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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 통계자료

중국유학 매년 20% 급증 상하이 대학들 “한국학생 가려 받겠다”

鶴山 徐 仁 2005. 12. 5. 04:07
예전에 없던 英·數 입학시험 만들어
4년간 ‘격리수업’… 절반이 졸업못해
한국인 상대 합숙 입시학원까지 등장
상하이=이동혁특파원 dong@chosun.com
입력 : 2005.12.04 21:55 05' / 수정 : 2005.12.05 03:17 32'

중국 상하이외국어대(上海外大)에서 어학 연수 중인 조모(19)양은 중국어 수업이 끝나면 도서관에서 한국 수능 교재로 영어·수학을 자습한다. 조양이 내년에 응시하려는 푸단(復旦)대학이 올해부터 외국인 전형에 영어·수학 등의 필기시험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영어·수학시험 통과해야 中 대학 입학=매년 한국의 고등학교 졸업 시즌이 되면 상하이에 한국 유학생이 몰려온다. 이곳에서 어학 연수를 받고 현지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서다. 지난달 말 현재 상하이의 한국 유학생은 대학·대학원생과 어학 연수생을 합쳐 4639명(주 상하이총영사관 집계). 2001년 이후 매년 20%씩 늘고 있다고 영사관 관계자는 말했다.

그동안 한국 등 외국 유학생은 고교 성적증명서와 HSK(중국어능력평가시험) 11등급 중 ‘초급을 갓 면한’ 수준인 6급 자격증만 있으면 사실상 무시험으로 중국 대학에 입학이 허가됐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푸단대와 상하이자오퉁대(上海交通大) 등 명문 대학은 ‘한국 학생 덜 받기’에 나서는 등 고개를 가로젓기 시작했다.

두 학교는 올해 입학한 신입생부터 자체 중국어 시험과 영어, 수학, 문·이과 종합 지식 등 외국인 입시를 치르도록 했다. 베이징의 칭화대(淸華大)·베이징대(北京大)를 제외하면 유학생 입시는 중국에서 처음이다. 상하이의 한 대학 관계자는 “사실상 지원자의 대부분인 한국 학생 중 수준 미달자를 걸러내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상하이자오퉁대는 올해 한국 학생 200여명이 지원했으나 1지망 합격자는 60여명에 불과했다. 서류 전형방식으로 학생을 선발한 지난해는 80여명이었다.

◆합숙 입시학원까지 등장=그러자 한국식 ‘스파르타 입시학원’이 등장했다. 상하이의 한국인 어학원 3~4곳은 올 들어 푸단대·상하이자오퉁대 입시반을 개설했거나 준비 중이다. S학원은 입시 준비생을 4개월간 상하이 시내 호텔에서 합숙시키며 아침 7시부터 밤 11시까지 가르친다. 이 학원 관계자는 “지원자가 많아 별도의 학원 ‘입학시험’을 치러 뽑았다”고 말했다.

대학에 입학한 뒤 중국 학생과 유학생은 따로 교육을 받기도 한다. 푸단대 법학과·영문과 등은 지난해 신입생부터 유학생과 중국 학생반을 나눠 4년 내내 따로 수업하기로 했다. 학점도 유학생끼리 별도로 매긴다. 어학문제 등 때문에 본의 아닌 불이익을 받는 유학생을 고려한 것이라고 푸단대 관계자는 전했다.


▲ 지난달 29일 중국 상하이 푸단대학 근처 한 어학원에서 한국 유학생들이 중국어 강의를 듣고 있다. 중국 대학들은 올해부터 외국인 유학생 입학자격을 강화했다. 상하이=이동혁특파원
그러나 유학생 대부분이 한국 학생이기 때문에 사실상 한국 유학생을 ‘격리’한 셈이다. 법학과의 한 유학생은 “한국에서 대학 다니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상하이자오퉁대는 외국인 신입생을 대상으로 영어·미적분·물리학 ‘보충수업반’을 운영한다. 상하이차이징대(上海財經大) 재학생 K(23)씨는 학교 전체 유학생 중 5%에게만 주는 장학금을 탈 만큼 열심히 공부하지만 처음 입학한 금융학과 수업이 벅차 교과 과정이 덜 어려운 마케팅학과로 옮겼다.

상당수 유학생은 졸업이 어려운 본과(정규 학부 과정) 대신 외국인을 대상으로 4년간 중국어를 가르치는 대외한어과(對外漢語科)에 다닌다.

◆“중도 탈락 학생 50%”=그런데도 중도 탈락하는 학생이 많다. 중국 대학은 6년 안에 규정된 학점을 이수하지 못하거나 매학년 들어야 하는 강의시간 중 3분의 1 이상 결석하면 졸업할 수 없다. 총영사관 관계자는 “한국 학생의 50% 정도는 학점이나 출석률 미달로 졸업하지 못하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상하이자오퉁대 쑹춘양(宋春陽) 교수도 “한국 학생은 다른 나라 유학생에 비해 준비 없이 입학했다가 중도에 학업을 포기하는 사례가 많다”며 “중국어는 물론 다른 과목도 학습 능력을 충분히 갖춘 뒤에 대학 문을 두드리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