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찍어봤자 아무소용 없더라"
"대선땐 한나라 찍어야지 어쩌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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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구·경북(TK)에서 지금의 여당 후보가 이런 득표를 기록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그렇다면 한나라당의
텃밭이라던 대구 지역의 민심에 변화가 일기 시작한 것일까. 아니면 한 번의 예외적인 일에 불과한 것일까. 이를 현장 점검해 봤다.
◆“한나라당이 해준 게 뭐 있나”
27일 대구 동구 방촌시장에서 만난 한 상인은 대뜸 “그동안 한나라당 밀어줬지만 해준 게 뭐 있느냐”고 했다. 안심동에서 약국을 경영하는
전영술씨는 “한나라당 찍어봐야 아무 소용없더라. 공공기관 유치해 낙후된 지역이라도 살리자는 여론이 높다”고 했다. 부동산 컨설턴트인 황보정희씨는
“여당 후보를 찍으면 지역개발 되고, 땅값도 오른다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사실 이번 대구동을 선거의 최대 이슈는 ‘공공기관 유치’였다. 여당 이강철 후보는 공공기관 유치를 내건 지역개발론으로, 파고들었다.
안심동의 한 주부는 “실리를 챙겨야 할 것 아니냐”고 했다. 한나라당만 믿고 있다간 아무것도 안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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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이강철 후보는 “예전엔 벽에 대고 유세하는 느낌이었는데, 이번엔 말하면 넘어오더라”고 했다. 뭔가 변화의 조짐을 느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관계자도 “깃발만 꽂으면 되는 시절은 지났다”며 “대구에서 이렇게 근접전을 벌이며 고생한 선거는 처음”이라고 했다.
이를 장기간 집권 실패에 따른 ‘권력의 금단증상’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한나라당에 대한 맹목적 지지가 대선에서 두 차례
진 뒤부터 실망감과 조건부 지지로 바뀐 것”이라며 “집권과 지역발전에 목말라하는 이가 많다”고 했다. 또 일부 대구지역 의원들의 술자리 파문도
여론을 악화시켰다.
◆노대통령에 대한 반감은 심각
한 한나라당 지지자는 “김중배의 다이아몬드가 좋지만, 순정을 버릴 수 있느냐”고 했다. 여당 후보를 지지한다는 택시기사 신모씨도 “이번엔
공공기관이 걸려있으니 여당 후보를 찍어주더라도, 다음 대선엔 한나라당 찍어야지”라고 했다. 노무현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반감도 상당하다. 이강철
후보도 “TK 정서 자체가 변한 건 아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김외철 한나라당 정세분석팀장은 “우리가 한두 번만 더 실수하면 둑이 무너질지 모른다”고 했다.
◆여전한 박근혜 인기
그러나 한나라당에 대한 실망감과는 달리, 박 대표의 인기는 여전했다.
선거운동 마지막 날인 25일 박 대표가 지원유세를 벌이는 곳마다 수백명 이상의 청중이 모여들었다. “내일이 아버지(박정희 전 대통령)가
돌아가신 날”이라는 말에 눈물을 훔치는 노인들도 있었다.
노점상을 하는 하태자씨는 “한나라당이 지역발전 못 시킨 것은 맞지만, 박 대표가 있지 않으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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