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공룡의 천국 |
주라기 공원 주인공 공룔화석도 한국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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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전시관.공룡은 인간이 단 한 번도 본적이 없지만 어린아이들은 대부분 공룡을
친숙한 동물로 꼽는다. | 어린아이들에게 가장 친숙한
동물을 말해보라면 자신이 키우고 있는 애완동물을 제외하고 거의 대부분 공룡을 꼽는다. 공룡은 그리스어로 '무서운 도롱뇽'이라는 뜻으로 단 한
명의 인간이 실물을 본 적이 없는 동물이지만 세계인들 모두에게 그야말로 친숙하다. 티셔츠, 장난감 등 어디에는 공룡이 그려져 있으며 공룡을
주제로 한 책이나 잡지, 영화는 항상 수많은 독자들의 시선을 끈다. 한국의 토종 인기 만화 '둘리'도 아기 공룡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
공룡은 고생대 말에서 중생대 전기에 걸쳐 번영한 아르코사우리아(Archosauria)라는 파충류에서 진화해 장장 1억 6000만
년 동안 지구상에서 살아왔던 신화적인 동물이다. 많은 사람들이 익룡은 하늘을 나는 공룡이고 어룡과 수장룡은 물 속에서 살았던 공룡이라고 믿고
있으나 공룡은 중생대의 대형 파충류 가운데 육상 동물만을 일컫는 말이다. 그러므로 중생대는 땅에서는 공룡이, 하늘에서는 익룡이, 바다에서는
어룡이 판을 치는 세상이었다.
지구에 태어난 동물 중에서 가장 크고 힘이 세던 공룡은 곧바로 폭발적인 증가를 보여 쥐라기 세상을
지배했다. 지구를 지배했던 공룡은 6천 500만 년 전 중생대 백악기 말기에 돌연히 멸종해버렸다. 물론 자그마치 1억 6000만 년 동안이나
지구를 지배한 뒤의 일이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쥐라기공원>이 흥행에 대성공한 데는 영화사상 가장 유명한 몇 장면이 있었기
때문이다. 2억 년 전에 멸종된 공룡을 DNA 합성으로 복제해내 그 가능성을 제시한 것도 한 원인이 되지만 좀더 세밀한 재미가 뒷받침되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 첫째는 거대한 티라노사우루스에 쫓기는 소형 오리주둥이공룡 집단이 초원을 무리지어 달리는 장면이며, 두번째는
공룡 새끼가 알에서 깨어나는 장면이다. 오리주둥이 공룡이 두 발로 뛰는 충격적인 장면이〈쥐라기공원>에 등장할 수 있었던 것은
한국에서 발견된 공룡의 화석 발자국이 큰 몫을 했다. 이의 진상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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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의성에서 발견된 온전한 공룡 뼈화석(한국자원연구원 전희영 박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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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는 공룡이 아주 천천히 네
발로 걸었고, 대형 공룡일 경우 자신의 몸을 지탱할 수 없어 물 속에서 머리만 내밀고 살았다는 가정까지 있었다. 그러나 근래에 들어서 공룡에
대한 연구가 급진전되자 일부 공룡들은 두 발로 서서 걸었다는 사실이 발견되기 시작했다. 공룡 발자국 화석이 그 단서였는데, 발자국과 당연히 함께
있어야 할 꼬리의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던 것이다. 공룡이 꼬리를 질질 끌면서 걸었다면 깊은 고랑 같은 자국이 공룡 발자국과 함께 남아 있어야
하는데 그와 같은 고랑이 발견되지 않았으므로 공룡이 걸었다고 결론을 내렸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일부 공룡들이 매우 빠르게 뛰었다는
것으로 그것도 시속 100킬로미터도 넘었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이 속도는 올림픽의 꽃이라는 마라톤이 42.195킬로미터를 2시간 10분대로 뛰는
것을 감안하면 5배나 빠른 속도이다. 공룡의 속도는 세계 각지에서 발견되는 공룡의 화석 발자국의 보폭을 감안하여 계산할 수 있는데 그 중에서도
한국에서 발견된 공룡 발자국 화석에 의해 공룡이 매우 빨리 뛸 수 있다는 결정적인 자료를 얻게 된 것이다.
