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김소월
봄 가을 없이 밤마다 돋는 달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이렇게 사무치게 그리울 줄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달이 암만 밝아도 쳐다볼 줄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이제금 저 달이 설움인 줄은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외재적 감상
김소월(金素月 1902-1934) 시인. 본명은 정식(廷湜), 평북 정주에서 비교적 넉넉한 농가에서 태어났다. 1917년에 오산학교에 입학하여, 스승인 김억(金億)의 영향으로 시를 쓰기 시작했다. 1919년 3․1 운동이 일어나 오산학교가 문을 닫게 되자 1921년 배재학교로 옮겼다. 오산 학교 시절부터 소월의 타고난 재능을 발견한 김억은, 1920년 <창조>에 소월의 첫 작품 “낭인의 봄”, “그리워” 등 다섯 편의 시를 싣도록 주선하여 주었으며, 1922년에는 “진달래꽃”이 <개벽>에 발표됨으로써 본격적으로 문단에 나오게 되었다. 이 무렵 “진달래꽃”을 비롯한 “금잔디”, “엄마야 누나야”, “먼 후일” 등 오늘날 그의 대표작으로 꼽히고 있는 훌륭한 작품들을 많이 썼다. 1923년 일본으로 건너가 도쿄 상과 대학에 얼마 동안 다니다 간토 지진으로 돌아 왔다. 그 뒤에 나도향 등 문인들과 사귀다가 고향으로 내려갔다. 이듬해인 1924년에 김 동인이 만든 문예지 <영대>의 동인이 되어 “밭고랑 위에서” 등 많은 시를 발표했는데, 1924년부터 1925년까지가 창작 활동이 가장 왕성했던 시기이다. 1925년에는 시집 <진달래 꽃>을 펴냈다. 그러나, 1926년부터 작품 발표를 중단하고, 처가가 있는 구성군 남시에서 동아일보 지국을 경영하면서 여러 가지 사업에도 손을 대 보았으나, 모두 실패했다. 이 무렵 “돈타령”, “못잊어”,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가는 길” 등의 시를 썼다. 1932년 스승 김억에게 마지막 편지를 보내고 난 소월은, 1934년 12월 24일 33세의 젊은 나이로 독을 마시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내재적 감상
갈래 : 자유시. 서정시
율격 : 내재율
성격 : 민요적
제재 : 달
주제 : 그리움과 설움
출전 : <개벽>(1923)
이 시는 민요조의 율격과 구조를 갖고 있다.
3음보의 율격이 네 연에 걸쳐 지속되고 각 연마다 ‘예전엔 미쳐 몰랐어요’란 후렴이 붙어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 이 반복되는 구절이 운율을 형성하면서 시상을 응결한다.
각 연 1행은 점층적 구조를 가지는데 매 연마다 후렴구를 반복해 ‘예전엔 미쳐 몰랐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이 강조된 시구에 의미의 중심이 놓인다. 화자가 발견하는 사실보다는 그것을 이제야 안다는 것에 의미가 집중되어 있다.
봄 가을 없이 밤마다 돋는 달로 무심히 보았을 땐 아무런 의미가 없었지만 어떤 계기로 화자가 일상적 자아에서 벗어나게 되었을 때, 그 흔한 것마저도 사무친 그리움의 대상이 된다는 사실을 새롭게 인식한다.
그렇다면 이렇게 새로운 인식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그것은 개인적이든 사회적이든 어떤 결핍 상황 때문이리라. 실연(失戀)의 아픔이라도 좋고 조국의 상실이라도 좋다. 어쨌거나 자아의 지금의 처지가 결핍되고 서러운 상황임을 비로소 인식하게 되었을 때, 무관하던 달도 의미를 안고 화자와 관계를 맺는다.
‘달’은 한국인의 정서에 원망(怨望)과 기원의 상관물로 의탁되어 온 것이 전통이다. 달에 소망을 발하고 달에게 불행을 하소연하면서 달과 함께 정신적 교감을 해 온 게 우리 삶의 일면이었다.
“정읍사”에서는 화자의 불안한 마음과 함께 하는 상관물로, “원앙생가”에서는 초월적 세계를 매개하는 상관물로 등장하고 있으며, 많은 시조에서도 달과의 교감이 시 세계를 형성하고 있다. 해가 남성적 이미지를 띠고, 달이 여성적 이미지를 띠고 있음을 상기할 때, 한국 시에 달리 그토록 많이 등장하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달과 밤은 모두 여성적 한(恨)의 정서와 동일한 정조를 가지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달은 비원(悲願)의 대상물이다. 2연에서 달은 사무치는 그리움이 되고, 4연에서는 설움이 된다고 하여 화자가 지금 못내 그리워하고 서러워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런데 이런 새로운 인식 뒤에 어떤 행동의 변화도 아직 이루어지지 않는다. 다만 그 사실을 이제야 알았다는 충격이 더 큰 아픔을 줄 뿐이다. 그러므로 어떤 감정의 구체적 진술보다는 그런 감정에 직면한 사실만을 제시하여 독자에게 정서적 떨림을 크게 한다.
[나의 감상]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내가 이렇게 될지, 앞으로도 어떻게 될지,
예전엔 미처 몰랐다. 알 턱이 없지..
서러움을, 그리움을, 이제야 알게됐다는게 슬픈 현실이지만,
미리 그 서러움을 알았더라면,
사랑해서 행복했던 추억도 없었을 것이고,
그리울 사람도 없었을 것인데..
차라리 나중에 알고 슬프더라도,
모르고 있는게 더 나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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