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설이 분분한 겨울 아침에
출근버스에 기대앉아
그대 계신 쪽이거니 시선을 보내면
언제나
적막한 산천이 거기 놓여 있습니다
Mermaids (Whitefish)/c. 1899/Oil on canvas/cmZentralsparkasse,Vienna
고향처럼 머나먼 곳을 향하여
차는 달리고 또 달립니다
나와 엇갈리는 수십 개의 들길이
무심하라 무심하라 고함치기도 하고
차와 엇갈리는 수만 가닥 바람이
떠나라 떠나거라 떠나거라......
차창에 하얀 성에를 끼웁니다
나는 가까스로 성에를 긁어내고 다시
당신 오는 쪽이거니 가슴을 열면
언제나 거기
끝모를 쓸쓸함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운무에 가리운 나지막한 야산들이
희미한 햇빛에 습기 말리는 아침,
무막한 슬픔으로 비어 있는
저 들판이
내게 오는 당신 마음 같아서
나는 웬지 눈물이 납니다
고정희 - 묵상
그 한 번의 따뜻한 감촉
단 한 번의 묵묵한 이별이
몇 번의 겨울을 버티게 했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벽이 허물어지고
활짝 활짝 문 열리던 밤의 모닥불 사이로
마음과 마음을 헤집고
푸르게 범람하던 치자꽃 향기,
소백산 한쪽을 들어올린 포옹,
혈관 속을 서서히 운행하던 별,
그 한 번의 그윽한 기쁨
단 한 번의 이윽한 진실이
내 일생을 버티게 할지도 모릅니다
Death and Life, painted before 1911 and revised 1915, oil on canvas, Collection of Frau Marietta Preleuthner, Vienna
겨울 사랑 - 고정희
무덤에 잠드신 어머니는
선산 뒤에 큰 여백을 걸어두셨다
말씀보다 큰 여백을 걸어두셨다
석양 무렵 동산에 올라가
적송밭 그 여백 아래 앉아 있으면
서울에서 묻혀온 온갖 잔소리들이
방생의 시냇물 따라
들 가운데로 흘러흘러 바다로 들어가고
바다로 들어가 보이지 않는 것은 뒤에서
팽팽한 바람이 멧새의 발목을 툭,치며
다시 더 큰 여백을 일으켜
막막궁산 오솔길로
사라진다
Portrait of Emilie Floge/1902/Oil on canvas/71 1/4 x 26 1/8 in. (181 x 66.5 cm)/Historisches Museum der Stadt Wien, Vienna
오 모든 사라지는 것들 뒤에 남아 있는
둥근 여백이여 뒤안길이여
모든 부재 뒤에 떠오르는 존재여
여백이란 쓸쓸함이구나
쓸쓸함 또한 여백이구나
그리하여 여백이란
탄생이구나
의학 – 히게이아 (1907)
나도 너로부터 사라지는 날
내 마음의 잡초 다 스러진 뒤
내 마음의 잡초 다 스러진 뒤
네 사립에 걸린 노을 같은,아니면
네 발 아래로 쟁쟁쟁 흘러가는 시냇물 같은
고요한 여백으로 남고 싶다
그 아래 네가 앉아
있는
모든 사라지는 것들은 여백을 남긴다..고정희
고요한 여백으로 남고 싶다..
낡고 쓸쓸한 의자의 고요하고 푸르른 여백이 되어주고
싶다..
오늘은 크림트와 고정희 그리고 브람스의 만남을 주선해 보았습니다..
오늘은 크림트와 고정희 그리고 브람스의 만남을 주선해 보았습니다..
Beethoven Frieze/Central narrow wall (detail): Unchastity, Lust and Gluttony/1902/Casein paint on plaster/220 cm high/Austrian Gallery, Vienna
Johannes Brahms: Violin
Concerto in D major, Op.77
2. Adagio(안네 소피
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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