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政治.社會 關係

“오늘은 치욕의 날, 검찰 짓밟은 千법무도 퇴진하라”

鶴山 徐 仁 2005. 10. 16. 02:28
일선 검사들 강력 반발
황대진기자 djhwang@chosun.com
입력 : 2005.10.15 03:27 19' / 수정 : 2005.10.15 03:35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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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권 개입, 검찰총장 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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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정배, 김종빈
검찰의 수사권에 대한 정치개입이 결국 검찰을 송두리째 흔들고 말았다. 천정배(千正培) 법무부장관의 ‘강정구 교수 불구속 수사지휘’를 수용한 김종빈(金鍾彬) 검찰총장은 결국 ‘사퇴’를 선택했다. 더 이상 검사들에 대한 지휘권을 유지할 수 없게 됐고, 검찰을 통솔할 수 없는 ‘식물(植物)총장’이 된 상태에서의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이로 인해 검찰은 큰 상처를 입게 됐고 검사들도 갑작스런 사태전개에 동요하고 있다.

◆사표제출은 예견된 수순

김 총장이 천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에 대해 즉각 거부 의사를 밝히지 않은 것 때문에 일선 검사들의 마음은 이미 떠난 상태였다. “지휘권이 발동되어 총장이 사표까지 낸 14일은 검찰 치욕의 날” “총장의 수용유보 방침은 미봉책” “사퇴로써 저항하는 모양새를 보여야 한다”는 등의 격렬한 반응들이 주류였다.

대검의 간부들이 일선의 이러한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일선 검찰에 전화를 돌려댔지만 소용이 없었다. “수사권 조정문제라는 큰 암초를 앞에 두고 선장이 배를 버릴 수는 없다”는 논리에 일선 검사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지방검찰청의 한 부장검사는 “대검에 앉아서 잘 모르는 모양인데, 수사권 때문에 사퇴할 수 없다는 얘기는 물정 모르는 소리”라고 했다.

또 다른 검사는 “총장이 사퇴하지 않으면 우리가 사표를 내겠다”는 의견을 전하기도 했다. 여기에 한나라당과 대한변호사협회까지 ‘사퇴하라’는 성명서 등을 발표하면서 대외적으로도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 검찰총장으로서의 기능을 사실상 상실한 상태로 내몰린 셈이다.

한편으로는 김 총장의 사표를 천 장관의 지휘에 대한 거부의 표시로 보는 관측도 있다. 김 총장의 사표소식이 전해지자 서울중앙지검의 한 검사는 “자기 직(職)을 걸고 검찰의 독립을 지킨 총장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공은 천정배 장관에게

김 총장의 사퇴로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여전히 불씨는 남아 있다. 검찰 내부에서는 김 총장이 지휘권에 손상을 입고 물러나듯, 천 장관도 김 총장의 사표로 검찰에 대한 지휘권에 상처가 난 만큼 함께 물러나는 게 맞다는 목소리가 높다. 더구나 천 장관은 정치권력의 검찰 수사개입 논란을 일으킨 장본인이므로 책임이 더 무겁다는 것이다.

서울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듣자니 천 장관은 김 총장이 사표를 내든 말든 이번 일을 계기로 검찰 개혁을 더 밀어붙이겠다고 한다”면서 “천 장관은 국회로 돌아가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해 노력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총장이 수십명이 바뀌더라도 이제 장관 말은 안 듣겠다”는 검사도 있었다.

나아가 열린우리당도 사태의 일부를 책임져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국가보안법 폐지라는 당론을 위해 천 장관으로 하여금 강 교수를 불구속하도록 종용했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김 총장의 사퇴로 공은 천 장관과 여권으로 넘어간 것이다.

‘시민과함께하는변호사들’과 대한변협 등 변호사 단체도 “정치권의 바람을 차단하기는커녕 적극적으로 외압을 행사한 천 장관은 물러나라”고 요구했다. 김 총장은 4월 4일 취임한 지 197일 만에 검찰을 떠나게 됐다. 법무장관과 검찰총장이 동반 사퇴한 것은 2002년 서울지검에서 ‘피의자 구타 사망사건’이 발생했을 때가 유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