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한국은
‘재벌2세’사회 김용선(미래한국 객원논설위원, 태평양아시아 연구소장)
‘재벌2세’라는 말이 우리 사회에서는 좀 특별한 의미로 쓰인다. ‘벼락부잣집 못 된자식’이라는 부정적 측면만을 강조한
것이다. 부잣집에 태어났다는 단지 그 이유만으로 자신의 능력 아닌 아버지가 번 돈을 잘난 척하면서 함부로 쓰고
다니고 심지어는 스스로가 마치 귀족이나 된 양 행세하는 사람들을 도의적으로 비난할 때 쓰는 단어다.
김용선 미래한국 객원논설위원 그래서 이 제목을 보고 ‘그 나쁜 모, 모 재벌2세들이 판치는 사회’라는 뜻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나 여기서 말하려는 것은 그런 모, 모 부잣집 자식들이 아니라 마치 자신이 사회 정의를 대표하는 듯한 기분으로
‘재벌2세’를 성토하고 있는 우리 사회 젊은이들에게 그들 자신이 ‘재벌2세’임을 깨우쳐 주고자 하는 것이다.
그렇게 ‘재벌2세’를 비난 조롱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당신네 스스로가 바로 ‘재벌2세’라고 말한다면 아마
그들은 펄펄 뛰고 야단 날 것이다. “내가 왜 재벌2세냐, 나는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고생만 하고…
어쩌고…” 그러면 한번, 잘 생각해 보자, 저, 아프리카나 중동 오지에서 태어난 젊은이들이 한국 젊은이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그들은 아마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한국의 젊은이가, 그들보다 잘 사는 것은 단지
우연히 오늘날 한국 땅에 태어났기 때문일 뿐 한국의 젊은이 개개인이 잘 나서가 아니다라고. 그렇다. 세계적인 견지에서 보면 한국의 젊은이는
‘지리적인 의미의 재벌 2세’인 것이다. 지금의 한국의 젊은이들에게는 전혀 상상도 못하는 발상일 것이다.
그러나 세계에서 최하위의 ‘가난한 한국’을 경험한 세대는 그것을 이해한다. 그때 풍요하고 평화롭게 그리고 많은 발전 기회가 주어진 선진국
젊은이들을 보면서 우리가 똑같이 그렇게 느꼈기 때문이다. “내가 운이 나빠 한국에 태어나서 이렇지, 너희 나라에 태어났으면, 적어도 너보다는 더
훌륭한 사람이 되었을 것이다” 라고. 지금의 젊은이들은 또 ‘시대적인 의미로도 재벌
2세’이다. 요사이 유능한 우리 젊은이들을 보고 있으면 참 부럽기 짝이 없다. 그들은 세계를 무대로 많은 분야에서 마음껏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고 다닌다. 확실히 ‘잘난 것’은 틀림 없다. 우리가 그 나이였을 때에는 상상도 못했던 수준의 활약이
눈부시다. 그래서 생각해 보았다. 바로 그들이 내 세대에 태어났었다면, 그렇게 될 수 있었을까? 내가 지금
그들 만큼 젊다면 그렇게 할 수 있을까? 결론은 간단하다. 국력이 이 만큼 신장하지 않았으면, 지금의 잘난 젊은이들도 그런
수준에 도달하지는 못했을 것이 분명하다. 역사에서 ‘If’는 무의미하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한번 의문을 던져
보면, 지금의 젊은이가 ‘시대적 의미의 재벌 2세’임이 틀림 없다. 개인이 잘난 것만이 아니라 시대를 잘 만난
것이다. 내가 평생에 조상이 못하던 무엇인가 이루어 놓았다고 해서 내가 잘 나서가 아니라 때와 장소를 잘
만나서 그랬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오늘날 세상을 활개치고 다니는 사람들은 옛날 사람이나 저
후진국 사람이 볼 때 전부 ‘재벌2세’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사회구성원 거의가 다 그렇다 보니, 그들이 뽑은 정치인도 당연히 ‘재벌2세’일 수
밖에 없다. 그래서 그들은 과거 조상이 벌어 놓은 것인데도 큰소리치며 혼자서 정의를 대변하는 것처럼 행세하는 것이다. 마치 못된 ‘재벌2세’가
속으로 “우리 부모는 영어도 제대로 못하고 무식해” 하면서 부모가 준 돈을 뽐내고 쓰듯이. 미래한국
2005-12-12 오전 10:26: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