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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락하는 북한, 함께 몰락하는 남한

鶴山 徐 仁 2005. 9. 28. 18:45
written by. 곽대중

 요즘 북한 내부에서 들려오는 소식이 심상찮다. 하나하나 나열하면서 이 소식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전체적인 그림을 한번 그려보자.

 첫째, 10월부터 식량배급제가 재개된다는 소식이다. 출근하는 노동자에게, 과거보다 줄어든 양이기는 하지만, 배급을 실시하고 장마당에서의 식량판매는 금지한단다. 대신 배급을 받지 못하는 무직자나 배급량이 부족한 사람은 국가에서 비싼 값에 식량을 사먹어야 한다. 과연 북한 당국이 어디서 쌀이 갑자기 쏟아져 거의 10년 동안 중단되었던 배급을 재개하겠다는 것인지 아리송하다.

 둘째, 익히 알려졌다시피 북한은 금년 말까지 북한 내에서 활동중인 국제기구와 NGO 요원들의 철수를 요구했다. 더 이상 원조식량을 받지 않겠다고 했으며, 대신 ‘개발지원’ 방식으로 전환해줄 것을 요구했다. WFP(세계식량계획)에서 ‘북한 주민들의 영양상태를 생각해 지원은 계속되어야 한다’고 호소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북한 당국의 속심인즉, ‘그까짓 식량 주면서 모니터링 한다 뭐 한다 까불대지 말라’는 말이다. ‘너희가 아니라도 큼지막하게 줄 데가 있다’는, 일종의 자랑이다.

 셋째, 북한은 최근 ‘마약단속 그루빠’ ‘불법의료행위단속 그루빠’ 등을 잇달아 만들어 단속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연말과 올해 초에는 국경지역 봉쇄상태를 점검하는 그루빠를 대대적으로 내려 보낸 바 있고, 3월에는 회령에서 공개총살이 실시되기도 했다. 그간에도 식량난 이후 흐트러진 정부의 통제기능을 회복하고자 하는 시도가 종종 있었지만 올해 들어서는 은근하면서도 강하게 이런 시도들이 잇따르고 있다.

 넷째, 북한 국가안전보위부의 지도원급 관계자가 전해온 바에 따르면 북한은 최근 6자회담의 결과를 ‘북한의 승리’로 자축하고 있다고 한다. 김정일 체제에 내심 불만을 품고 체제붕괴에 불안감을 가졌던 중상급 간부들도, “어떻게 총성 한번 안울리고 그 많은 것을 한꺼번에 얻어냈냐”며, “역시 우리 영감(‘김정일’을 지칭)이 대단하다”고 수군거린다고 한다. 소식을 전해준 보위부 관계자는 “이런 방식으로 버티면 부시 정권은 물론 10년, 20년은 족히 체제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러한 낱개의 사건들이 의미하는 전체의 그림은 쉽게 그려진다. ‘북한의 화려한 부활(復活)’이다. 기나긴 식량난과 경제난을 헤치고 이제는 과거의 모습으로 되돌아가겠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과연 이것이 허영심의 발로인지 실현 가능한 일인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다.

 분명한 것은 북한 당국이 지난 몇 년 동안에도 계속 이러한 시도를 해왔다는 것이다. 통제를 하는 듯 했다가 방치하고, 얼마간 방치하는 듯 했다가 다시 통제하는 패턴을 유지해왔다. 2002년 7.1경제관리조치를 실시하면서 개혁개방과 국가통제질서 회복을 꾀하는 듯 했다가 흐지부지 됐고, 김정일 초상화를 내리면서 우상화 통제를 약화하는 듯한 조치를 취했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원상 복귀됐고, 휴대폰 사용을 허가했다가 허겁지겁 다시 수거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점은 북한 정권의 딜레마다. 개혁개방과 자유화의 바람이 없이는 궁극적인 난국타개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이제 분명히 알게 되었지만, 그것이 몰고 올 치명적 결과를 알고 있기 때문에 ‘아 옛날이여’ 하는 기대감을 버릴 수 없는 딜레마를 끊임없이 겪고 있다.

