 2주일 동안 하루에 270명이 넘었다고 한다. 1차대전의 패전으로
인한 우울증이었을까? 하지만 56년 혁명 이후 낙관이 많이 돌아왔고 바로 그 낙관이 89년 철의 장벽을 무너뜨린 근본적인 힘이었다는 것이다.
참으로 예술적인 민족이다. 반대일치의 모순어법이 살아있는 나라다.
분명히 서양인임에도 여전히 동양인 같은 이 곳 헝가리사람들을 보면서 한국을 떠올리는 것은 나만의 유감일까? 하루 자살자수가 40명에서
50명씩 치솟고 있는 요즘의 우리 형편과는 또 무슨 관계일까? ‘글루미 썬데이’인가?
‘신의 회초리’의 뒷 얼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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