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敎育.學事 關係

[2005 전국 대학 평가] 반도체서 맹활약… 기업마다 졸업생 '모셔가기'

鶴山 徐 仁 2005. 10. 7. 08:27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에서 반도체 연구원들이 반도체 제조의 핵심 재료인 웨이퍼를 보며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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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6일 오후 한양대 서울캠퍼스 내 화학공학과 사무실 앞. 삼성.LG.SK 등 대기업 인사 담당자 50여 명이 회사별로 만든 부스에서 학생들과 1대 1 상담을 하고 있었다.

'급여가 많다''몇 년 근무하면 유학도 갈 수 있다'는 등의 관심을 끌 만한 조건이 여기저기서 제시됐다. 이 대학 김영채 교수는 "국내 최고 수준의 기업들이 화공과 졸업생을 데려가려는 유치 경쟁이 뜨겁다"며 "화공과 졸업생은 직장을 가지려는 마음만 있다면 이미 취업한 셈"이라고 말했다.

◆ "다른 학과에 비해 취업률 20% 이상 높아"=화공과의 가장 큰 장점은 졸업 후 가고 싶어하는 기업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이 다른 학과에 비해 넓다는 것이다. 이번 평가에 참여한 35개 학교의 평균 취업률은 77%였다. 올해 전체 대학의 정규직 평균 취업률(56.5%)보다 20%포인트 이상 높다. 화공과 졸업자들은 상당수가 자신의 전공 관련 기업에 입사한다는 점에서 대부분 정규직 취업자라고 보면 된다는 게 각 대학 취업 담당자들의 설명이다.

성균관대 이영관 교수는 "취업이 확정되고도 더 좋은 카드를 잡기 위해 입사를 포기하는 학생을 포함하면 취업률은 사실상 100%"라고 전했다. 샐러리맨 가운데는 월급도 가장 많이 받는 편이다. 화공과 출신이 많이 진출하는 정유회사 등은 신입사원 연봉이 최고 수준으로 꼽힌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매년 각 분야의 급여를 조사해 발표하는 CNN 머니는 2005년도 화공과 졸업생의 취업 첫 해 평균 연봉이 5만3813달러(약 5540만원)로 지난해에 이어 1위로 나타났다고 8월 보도했다.



◆ 비료에서 반도체로=화학공학(chemical engineering)은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가 학과가 정식 개설하기 전인 1888년에 처음으로 학생들에게 가르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는 1946년 서울대 공대에 화공과가 개설된 게 시초다. 60~70년대 중화학공업 육성정책에 따라 정부가 비료.시멘트.석유화학 산업을 집중적으로 키우면서 화학공학은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그러나 80년대 중반 이후 먹고사는 걱정을 덜 하게 되면서 화공은 일이 힘들다는 이유로 '3D'로 분류되기 시작했다. 학과 선호도에서도 여러 계단 떨어졌다.

그러나 최근 반도체부터 생명공학까지 최첨단 산업의 기초가 되는 학문이라는 점이 부각되면서 다시 관심을 끌고 있다. 예를 들어 최근 삼성전자가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낸드 플래시메모리 반도체를 만드는 과정도 전형적인 화공의 한 분야다. 초고집적 반도체 칩을 제조하는 작업은 화학 반응을 20여 차례나 반복하는데, 이때 세밀하고 정교한 화공 기술력이 필수적이다.

화학공학회 문상흡 수석부회장(서울대 교수)은 "메모리 기술이 한계에 도달하면서 실리콘이 아닌 새로운 재료를 이용하는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이는 화공학도들이 개척해야 할 분야"라며 "21세기의 경제전쟁은 여기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특히 최근 각 대학에서 화공 분야와 생명.환경.재료 등이 통합되며 학문의 영역이 크게 넓어지고있다. 이에 따라 화공과 졸업생의 진출로도 훨씬 더 다양해지는 추세다.

◆ 잭 웰치 등 CEO도 다수 배출=화학공학도 가운데 세계적인 최고경영자(CEO)도 많이 나왔다. 세계적인 기업 인텔의 창립자인 그로브가 대표적이다. 그로브는 버클리 캘리포니아대학에서 화학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제너럴일렉트릭(GE)의 CEO 잭 웰치도 일리노이 대학에서 화학공학(박사과정)을 전공했다. 영국의 마거릿 대처 전 총리도 옥스퍼드대 출신의 화공학도다.

교수 월급 많은 서강대 등 연구실적도 좋아

교수 월급과 실적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급여가 많은 학교의 교수들이 대체로 좋은 실적을 냈지만 일부 국립대의 경우 열악한 처우 속에서도 상위권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인적자원부가 최근 국회 교육위 소속 한나라당 임태희 의원에게 제출한 '전국 대학 화학공학과 교수 현황'에 따르면 이번 대학평가 교수 부문에서 10위 안에 있는 대학이 대체로 급여 수준도 비슷하게 높았다.

이 자료에 따르면 POSTECH 화공과 교수가 평균 9022만원(정교수 기준)으로 가장 많은 연봉을 받았다. POSTECH은 이번 평가에서 해외논문.연구비 등에서 고루 좋은 점수를 얻어 교수 부문 2위를 차지했다. 연봉 2위는 서강대로 8366만원이었다. 서강대 역시 교수 부문 주요지표에서 모두 최상위권에 랭크되며 교수 부문 3위에 올랐다.