당초에 스티븐
스필버그는 마이클 크라이튼의 원작 <쥐라기 공원>의 주인공인 티라노사우루스(T-Rex) 위주로 대본을 작성하고 1개 당 500만
달러에 달하는 정교한 모형 2개를 만들어 촬영에 들어갔다. 이 당시의 대본에는 오리주둥이 공룡이 티라노사우루스에 쫓기는 장면이 없었다.
영화〈쥐라기 공원>의 촬영이 상당 부분 진행되었을 때 한국에서 발견된 화석에 의할 경우 어떤 공룡들은 매우 빠른 속도로 뛰었다는 보도를
접하고 몇몇 디자이너들이 컴퓨터 그래픽으로 오리주둥이 공룡들이 뛰는 장면을 만들어 스필버그에게 보여줬다.
스필버그는 공룡군이 뛰는
충격적인 화면을 보고 깜짝 놀라더니 곧바로 그 당시까지 자신이 제작하였던 티라노사우루스 위주의 촬영 장면에서 공룡이 뛰는 새로운 장면을
삽입하도록 대본을 고쳤다. 스필버그의 이와 같은 단안이〈쥐라기 공원>으로 하여금 흥행에 성공하는 요인이 됐음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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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사를 다시 쓰게 한 한국의 공룡발자국
한국은 공룡의 천국이었다. 경남 고성지역에서는 무려 4300여 개, 전남 여수시에서도
3020 개, 울산광역시에서는 태화강을 중심으로 500여 개의 공룡발자국 화석이 무더기로 발견된다. 경남 고성읍 신월리와 삼산면 판곡리
해안에서는 수십 개의 공룡알 화석도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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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항리에서 발견된 익룡발자국. 이 익룡발자국은 세계 공룡사를 다시 쓰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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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의 공룡 화석은 주로 경상도
지역에서만 집중적으로 발견되다가 1991년 4월 전라남도 해남군 우항리 일대에서 공룡과 날아다니는 파충류로 알려진 익룡의 발자국, 그리고
물갈퀴를 가진 새의 발자국이 새겨진 화석 등 사료적 가치가 높은 화석군이 발견되는 등 한반도 전체에서 공룡화석이 발견되기 시작했다. 특히
우항리의 익룡 발자국은 세계에서는 7번째이나 아시아에서는 최초의 발견으로 지금까지 세계에서 가장 크다고 알려졌던 스페인의 익룡 발자국보다 약
5∼8센티미터가 더 큰 세계의 최대의 발자국이다.
우항리의 공룡발자국은 공룡사를 다시 쓰게 하는 계기도 됐다. 과거에는 익룡이
어떻게 걸었을까 하는 것이 학자들간에 논쟁거리였는데 우항리에서 발견된 익룡발자국을 토대로 익룡은 날개를 접은 채로 뒷발을 사용하여 어기적거리며
걸었다는 것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익룡은〈쥐라기공원III〉에서 주인공으로 나오는데 우항리에서 발견된 발자국을 토대로 어기적거리며 걷는다.
우리나라에 공룡의 화석이 많이 발견되는 것은 고생대 말기의 지형이 현재와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공룡의 세상일 때 바다 속에
있던 한반도는 육지가 되었는데 이 당시 중국, 한국, 일본은 하나의 땅덩어리로 붙어 있었으며 기후도 온난했다.
중생대 쥐라기에
한반도의 지각이 크게 휘어지는 변형이 생겨 소백산맥과 같은 습곡이 생겼고 거대한 호수들이 생겨났다. 중생대 초기 백악기의 한국은 호수의
나라였다. 미국의 오대호나 중앙아시아의 바이칼호에 견줄 만한 거대한 호수가 생겨났고 경상도 일대를 포함하는 경상분지에만 큰 호수가 3곳이나
있었는데 그중 하나는 남해안에서 일본 대마도까지 걸치는 거대한 호수였다. 당시 한반도 기온은 아주 온화했고 호수 주위의 식물도 많이 자라고
있었다. 이런 호수를 중심으로 공룡의 천국을 이루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공룡의 발자국은 많이 발견되지만 완전한 형태의 공룡 뼈
화석은 발견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 이유를 두 가지로 들고 있다.
