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정권을 종식시키기 위한 미국의 대북(對北) 압박이 다양한 형태로 구체화되고
있다. 미국이 지난달 아시아와 연계된 국제밀매 조직을 적발하고 모두 4천 600만 달러(460억원) 상당의 위조지폐 및 가짜 담배,
무기 등을 압수하는 과정에서 북한-마카오 커넥션의 결정적 증거를 입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 스커드 미사일 12기를 싣고 예멘으로 향하다 지난 2002년 12월 스페인 해군 특수부대 요원들에
의해 나포된 뒤 미 해군 폭발물처리반(EOD)에 의해 조사를 받았던 북한 화물선 서산호. 사진은 서산호에 진입을 시도하는 스페인 해군
특수부대원들의 모습 | |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25일자 기사를 통해 현재 美 수사당국이 이들 위폐 등이 어디에서 제조됐는지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언급을 하지 않고
있으나 익명의 美 관리들의 발언을 인용, 대부분의 제품이 북한에서 흘러나왔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지난 3년여 북한의 밀수 네트워크를 추적
조사하는 과정에서 북한이 '외화벌이'를 위해 위조달러 제조, 유통 및 마약밀매 단속에서 상당한 성과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美 '북한실무그룹'(NKWG)전담팀 구성, 김정일 자금줄
추적 이와 관련 미국의 유력 시사 일간지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미국이
'북한실무그룹'(North Korea Working Group)이라는 전담팀을 구성하고 `불법활동저지방안(IAI: illicit
Activities Initiatives)을 수립해 은밀히 북한의 위조지폐, 가짜 브랜드 상품 등을 중점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보도한바 있다.
(코나스 8월 25일자) 현재 이 실무팀에는 국무부 관리들만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재무부산하 비밀 검찰국(SS), 중앙정보국(CIA), 국방부 등 핵심부처 관리들도 동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실무팀은 이미 3년 전에
설치돼 국무부 동아태국에서 운영되고 있으며 현재 美 국무부 재무관이자 동북아시아 전문가인 데이비드 애셔(David Asher)가 이끌고
있다.
한편 군사 전문가들은 美 재무부가 지난 15일(현지시간) 마카오 소재 중국계 은행인 '방코델타아시아'(Banco
Delta Asia*匯業銀行)은행이 북한의 위조달러 유통 및 불법자금 세탁 등에 관여해온 사실을 포착한 것도 '북한실무그룹'의 활동 결과로 보고
있다. 재무부는 이날 발표에서 "이 은행의 고위 관계자들이 위조달러를 포함한 북한의 거액 현금 예금을 받아주고 이 위조달러를 유통시키는 등
북한의 범죄행위에 편의를 제공했다고"지적했다.
가공할 美 '애국법', 마카오 '델타아시아' 은행 문 닫게
할 수도 델타아시아 은행은 마카오의 정치, 경제를 사실상 지배하는 스탠리 호(何鴻桑)가 운영한다는 점에서
마카오에 주는 충격이 적지 않다. 델타 아시아 그룹은 예치금 33억7천만홍콩달러(4천469억원), 총자산 42억 홍콩달러(5천569억 원)에
지난해 5천980만 홍콩달러(전년대비 22.3% 상승)의 순이익을 거뒀으며 은행, 신용대출, 증권, 선물, 보험 등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 북한이 제작한 것으로 추정되는 정교한 100달러짜리 위조지폐(일명 ‘슈퍼노트’)의 모습. 최근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은 북한은 세계에서 가장 정교한 위조달러를 제작할 수 있는 국가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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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마카오 정부의 적극적 지원과
델타 아시아 측의 노력으로 은행업무가 정상화되긴 했지만 델타아시아는 앞으로 엄청난 시련에 부딪혀야 하며 은행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전했다. 실제로 델타아시아는 美 애국법(Patriot Act) 제311조에 따라 '주요 돈 세탁 우려'
대상으로 지정됐으며 최종 조사 결과에 따라 앞으로 미국 금융기관들과의 직·간접 거래가 금지될 위기에 처해있다.
