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軍事 資料 綜合

[전문기자 칼럼] 국방개혁 성공의 전제조건

鶴山 徐 仁 2005. 9. 23. 09:07
유용원 · 군사전문기자 bemil@chosun.com
입력 : 2005.09.22 19:00 27'


▲ 유용원 기자
“금년도 국방비 증가율이 9.9%인데 10년간 여기에 1~2%포인트 정도만 더 증액하면 국방개혁이 실현될 수 있습니다.”

최근 국방개혁안을 공식발표한 국방부 관계자들이 예산 확보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강조하는 말이다. 윤광웅(尹光雄) 국방장관도 지난 13일 기자회견에서 낙관론을 폈다.

오는 2020년까지 현재 68만여 명인 군(軍) 병력을 50만여 명으로 줄이는 것 등을 골자로 하는 국방개혁안이 실현되려면 전력(戰力) 투자비만 289조원, 경상운영비까지 포함하면 683조원가량 든다는 것이 국방부의 대략적인 추산이다. 대규모 병력 감축에 따른 전력 공백을 메우기 위한 첨단무기 구입으로 일정 기간 상당 수준의 국방예산 증액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군 병력과 조직은 줄어드는데 적어도 앞으로 10년간은 국방비 증액률이 오히려 더 높아져야 한다는 것을 곧바로 수긍할 국민이 과연 얼마나 될까? 보통 시민이라면 “병력은 줄어드는데 왜 국방비가 크게 늘어야 하는가?”라는 의문을 갖게 될 것이다.

현 정부가 국방개혁의 모델로 삼고 있는 프랑스의 경우만 봐도 국방개혁에 있어 국방비 확보가 얼마나 어렵고 중요한 사안인지를 잘 알 수 있다. 프랑스는 1995년 이후 20년간에 걸친 3단계 국방개혁안을 만들어 추진 중이다. 그동안 징병제에서 모병제(직업군인제)로 바뀌어 모병제에 따른 인건비 증가로 첨단무기 확보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예산 부족으로 헬기 전력의 절반, 공군 전력의 40%, 해군 전력의 절반을 제대로 운용하지 못하고 있고, 프랑스 군 당국은 신형 호위함 건조를 은행 대출을 받아서 하는 방안까지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와 함께 유럽의 대표적인 국방개혁 모델 케이스로 꼽히는 독일·영국도 국방비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 개혁에 차질이 빚어지기는 마찬가지다. 국방비 증액에 부정적인 국민 여론이 반영된 결과다. 2002년 여론조사 결과 독일에선 국방비 증액엔 14%, 국방비 삭감엔 45%가, 영국에선 증액엔 21%, 삭감엔 25%가 각각 찬성 의견을 밝혔다. 더구나 이들 유럽국가는 냉전 종식 뒤 국방개혁을 추진했기 때문에,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방개혁을 진행 중인 우리나라와는 안보 환경 면에서 큰 차이가 있다. 국방개혁을 신중히, 국민적인 공감대를 만들어 가며 추진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윤 장관을 비롯한 군 수뇌부는 이제 과거 정부와 다른 나라의 국방개혁 성공·실패 사례를 다시 한 번 꼼꼼히 살펴봐야 할 것이다. 지난 1998년 김대중(金大中) 정부 출범 직후 국방부는 1·3군 사령부 통합 등 획기적인 국방개혁안을 발표했으나 결국 유야무야됐다. 이번 국방개혁도 국방비 문제 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으면 또다시 ‘공약(空約)’이 될 가능성이 높다. 22일 열린 국회 국방위 국정감사에서 상당수 여야 의원들이 이구동성(異口同聲)으로 국방비 등 국방개혁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은 앞으로 국방개혁이 군 수뇌부의 기대만큼 순항(順航)하기 어려울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국방개혁안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현역 및 예비역은 물론 민간인 군사전문가, 예산부처 등 정부 당국자, 국회, 시민단체, 언론 등 각계 전문가와 원로들이 망라된 범정부·범국가적인 ‘국방개혁추진위원회’를 발족하는 것도 한 방안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