첫째, 한국의 경우 퇴적층의 두께가 얇아 외국의 공룡들이
대규모로 발굴되는 지층과 달라 대규모의 공룡 골격 화석이 박혀 있기 힘들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생물이 살던 곳과 죽어서 묻히는 곳이 같지
않으므로 설사 죽은 공룡이 공룡 화석이 될 수 있는 환경에 있었더라도 땅에 퇴적되는 과정에서 물에 휩쓸려 이동하는 일이 자주 있으므로 인간들에게
발견되는 경우는 매우 적다.
또 다른 이유는 당시 한반도가 온난다습하고 안정되어 살기 좋은 장소였다는 것이다. 생물이 살기 좋은
장소는 죽어서 그 시체가 보존되기 어려운 곳이다. 즉 골격이 화석으로 보존되려면 동물의 시체가 즉시 퇴적물 속에 매몰되어 다른 생물의
분해작용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상에 던져진 동물의 사체는 다른 동물이나 미생물의 공격을 받아 몇 주일 안에 형체도 없이 분해되어버려 골격 화석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홍수, 산사태 등으로 생물이 갑자기 매몰되어야 한다. 자연 미라가 발견되는 곳이 사막이나 빙하 속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그러나 당시의 한반도는 비교적 안정된 지층으로 그런 불상사가 일어나기 어려운 환경이었다는 것이다.
물론
의성에서 공룡 뼈가 처음으로 발견된 후 현재까지 공룡 골격 화석이 산출된 곳은 10여 곳이 된다. 북한의 경우도 평북에서 공룡 골격 화석이
1980년대에 발굴되었다고 한다. 경북 의성에서 추가적으로 온전한 공룡 뼈 화석도 발견했다. 공룡의 대퇴골을 포함해 뼈 5개가 출토되었고 묻혀
있는 뼈도 4개가 확인되었다. 더구나 공룡이 묻힌 곳은 뻘이 퇴적돼 굳은 결 고운 암석이라 화석의 보존 상태도 유례없이 양호하다.
발굴의 결과에 따라 완전한 공룡 뼈 전체가
발견될지도 모르지만 우리나라는 공룡 화석이 많이 발굴되는 미국, 중국, 캐나다와 달리 사막이 없고 수풀이 지표면을 뒤덮고 있었기 때문에 공룡
화석의 발견이 어렵다는 것이 학계의 중론이다. 한국에서 발견된 화석들은 85%가 초식공룡이며 15% 정도가 육식공룡이다. 초식공룡으로는
목이 긴 브라키오사우루스, 오리주둥이 공룡으로 불리는 하드로사우루스, 이구아노돈 계통의 공룡 등 10여종이 살았을 것으로 학계에서는 추정한다.
특히 공룡들 중에서 어린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목이 긴 초식공룡 ‘브라키오사우루스류’가 한국에서도 살았다는 것은 학자들을 흥분하게
만들었다. 그동안 브라키오사우루스는 미국, 영국, 프랑스, 탄자니아에서만 발견되었으나 2000년 초에 발견된 공룡 이빨 화석을 토대로 2001년
4월 화석전문가 임종덕 박사가 밝힌 것이다.
브라키오사우루스는〈쥐라기 공원>에서 주인공이 올라가 있는 나무 위의 풀을 먹던
바로 그 공룡으로 길이 23∼30미터, 높이 12미터, 무게는 30∼80톤 정도나 된다. 한국에 서식했던 육식공룡으로는 알로사우루스가
알려져 있지만 공룡하면 쉽게 떠올리는 티라노사우루스(T-Rex)의 화석은 아직 한국에서 발견되지 않았다. 알로사우루스는 티라노사우루스와 크기가
비슷하며 1억∼1억 2000만 년 전인 중생대 전기 백악기에 한반도에 살았다. 04/3/22 이종호(과학저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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