북한과
마카오간의 거래가 표면에 등장한 것은 최소 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7년 KAL 858기 폭발사건도 마카오 주재 북한 기관원이
개입됐던 것으로 밝혀졌으며 미국은 지난 94년 마카오를 거점으로 한 북한의 위조달러 제조·유통 사건을 처음 적발하기도
했다.
'조선광업무역회사', 마카오서 북핵 개발 부품 조달해온 것으로 드러나
▲ 美 의회조사국(CRS)은 보고서에서 정몽헌 전 현대 아산 회장이 김대중 정부 관계자들로부터 강요를
당한 뒤 2000년 4월 8일 북한측과 5억 달러에 합의를 이뤘다고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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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카오 소재 북한 기업인
'조선광업무역회사'('조광무역'*북한 노동당 '제39호실' 산하 조직)의 경우 지난 2003년 한국 검찰의 대북 송금 사건 수사당시 국정원이
2000년 남북정상회담 대가로 북한에 1억 9천만 달러를 송금하는 통로로 활용했던 곳이기도 하다. 이와 함께 美 수사 당국은
'조선광업무역회사'가 델타 아시아 등과 거래하면서 돈 세탁과 위조달러배포를 관장해온 것 외에도 북한의 핵 개발 프로그램에 필요한 부품도 조달해온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美 의회조사국(CRS)은 지난 6월 14일 공개한 보고서에서 ▲현대의 자금이 도입되던
1999~2001년 북한은 '핵무기 개발을 위한 농축 우라늄'(HEU) 프로그램을 가속화하며 2000, 20001년 이 프로그램에 사용될 관련
부품을 해외에서 매입하기 위해 외화 지출이 급증한 점 ▲1999, 2000년 북한의 수출실적에서 현대가 북한에 제공한 10억 달러 이상의 현금이
북한의 외환거래 수익의 25%를 차지한 점 ▲HEU 프로그램을 위해 해외에서 관련 부품과 기술 확보에 노력한 북한 노동당 제39호실(마카오 소재
'조선광업무역회사')의 역할 등으로 미루어 대북 송금이 HEU에 사용됐다고 분석했다.
이외에도 보고서는 북한 김정일이
김대중을 만나는 조건으로 현대 아산으로부터 10억 달러를 요구했으며 이에 현대 아산 정몽헌(2004년 8월 4일 자살)이 거절했다. 그러나
김대중 정부 관계자들로부터 강요를 당한 뒤 현대 아산은 2000년 4월 8일 북한측과 5억 달러에 합의를 이뤘다고
공개했다.
'단천상업은행' 등 해외 北 기업, 군수품 수출·불법 자금 세탁
관여 한편 부시 美 대통령은 지난 6월 북한, 이란 등의 WMD 개발에 중요한 역할을 한 8개 기업의
미국 내 자산을 동결하는 행정 명령에 서명했다. 당시 자산 동결 대상 기업으로는 '조선광업무역회사', '단천상업은행', '조선룡봉총회사' 등
북한 관련 기업 3개사, 이란 원자력에너지기구 등 이란 관련 4개사, 시리아 관련 1개사등이다.
'조선광업무역회사'는
여성용 블라우스와 내의 등 주로 견직물 제품의 수출입을 담당한다. '조선룡봉총회사'는 철강, 기계, 화학공장 등 10여 개 전문 제조공장에서
생산되는 기계, 설비, 부품 수출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다. '단천상업은행'은 외부에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조선룡봉총회사와 그 산하 기업들의 대외
결제 업무를 하는 금융기관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미국은 현재 이들 3개회사가 실제로는 북한의 군수품을 불법 수출하거나
불법거래 자금 세탁과 관련이 있다고 보고 있다.(konas)
김필재 (코나스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