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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 통계자료

'GM발 태풍' 세계 차 시장 지각변동

鶴山 徐 仁 2005. 12. 3. 22:36
70년간 부동의 1위 GM, 내년엔 도요타에 추월당할 듯...해외 자회사 매각 가능성도
일본·한국 차는 장기적으로 반사이익, 저가차 앞세운 중국이 새로운 태풍의 핵으로
김종호 조선일보 산업부 기자 tellme@chosun.com
입력 : 2005.12.03 16:50 48' / 수정 : 2005.12.03 16:57 52'

세계 1위 자동차 메이커인 GM의 위기는 세계 자동차 업계의 지각변동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우선 자동차 업계 순위변동이 예상된다. GM은 지난 70여년간 세계 자동차업계의 1위 자리를 지켜왔다. 지난해 판매순위를 보면 GM 808만대, 도요타 670만대, 포드 643만대, 폴크스바겐그룹 507만대, 다임러크라이슬러 471만대, 푸조·시트로엥 337만대, 현대·기아 332만대 등이었다. 그러나 내년에는 도요타가 1위로 부상하고, GM은 2위로 내려앉을 전망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최근 도요타의 내년 자동차 생산대수가 920만대를 기록, 생산대수 기준으로 GM을 제치고 세계 1위로 올라설 것이 확실시된다”고 보도했다. 도요타는 2003년 포드를 제치고 3위에서 2위로 도약한 데 이어 3년 만에 1위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맞았다.


▲ 지난 7월 일본 도쿄 에서 와타나베 사장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된 도요타 자동차의 렉서스 신모델 발표회.
도요타가 성장하고 GM이 몰락한 이유는 뭘까? 독일 폴크스바겐그룹의 피셰츠리더 회장은 지난 10월 일본 도쿄모터쇼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도요타의 강점은 장기 비전을 위해 단기간의 희생을 감수할 수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 영·미계(앵글로색슨) 회사들은 이러한 장기 비전이 없다. 새로운 차종을 개발하고 마케팅을 하기까지 걸리는 기간이 약 8년이다. 하지만 대부분 영·미 회사 경영자들의 임기는 4년에 불과해 단기 목표만 갖고 경영할 수밖에 없다. 이것이 단기 전략만 가진 미국 업체들이 차세대 목표를 갖고 있는 도요타에 추격 당하는 이유다.”

10년, 20년 앞을 내다보고 꾸준히 준비하는 도요타가 2~3년 단위로 CEO에 대한 평가가 이뤄지고, 회사 정책이 달라지는 미국 자동차 회사에 비해 강하다는 것이다. 실제 최근 GM이 위기를 맞자, 당장 GM의 안팎에선 릭 왜고너 회장을 교체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회장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도 회사가 회생할 수 있을지 의문인 상황에서 CEO 교체설은 분열만 가중시킬 수 있다. GM이 맞고 있는 위기의 원인인 과도한 직원 복지비용 문제나 신차 경쟁력 부진에 따른 판매감소 문제는 실제 왜고너 회장 이전에 결정된 것이어서 그의 입장에선 이에 대한 책임을 지라는 요구가 억울하게 들릴 수 있다.

“2년 내 파산 가능성” 전망도

GM은 결국 파산할 것인가 하는 것도 자동차 업계의 관심사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GM이 당장 올해는 아니더라도 향후 2년 이내에 파산(파산보호)을 신청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현대증권 송상훈 애널리스트는 “과거 크라이슬러, 닛산, 기아, 대우 등의 예로 볼 때 시장에서 부도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감이 1년 정도 지속적으로 확산되자 결국 무너졌다”면서 “GM은 현재 ‘무너지기 직전의 단계’로 향후 전망이 비관적이다”라고 말했다.

GM은 최근 직원 3만명을 구조조정하고, 북미 지역 12개 자동차·부품·서비스 공장을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상황이 더욱 악화되면 해외 자회사를 매각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GM이 ‘빅뱅’ 과정을 거쳐 규모가 작아질 수 있다는 것. 이미 GM은 지난 10월 일본 자회사인 후지중공업(스바루) 지분 20%를 도요타에 매각했다. GM은 현재 오펠(독일), 사브(스웨덴), GM대우(한국), 홀덴(호주), 복스홀(영국), 상하이GM(중국), 스즈키·이스즈(일본) 등 해외 여러 곳에 자회사를 두고 있다. 이들 해외 자회사들이 차례로 매각될 경우, GM은 북미 지역에 국한된 자동차 회사로 남을 수 있다.

하지만 GM이 해외 자회사의 매각에 나선다 해도 매각 작업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GM의 여러 자회사 중에 한국의 GM대우와 중국의 상하이GM 정도만 경쟁력이 있는 곳으로 꼽히고 있고, 나머지 공장은 뚜렷한 성과가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또 GM의 기술이 접목돼 있는 공장들을 다른 회사가 인수할 경우 당장 효과가 나기 어렵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특히 최근 세계 자동차 업계에서 수익성이 높은 일본과 한국의 자동차 업체들은 해외기업을 인수하지 않고, 독자적인 공장을 지어 해외에 진출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어 설령 GM이 해외 자회사를 매물로 내놓더라도 선뜻 인수할 회사가 없을 수도 있다.

이 때문에 GM이 파산(파산보호)신청을 낼 경우 회복이 더딜 가능성도 있다. 미국의 파산보호제도는 법원이 재무위기에 빠진 기업의 채무이행을 일시 중지시키고, 자산매각을 통해 기업을 정상화시키는 절차로, 우리나라의 법정관리와 비슷하다.

