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文學산책 마당

[스크랩] [몇 시인] 꽃

鶴山 徐 仁 2005. 11. 30. 22:11

산유화

 

김소월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있네

 

산에서 우는 작은 새여

꽃이 좋아

산에서 사노라네

 

산에는 꽃이 피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없이 꽃이 지네

 

산에 피는 꽃은 갈 봄 여름없이 혼자서 핍니다.

산에 핀 꽃들을 보면, 대개가 무리를 지어 피어있습니다.

그래도 그 꽃들은 혼자서 핀 것 처럼 느껴집니다.

 

제법 키가 큰 꽃들은 무리를 지어 어깨를 겨누어 피고 있습니다,

제 몫 제 몫으로 피고 있지요.

꽃들은 각각 보고 싶은 쪽으로 얼굴을 돌리고 있습니다.

간혹 같은 쪽을 보고 있는 꽃들도 있지만, 그 꽃들은 멀리 떨어져있습니다.

멀리서 같은 곳을 보고 있지요.

가까이에서 핀 꽃들은 같은 데를 보지 않습니다.

각각 본 곳을 각각 떠듭니다.

꽃들은 옆에 꽃이 본 것을 들으며, 공감하기도 하지만, 이해를 못하기도 합니다.

옆에 있다고 해서 꼭 같은 곳을 보지도, 들었다고 해서 꼭 알지도 않는 것이니깐요.

산에 산에는 키 큰 꽃들이 피고 있습니다.

갈 봄 여름 꽃이 피고 있습니다

 

키가 작은 꽃들은 좀 흩어져 피어있습니다.

그래서 또 혼자 피어있지요.

혼자인데 개들은 멍하지는 않습니다. 얼마나 타실타실한지....

땅에 딱 붙어서 꽃잎이나 잎에다 흙 한덩이 쯤은 얹어놓고, 턱 걸터 앉은 폼이지요.

그러고는 혼자 피어있습니다.

키 작은 꽃들은 이웃할 수 없습니다.

그저 고개를 숙이고 흙과 나누는 이야기가 전부입니다.

흙이 해주는 이야기는 키 작은 꽃의 뿌리 이야기입니다.

키 작은 꽃은 제 뿌리가 어디로 뻗어있는지 모릅니다.

흙의 이야기를 듣느라, 땅에 코를 박고 있습니다. 제 뿌리 이야기가 재미있습니다.

혹, 제 뿌리가 돌에 걸렸다고도 하고

지금은 푹 쉬고 있다는 이야기도 듣습니다.

제 뿌리인데도 아픈 것도, 기분이 좋은 것도 모를 때도 있습니다.

산에 산에는 키가 작은 꽃도 핍니다.

갈 봄 여름없이 꽃이 핍니다.

 

꽃보러 새도 가고, 나도 가고, 산에 꽃보러 갑니다.

 

 

 

 

서정주

 

가신이들의 헐덕이든 숨결로

곱게곱게 씻기운 꽃이 피었다

 

흐트러진 머리털 그냥 그대로

그 몸짓 그음성 그냥 그대로

옛사람의 노래는 여기 있어라

 

오, 그 기름묻은 머리박 낱낱이 더워

땀흘리고 간 옛사람들의

노래소리는 하늘우에 있어라

쉬여 가지 벗이여 쉬여서 가자

여기 새로 핀 크낙한 꽃 그늘에

벗이여 우리도 쉬어서 가자

 

만나는 샘물마다 목을 축이며

이끼 낀 바위돌에 택을 고이고

자칫하면 다시 못 볼 하눌을 보자

 

 

박두진

 

이는 먼

해와 달의 속삼힘

비밀한 울음

 

한번만의 어느날의

아픈 피 흘림

 

먼 별에서 별에로의

길섶 위에 떨궈진

다시는 못 돌이킬

엇갈림의 핏방울

 

꺼질 듯

보드라운

황홀한 한 떨기의

아름다운

정적

 

펼치면 일렁이는

사랑의

호심아

 

너는

이제도 눈을 들어

 

여기

암담한

땅위

 

소란하나 오리려

뼈에 저려 사무치는

고독의 굽이위에

 

처절한 벼랑 위에

입술을 열고

 

죽어도 못 잊히올

 

언젠가는 한 번은

허릴 굽혀 맞대올

 

먼 너의

해와 달의 입술의

 

입맞춤을 기다려

떨고 있고나


 
출처 : 블로그 > 飛나이다 | 글쓴이 : 흐음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