연봉 순위 4위인 고려대도 대학원생 감안 해외논문수에서 2위를 차지해 전혀 손색 없는 결과를 냈다.

교수 부문 1위를 차지한 KAIST는 8000만원을 받아 월급 순위에서는 5위에 머물렀다. KAIST는 이번 교육부 자료에 누락된 성균관대와 인하대 등보다도 급여가 낮다는 게 임 의원 측의 설명이어서 실제로는 7~8위권 정도일 것으로 보인다.

국립대 가운데는 서울대(교수부문 4위)가 6900여만원으로 1위였으나 화공과 교수 연봉 순위는 10위권 밖이었다. 교수 부문 10위를 차지한 부산대 역시 6263만원으로 연봉 순위에서는 20위 안에도 들지 못했다.

돈을 적게 받으면서 '꿋꿋이' 화려한 성적을 낸 대학도 몇몇 눈에 띄었다.

대전 한밭대의 경우 교수 부문 평가항목 중 연구비 9위, 특허 3위 등에서 좋은 점수를 얻어 15위에 올랐으나 연봉은 4700여만원으로 하위권이었다.

연봉 대비 실적이 가장 우수한 학교는 단연 제주대. 제주대는 논문에서 8위, 대학원생 감안 해외논문수에서는 1위를 차지하며 교수 부문 종합 13위를 기록했지만 연봉은 3000만원이 채 안 돼 급여가 가장 적은 쪽에 속했다.

국내 대학들, 외국 명문대와 비교해 보니

국내 대학의 화학공학과는 세계적으로는 어느 정도 수준일까. 이번 대학평가에 나타난 주요 지표를 중심으로 국내 대학과 미국 MIT, 싱가포르국립대학을 비교해 봤다. MIT는 세계에서 가장 먼저 화학공학을 가르친 학교로 화공 분야는 톱 클래스로 분류된다.

싱가포르대학은 더 타임스 등이 선정한 세계 10대 대학에 여러 차례 포함된 학교로 특히 화학공학이 강하다. MIT는 '총장 보고서(presidential report)', 싱가포르대학은 학교가 작성한 연간보고서(annual report)에 나타난 지표를 중심으로 했다. 2005년치 자료는 보고서 이외에 학교 측의 최근 데이터를 활용했다.

교수 논문(SCI.SCIE) 부문의 연간 실적은 MIT가 6.1편, 싱가포르대학이 3.7편으로 국내 상위권 대학의 경우 두 대학보다 크게 웃돌았다. 국내 SCI 부문 상위 6개 대학(KAIST.한양대.POSTECH.서울대.인하대.서강대)이 모두 MIT보다 높았다. 싱가포르대학의 실적과 비교하면 이번 평가대상 대학 가운데 절반 정도가 더 좋거나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비 실적(MIT 교수 1인당 연간 7억7000만원.싱가포르대 1억8000만원)도 손색이 없었다. 국내 1위 KAIST(5억5120만원)가 MIT 수준에는 못 미쳤지만 싱가포르대학의 세 배를 넘었고 연구비 부문 9위인 경희대(2억2000만원)도 싱가포르대학에 앞섰다.

이처럼 양적으로는 세계 기준에 모자라지 않지만 질적인 면에서는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다는 게 학계의 고백이다. 국내 대학은 논문을 쏟아내기는 하지만 기억할 만한 '작품'은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유는 논문 편수만 늘리기 위해 기존의 이론을 다듬어 정리하는 식의 '인스턴트' 논문이 범람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50년간 미국 화학공학회 저널(AICHE)에 가장 많이 인용된 100대 논문 저자 가운데 한 사람으로 선정된 라자고팔란(M.G.S. Rajagopalan.싱가포르대)교수 같은 사례가 없다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화학공학을 떠올릴 때 싱가포르대는 있어도 국내 대학이 등장하기 힘든 까닭이다.

박승빈 교수(KAIST)는 "국내에는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연구는 찾아보기 힘들다"며 "앞으로는 논문 수보다 질적인 경쟁에 주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교육의 질과 관련이 있는 주당 교수 강의시간의 경우 MIT가 3시간, 싱가포르대가 4~6시간으로 나타났다. 교수당 MIT의 경우 매주 1과목, 싱가포르대가 1~2과목을 가르치고 있었다. 국내(책임시수 기준)는 KAIST가 MIT와 같은 수준이었다. 고려대, 성균관대, 한양대(서울.안산), 포항공대 등을 제외한 나머지 대학은 싱가포르대 수준에 크게 못 미쳤다.


2005년 대학평가팀

▶종합평가:김남중 차장(팀장).강홍준.고정애.김영훈.강병철.한애란 기자 ▶행정학과:안혜리 기자 ▶수의학과:홍주연 기자 ▶화학공학과:전진배 기자 ▶설문조사:중앙일보 조사연구팀, 리서치 앤 리서치<univ@joongang.co.kr>  
  2005.10.07 05:00 입력 / 2005.10.07 07:18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