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歷史. 文化參考

[문명의 기원을 찾아서 유럽편<4>] 부다페스트에서 우리를 느껴

鶴山 徐 仁 2005. 12. 20. 23:03
유럽을 떨게했던 훈족의 헝가리
불꽃의 역사속에 우울함이 보여
김지하 시인·생명과평화의길 이사장
입력 : 2005.12.19 21:40 07'


▲ 부다페스트 영웅광장 건국 천년기념비 앞에서 이른 아침 인부들이 공사를 하고 있다 /채승우기자 rainman@chosun.com
민족시인 S. 페테피(18세기)의 조국 헝가리. 미학자 게오르기 루카치의 고향 헝가리. 그 헝가리의 수도 부다페스트에 있는 공화국 광장 한복판에 24시간 꺼지지 않고 1956년 혁명을 기념하는 불꽃이 타고 있다. 국기 복판에서 낫과 망치를 뽑아내 버린 4일간의 그 불과 피의 혁명을 기념하기 위해 24시간 바위 위에서 불꽃이 타고 있다.

그 불꽃은 바로 헝가리의 민족역사다.

헝가리인의 몸에 나있는 몽골반점으로 상징되는 그 역사는 유라시아 문화의 중심이기도 하다. 유럽민족들이 헝가리의 원류인 동방의 훈족에 대해 가지고 있는 공동의 기억의 한마디는 ‘신의 회초리’다. 그들 유럽 민족들은 내내 신에게 빌었다 한다. 하느님. 우리는 훈족으로부터 벗어나게 해주소서 ㅡ

저주인가? 다뉴브강 북쪽 부분이 부자들의 땅 ‘부다’요, 남쪽이 가난뱅이들의 ‘페스트’다. 그 오랜 가톨릭 전통에도 불구하고 로마적 삶에 적응 못하고 문밖으로 쫓겨나 소매치기가 된 훈족이 많고 집시가 또한 많으니 집시 중엔 변호사까지도 있다고 한다.

안내자는 말한다. ‘그들은 마음을 쉽게 열지 않아요. 그러나 한번 정이 들면 한없이 좋지요. 똑 한국사람들 같아요.’ 독일의 슈바르쯔 발트(검은숲)에서 발원하여 흑해로 흘러 드는 다뉴브강 1500킬로미터만큼이나 열정적이고 흥건하다는 것이다.

부다와 페스트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갤레르트 언덕의 해방기념비 ‘치타델라’. 이곳에서 1848년의 독립운동과 헝가리 민족성립의 성지를 눈여겨보지 않고는 소련 탱크에 돌을 던지던 젊은이들의 그 부다페스트 항거도, 루카치의 저항도, 페테피의 피끓는 민족주의도, 나아가 오늘의 유라시아적인 모순의 정열과 집시적인 혼돈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한국 민족사와의 유사성마저도. 부다와 페스트를 이어주는 다뉴브강의 아름다움과 하늘에 봉헌된 성(聖)마르키트를 기념하는 마르키트 다리의 우아함까지도.

그러나 웬일일까? 치타델라에서, 마르키트 다리에서 내 심장에 부딪쳐온 것은 도리어 깊고 깊은 우울이었으니 그것은 피 뜨거운 정열과 용기의, 당연한 또 하나의 뒷 얼굴일까?

이곳에서 만들어진 ‘글루미 썬데이’라는 노래를 듣고 자살한 사람의 수가 2주일 동안 하루에 270명이 넘었다고 한다. 1차대전의 패전으로 인한 우울증이었을까? 하지만 56년 혁명 이후 낙관이 많이 돌아왔고 바로 그 낙관이 89년 철의 장벽을 무너뜨린 근본적인 힘이었다는 것이다.

참으로 예술적인 민족이다. 반대일치의 모순어법이 살아있는 나라다.

분명히 서양인임에도 여전히 동양인 같은 이 곳 헝가리사람들을 보면서 한국을 떠올리는 것은 나만의 유감일까? 하루 자살자수가 40명에서 50명씩 치솟고 있는 요즘의 우리 형편과는 또 무슨 관계일까? ‘글루미 썬데이’인가?

‘신의 회초리’의 뒷 얼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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