GM과 함께 포드도 대규모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다. 포드의 경우 아직 GM보다는 사정이 괜찮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재규어, 랜드로버, 볼보 등 브랜드 가치에 비해 수익성이 떨어지는 해외 자회사에 대한 매각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GM이 무너질 경우 미국에 수출하는 해외 자동차 업체들은 강한 후(後)폭풍을 맞을 수 있다. 자동차 업계는 특히 도요타, 현대차 등 아시아계 자동차 회사가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상징적인 기업인 GM이 해외 업체들의 공세로 무너졌다’는 인식이 확산될 경우 미국 정부와 의회는 보호무역 조치를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1980~1990년대 일본산 자동차가 미국 시장을 휩쓸어 크라이슬러가 위기를 겪었을 때도 미국에선 소비자들이 차량에 성조기를 꽂고 다니고 ‘Buy America’ 운동이 벌어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상원의원은 최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미국 자동차업계가 의료복지 부담에다 외국과의 경쟁이 치열해져 심각한 위기에 빠졌다”면서 “정부·의회·업계가 함께 참여하는 좌담회를 개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미국 자동차무역정책위원회(ATPC)는 최근 “북미시장에서 판매가 늘고 있는 일본과 한국을 견제하기 위해 환율 조작 문제를 점검해야 한다”고 미국 의회에 압력을 행사했다.

국내 부품업체엔 호재

또 GM이 대규모 할인판매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한국의 기아차도 1997년 사실상 부도상태에 처하자 당장의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차량 가격을 30% 정도 할인해서 판매한 적이 있다. 때문에 단기적으론 일본과 한국산 자동차에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 하지만 장기적으론 아시아계 자동차 회사가 미국 시장의 점유율을 확대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게 자동차 업계의 분석이다.


▲ 중국 창춘시에서 개최된 자동차 전시회에 몰려든 중국 시민들. 중국의 자동차 시장은 올해 10% 이상의 급성장이 예상된다.
GM의 위기는 국내 자동차 부품업계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 주고 있다. GM은 생산원가 절감을 위해 델파이 등 값비싼 미국산 부품 대신, 품질 경쟁력이 있으면서도 가격이 저렴한 한국 부품의 구매규모를 현재 연간 6억달러 수준에서 2008년까지 20억달러 규모로 확대할 계획을 밝혔다. 포드도 최근 10억달러 규모의 부품 구매단이 방한, 국내 27개 부품 업체에 대한 실사를 벌였다. GM대우의 닉 라일리 사장은 “GM이 한국산 부품 구매량을 늘릴 것으로 보여, 한국 부품업계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GM과 포드가 구매하는 부품의 가격은 예상보다 높지 않을 수 있다. 부품업계 관계자는 “경영난이 심각한 GM이 델파이 대신 한국산 부품을 구입하면서 얼마나 높은 가격을 줄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한편 현대·기아 등 국산차 업체의 반사이익도 예상된다. 현대차는 올 1~3분기 미국 판매량이 작년 동기대비 9.6% 늘어났다. 특히 현대차는 최근 앨라배마 공장을 2교대제로 전환, 공장 가동률을 약 70% 수준으로 높였다. 기아차도 최근 미시시피주에 현지공장을 설립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에 현지공장을 둔 도요타·혼다·현대차 등은 최근 원·달러 환율하락 등 환율변동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아 향후 미국 시장 공략에 유리하다는 지적이다.

반면 유럽 자동차 업체들은 최근 달러화 약세와 유로화 강세의 영향으로 미국 수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 강철구 이사는 “GM의 판매부진은 북미 지역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경쟁관계에 있는 한국·일본 자동차 업계의 반사이익이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독일을 중심으로 한 유럽의 고급차 메이커들은 상대적으로 GM 몰락에 따른 반사이익이 약할 수 있다. 특히 독일 자동차 업계는 강성노조를 개혁해야 하는 과제에 부닥쳐 있다. 예를 들어 폴크스바겐은 최근 노조간부들이 지난 10년간 회사 돈으로 남미여행을 하면서 접대부까지 태우고 갔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노조위원장과 인사담당자가 물러났다.


▲ 미국으로 수출되는 현대·기아 자동차.
한편 자동차업계 일각에선 ‘GM의 몰락을 계기로 세계 자동차 업계의 주도권이 일본·한국 등으로 옮겨갔다가 결국 중국으로 건너갈 것’이라고 보고 있다. GM 위기의 가장 큰 원인이 높은 생산원가였다는 점에서 가까운 미래에 가장 적은 비용으로 차를 생산할 수 있는 중국이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 최대의 자동차 업체인 상하이자동차는 2008년쯤 독자적인 자동차 모델을 선보일 계획이다. 또 한국 내의 자(子)회사인 쌍용차와 공동으로 중국 현지에 합작법인을 설립, ‘중국형 SUV(스포츠 유틸리티 비이클)’를 생산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자동차 업계는 특히 중국 자동차 업체들이 독자적인 자동차 모델을 해외에 수출하기 시작할 2012년 무렵부터 세계 자동차 시장에 강력한 경쟁자로 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중국 자동차 업체들은 저렴한 가격을 장점으로 내세워 북미와 유럽 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이는 일본의 도요타나 한국의 현대차가 저가 제품 수출을 통해 성공한 것과 비슷한 것이다. 해외 자동차 업계에선 중국 자동차의 급성장에 대비, 하이브리드카와 연료전지 자동차와 같은 차세대 자동차 개발을 앞당겨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기아차 김봉경 전무는 “중장기적으로 볼 때 GM의 위기보다 중국의 급성장이 세계 자동차 시장에 더 큰 파장을 불러올 수 있다”면서 “이 때문에 현대·기아를 포함한 세계 자동차 업체들이 중국진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