 사실은 주위로부터의 압박과 체제 내적인 괴로움이 어쩔 수 없이 북한 정권을 개혁과 개방의 길로 끌어오고 있으며 그 가운데 통제할 수 없는 자유화의 바람도 불어오고 있다. 그런데 북한 정권이 궁지에 몰릴라치면, 김정일이 자포자기하면서 한숨을 내쉴라 치면, 어디선가 그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주는 바람이 휘몰아쳐 큰 탈이다.

 북한정권에게 ‘이런 식으로 살면 백년 만년 체제를 유지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을 힘껏 불어넣어주는 세력이 있다. ‘가만히 앉아있어도 식량과 현금을 갖다 준다’며 흡족함을 안겨주는 세력이 있다. 심심하면 한번씩 협박해주고, 깽판도 좀 치고, 그러면 머리 조아리며 다시 한번 군사파쇼정권 유지자금을 ‘갖다 바치는’ 배알도 없고 이성도 없고 인정머리조차 없는 세력이 있어 문제다. 이들이 바로 ‘자유화의 역풍’이며 ‘민주주의의 반동’이다.

 그 세력이 아주 당당하게도 그것을 ‘평화’라 강변하며, 화해와 협력을 선도한다면서 세상 모든 선(善)을 자신들의 전유물인양 끌어안고 있어 역겹기 그지없다.

 며칠 전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25만원짜리 칠레와인 750만원 어치 선물을 한 게 맞느냐”는 질문에 정동영 장관은 “남북관계에선 선물내역을 밝히지 않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국민은 정장관에게 ‘선물내역’을 말하라는 것이 아니다. 정장관이 김정일에게 칠레산 와인을 선물하든 터키산 펭귄을 선물하든, 자기 돈으로 선물을 했다면 연인끼리의 선물인데 우리가 상관할 바 전혀 아니다. 국민이 알고 싶은 것은 국민의 세금으로, 장관이 국민을 대신해 선물한 ‘세금사용내역’을 알고 싶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정장관은 그것이 개인 용돈인지 나랏돈인지, 선물인지 뇌물인지 미끼인지, 그런 것을 구분할 이성마저도 상실한 것이다. 그리고도 당당하게 고개를 쳐들고 있으니 어이가 없을 따름이다.

 6자회담 한국 수석대표인 송민순 차관보는 성과를 자축하는 20일 청와대 만찬에서, 회담 기간중 있었던 북한 김계관 외무성 부상과의 에피소드를 이야기했다. 송 차관보가 김계관에게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선장은 바람이 아무리 잘 불어도 소용없다”고 하니 김계관이 “우리는 같은 배를 탔다”고 화답했고, 회담 마치고 나서 송 차관보가 다시 “이제는 정말 같은 배를 탔다. 이제 배에서 내리면 물에 빠진다. 중국도 배 타는 데 동참했다”고 말했다 한다.

 한국 정부가 지금 어디에 서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송 차관보는 이러한 이야기를 하면서 이 말이 담고 있는 심각한 의미를 전혀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이런 발언을 그저 입다물고 듣고 있는 한국 사회의 지성은 이제 그만큼 인내력이 높아졌다는 증거일까, 이제 대꾸하기도 지쳤다는 자포자기의 표현일까?

 송 차관보의 말대로 이제 남북은, 그리고 중국은 한배를 탔다. ‘정말로’ 한배를 탔다. 배에서 내리면 물에 빠진다. 그런데 어쩌랴, 내릴 수 밖에 없는 배인 것을. 결국은 함께 침몰할 수 밖에 없는 반역(反逆)의 배인 것을. 단언컨대 이 모든 역풍은 순풍에 수그러들 것이며 반동은 정의에 꺾일 것이다. 그것이 역사의 엄연한 진리다.(Konas)

 곽대중(데일리엔케이 논설실장)


2005-09-27 오후 3:14:29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