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비교. 통계자료

[퍼스낼리티를 보면 대권이 보인다]

鶴山 徐 仁 2005. 10. 23. 19:11
대선 2년2개월 앞으로, 대권주자들 물밑경쟁 돌입…각계 여론조사 상위 6명 성격 분석
홍영림 조선일보 여론조사 전문기자 ylhong@chosun.com
입력 : 2005.10.22 14:51 46' / 수정 : 2005.10.22 15:29 35'

관련 핫이슈
- 다음 대통령, 누구를 생각?
17대 대선이 2년2개월 남았지만 정치권은 이미 대선 고지를 향한 치열한 물밑 경쟁에 돌입했다. 현재 차기 대통령 여론조사에서 상위에 드는 사람은 고건 전 국무총리, 이명박 서울시장,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정동영 통일부 장관, 손학규 경기지사,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 6명이다. 그러나 춤을 추는 게 여론조사다. 노무현 대통령도 해양수산부 장관이던 2001년 10월 당시 대권주자 지지율 조사에서 밑바닥에 머물고 있었다는 것이 이를 말한다. 현재의 대권후보군 6인은 어떤 퍼스낼리티를 갖고 있나. 여론조사의 추이 분석과 함께 6인의 이야기를 싣는다. 글 싣는 순서는 가나다 순.


▲ 사진 왼쪽부터 고건 전 국무총리, 이명박 서울 시장,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정동영 통일부장관,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 손학규 경기도지사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가 중반을 넘어서면서 차기 대선과 관련한 여론조사의 수가 늘어나고 있다. 800여일이나 남은 17대 대선의 승자를 점치기에는 너무 이르지만, 지난 대선의 전례를 보면 이맘 때쯤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주요 후보로 꼽히는 잠룡(潛龍)들 중의 한 명이 ‘용꿈’을 실현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지난 10월 초 경향신문과 현대리서치 여론조사에서도 현재 거론되는 유력 대권주자 중에서 ‘대통령감이 없다’는 응답이 9.6%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유권자에게는 아득히 멀게 보이는 2007년 대선을 위해 달리고 있는 주자들은 벌써부터 여론조사 결과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소속 정당이 없는 고건 전 총리가 선두를 점하고 있다. 한나라당에서는 이명박 서울시장, 박근혜 대표, 손학규 경기도지사의 3강 구도가 견고하다. 열린우리당에서는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9월까지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4차례 실시한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 조사의 최근 추세를 보면 고 전 총리는 ‘하락’, 이 시장은 ‘약진’하는 추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한편 박 대표는 ‘주춤’, 정 장관과 김 장관 그리고 손 지사 등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것으로 요약된다.

고 전 총리의 경우엔 올해 중반까지는 2위와 지지율이 20%포인트나 차이를 보이며 앞서 나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지지율이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선두 지키기가 다급해졌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고 전 총리의 하락세는 ‘중부권 신당 연계론’ 등으로 가시화되는 정치적 행보가 ‘비정치적’이란 대중적 이미지에 감점 요인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언제까지 장외선수로만 머물러 있을 수 없는 고 전 총리로선 풀기 어려운 숙제일 수밖에 없다.

주요 대권주자 중에서 가장 쾌속질주를 하고 있는 후보는 이명박 시장이다. 이 시장의 지지율은 10개월 전에 비해 10%포인트 이상 상승하면서 작년 말까지 2·3위였던 박근혜 대표와 정동영 장관을 제치고 단숨에 2위에 올랐다. 선두인 고 전 총리를 압박할 정도인 이 시장의 상승세에 청계천 복원이 크게 영향을 미쳤다는 것에는 이론(異論)의 여지가 없다

올해 초까지 이명박 시장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있던 박근혜 대표는 점차 이 시장과 지지율 차이가 좁혀지다가 마침내 청계천 복원과 함께 역전됐다. 한나라당 내에서 탄탄했던 입지도 불안해 보인다. 지난 10월 11일, 내일신문과 한길리서치 조사에서는 한나라당 차기주자군 중에서 대통령감으로 박 대표(30.9%)보다 이 시장(42.4%)을 지목한 응답자가 더 많았다.

작년 말까지 3위권이던 정동영 장관은 최근엔 확연하게 4위로 밀려나 있다. 정 장관의 지지율은 10개월 가량 10% 부근에서 계속 오락가락하고 있다. 하지만 내일신문 조사에선 열린우리당 주자 중에서 대통령감으로 정동영 장관을 꼽은 응답자가 33.1%로, 2위인 김근태 장관(14.7%)을 크게 앞서서 열린우리당 내에서는 굳히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도 나왔다.

장관직을 이미 1년2개월 이상 수행 중인 김근태 장관도 소강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지율이 3% 전후에서 머물러 있는 김 장관의 가장 큰 취약점은 ‘대중성 부족’이란 게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한나라당 ‘대권 잠룡(潛龍) 3인방’ 중의 하나인 손학규 지사의 지지율은 계속 1% 가량에서 상승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손 지사는 경기고와 서울대 동기동창인 김근태 장관과 마찬가지로 대중성과 인지도 부족을 극복해야 하는 처지에 있다.

주요 주자들이 맞붙는 가상대결 여론조사에서도 선호도 여론조사와 양상이 비슷하다. 경향신문과 현대리서치가 10월 1~2일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고건 전 총리와 열린우리당, 한나라당의 대표주자 1명씩이 맞붙는 3자 대결을 가상해 지지율을 측정했다. 고건 전 총리, 이명박 시장, 정동영 장관 등이 3자 대결을 벌인다면, 고 전 총리(30.9%)와 이 시장(30.2%)은 불과 0.7%포인트란 박빙의 승부를 벌였고, 정 장관(15.4%)은 많이 뒤졌다. 이에 비해 한나라당 후보로 이명박 시장 대신 박근혜 대표가 나선다면, 고 전 총리(35.6%)와 박 대표(25.4%)의 지지율 차는 10.2%포인트로 벌어졌고 정 장관은 이 경우에도 14.5%에 그쳤다.

하지만 아직도 긴 여정과 숱한 변수가 남아있다. 오히려 ‘조기 대세론’이 결코 유리하지 않다는 것은 과거 대선에서 명백히 드러났다. 이 때문에 ‘선두권으로 부각이 늦으면 늦을수록 좋다’면서 겉으로는 느긋해 하는 주자들도 있다. 더구나 노무현 대통령도 잠룡시절에는 전국 여론조사 지지율이 낮았다는 점에서 여론조사의 한계는 분명하다. 지금처럼 대선을 2년 가량 남긴 시점에서 노 대통령의 지지율은 이회창 후보와 이인제 후보란 양강(兩强)을 넘어서 본 적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빈번이 1~2%에서 맴돌았다는 것은 여론조사의 허망함을 일깨워준다. 여론이란 바로 그런 것이기 때문에 ‘꼴찌의 반란’도, ‘새로운 인물’의 등장도 얼마든지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