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곡 물에 손을 씻고 징검다리를 건너기를 여러번.
이마에는 땀방울 솟아오르고 목은 마르고 숨이 차다. 한참을 오르니 이제 돌계단이 나타난다.
숨을 몰아쉬며 계단을 오르면 시누대 숲이 나타나고 약수터가 보인다.
시원한 약수를 바가지에 담아 마시면서 더위와 목마름을 달랜다.
이제 몇 계단만 오르면 칠불암이다.
<칠불암 전경>
칠불암이라는 사명은 약100년 전에 붙여진 이름이다.
일곱 분의 부처님이 바위에 조각되었다는 뜻으로 칠불암(七佛庵)이라고 하며 창건 당시의 이름은 알 수 없다.
이곳에서 출토된 기와의 명문(四△寺)은 칠불암의 절 이름을 고증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하고 있다.
<칠불암 마애삼존불과 사방불 석주>
좁은 마당 한쪽으로 석탑의 부재를 쌓아 놓았고
그 뒤에는 반달모양의 바위에 삼존불이 앉아 계시고 삼존불 앞에는 네모난 바위의 동서남북에 네분의 사방불을 새겼다.
모두 일곱 분의 존상이 모셔졌다. 그 뒤로는 천길 절벽이 솟아있다.
<칠불암 마애삼존불>
칠불암의 조각은 8세기 전반기의 작품으로 역시 8세기 중후반기의 석굴암 조각에 이르기 직전 단계의 조각이다.
이 칠불암 조각에서 석굴암을 조각할 수 있는 힘이 있는가를 읽어내야만 한다.
칠불암 마애삼존불의 본존여래는 경주지역에서 최초로 항마촉지인의 수인을 맺고 있다.
갈아서 마시면 아들을 낳는다는 속설 때문일까?
본존불의 코는 깨어졌다.
보수를 한답시고 눈과 코를 시멘트로 발랐는데 마치 사팔뜨기 같은 모습이다.
제대로 하지 못하면 그냥 둘 것이지.
<동면 여래좌상>
왼쪽 협시보살은 오른손에 연꽃을 들고 보간에는 화불이 새겨져 있어 관세음보살로 추정되며, 오른쪽의 보살은 오른손에 정병을 들고 있어 대세지보살로 추정된다.
따라서 본존여래상은 아미타불로 추정해볼 수 있다.
하지만 아미타불로 보았을 때 앞에 있는 사방불 서면의 아미타불과 중복되기 때문에 이 부처님은 석가여래이고
삼존불은 석가삼존불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고 하겠다.
<서면 아미타여래 좌상>
마애삼존불 앞에 있는 사방불의 동쪽에 있는 여래는 왼손에 약합을 들고 있는 것으로 보아 동방유리광정토(東方琉璃光淨土)의 약사여래이시며,
서쪽의 여래는 그 반대쪽에 있어 서방극락정토(西方極樂淨土)의 아미타여래로 추정해 볼 수 있겠다.
그러나 남쪽과 북쪽의 여래는 그 존명을 추정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렇게 본다면 사방불에서의 아미타불과 마애삼존불의 아미타불이 마주보는 결과가 되므로 마애삼존불은 아미타 삼존불이 아닌 석가 삼존불이 아닐까?
<남면 여래좌상>
칠불암 절터에서는 화엄경석편(華嚴經石片)이 발굴되었는데 이는 매우 화려하게 법당이 장식되었음을 말해주고 있다.
화엄경 석편은 칠불암에서 시작하여 창림사, 구례 화엄사 장륙전(丈六殿·현재의 각황전)에까지 화엄경석편으로 벽면을 장식하였다.
최근에 화엄사 화엄경석을 다시 제작하는 10년의 불사를 시작한다고 한다.
그러면 화려장엄한 화엄경석으로 장식된 각황전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되리라.
<칠불암 석탑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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