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 있는 동안 나를 기억해줄 사람이 내가 생각하고 있는 그 사람인가
사람은 오랫동안 혼자 지내면 무뎌진다나.... 무뎌진 줄 모르고 사는 것. 불치병이라지
가끔 거울보고서 소리 나게 싸우는 것 흉이라고 할 수없다.
아트 북 제작 후 일본서 손님이 왔다.
모처럼 고민이 되었다. 아무거나 괜찮다고 하는데…….
인사동 지리산으로 갈까. 르네상스 호텔 건너편 옛날 잔칫집으로 갈까
논현동 한식집도 괜찮고…….삼청동까지는 너무 멀고…….
롯데 백경으로 가자니 떠들 수도 없고 그래서 찾은 곳이 삼각지 해태제과 옆
골목에 쭈꾸미라는 일본식 선술집. 물론 주인은 한국분이다.
한국 속에 있는 일본식 대포집 찾기가 쉽지 않을뿐더러 찾은 손님들도
아름아름 찾아오는 일본인들이다.
친구들을 위해 男山(오또야마) 정종을 시켰다.
오또야마는 홋가이도 태생이며 차게 마시는 정종이다
아주 어렸을 적 친척집에 갈 때면 사주시던 백화수복의 대병 아시죠.
술 못 먹는 내가 친구들을 위해 겁 없이 주문하였죠.
간지러지게 조금씩 올려져 있는 회를 보면 위장이 줄어 들고
마음껏 먹을 수 없을 것 같아 시식하기도 전 뇌에서 포기라는 협박.
그래서 술이라도 마음껏 드시게...
갈은 마즙과 구운 꽁치와 매실조림(우메보시). 문어구이(다꼬야끼)
시사모(멸치보다 크고. 알밴 생선)가 주방에서 대기 중이며
빈 접시가 주방으로 보내져야 주문한 것들이 차례로 나온다
한국처럼 크든 적든 많든 못먹든 간에 상다리 부러지도록 올려 놓으면
먹기도 전에 배부르건만, 일본음식은 조금씩 나온탓에 뭘 먹었나 모르겠다
금가루 뿌려놓은 모듬회만 서로들 눈치보느라 오래 버티고 있을뿐
나오자 마자 앞접시에 하나씩 갖다놓으면 덩그라미 빈접시다.
먹어도 먹은 것 같지 않다 이것 저것 주문한것 먹다보면 일어설때 뒤뚱거린다
내가 잘하는 요리중의 하나인 구운 닭다리도 대기자 명단에 올렸고.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라면 으례찾는 것이 있다
말(馬)고기와 고래 고기(고지라)를 먹고자 단골이 된 이들도 있다
조금 늦게 출발했던지 교통이 막혔던지 이미 다 팔렸다.
배가 부르지 않을 것 같아 서운해서 스모선수들이 먹는 짱고나베 시켰다.
다 먹고 나서도 허전한 것은 역시 시큼한 김치가 마무리를 하지 못해서…….
둘째 날은 남도 음식 하는 르네상스 호텔 앞 옛날 잔칫집으로 갔습니다.
손님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간 곳이 아니라 저를 위해 갔습니다.
어렸을 적 할머님이 특별하게 주신 금풍생이라는 생선이 있습니다.
모든 생선의 맛은 가시가 강할수록 맛이 있다고 합니다.
자연산 민어도 귀하지만 손바닥만한 금풍생이 만큼은 사랑하는 새서방에게도 주지 않을
정도로 맛있다고 해서 새서방고기라고도 부릅니다.
돔 종류이지만 제주의 옥돔과 비교 될 정도로 있는 집(부잣집) 밥상에 오르는 생선입니다.
이곳이 여느 식당과 다른 것은 남도 전문 요릿집입니다. 식당입니다.
계절마다 바뀌는 메뉴 때문에 고향집 같고 동네잔치 집 분위기입니다.
잡다한 회사이야기에서부터 고향이야기…….말투가 억세서 싸우는 줄 알겠지만 …….
안 그랍니다. 안그라요. ㅎㅎㅎㅎㅎ
여수 정어리 상추쌈과 서대회. 목포 세발낙지. 군산 은갈치구이와 찜 .기름장하지 않은
완도 구운 김과 조선장. 진도 물미역과 초고추장. 돌산 갓김치.
이루 말할 수 없는 맛의 진미인 삭힌 전어 젖. 통멸치 젖과 고추장아치.
통 멸치 넣어 끓인 된장국. 반쪽 벗겨놓은 양념된 벌교 털 고막 등 등…….
누룽지까지…….
한국하면 불고기나 갈비 그리고 김치정도의 메뉴를 알고들 오겠지만,
아무거나 하는 손님들에게 남도문화의 깊이를 말로 전수하기보다는
손맛의 음식을 먹여봐야 불고기외에도 훌륭한 요리가 있다는 것을 알겠죠. .
어제 쭈꾸미에서 음식을 먹고서 잘 먹었다고는 하지만
뭔가 부족하다는 표정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자기네들 맛이 아니라는 것이겠죠.
그래서 멋스럽지 않지만 향이 있고 기풍 있고 풍요로운 전라도 음식 .
그것도 저 아래쪽 사람들이 즐겨먹는 음식 집으로 갔습니다.
항아리 속에서 삭힌 맛을 알 리 없겠지만…….
함께 간 몇몇 사람들이 육류 없는 남도 음식이 절간음식이냐고 묻습니다.
지역마다 다르겠지만 여수. 순천. 광양. 목포 등 남도는 수산물이지만 ,
전주 남원 이리 등 북도는 나물류와 질 좋은 육류를 자랑합니다.
손님들에게 맛있었냐고 묻고 싶지 않습니다.
맛의 깊이를 모르는 이들에게 묻는 것도 실례가 되기에…….
2003-2005/한글아트북
왜! 음식에 관하여 ……. 궁금하시죠.
음식도 문화입니다.
현대시 발행인 원구식 시인은 문화를 모르는 이들은 부끄러움도 모른다고 하더군요.
우리의 몸뚱이라는 항아리 속에는 수천 년간 곰삭힌 것이 있는데 그것은 교통케 하는
언어입니다. 우리의 힘의 원천이기도 합니다.
우리 안에서 곰삭힌 젓갈 같은 언어.
우리 언어의 맛을 누가 알아주겠습니까. 코쟁이들이 이익 없는 일에 관심을 두겠습니까.
전라도 음식 맛을 누가 한 끼 식사 외에 다른 맛으로 느끼며 받아들이겠습니까.
우리의 언어인 한글도 다른 민족과 국가가 보기엔 한 끼 식사로 밖에 보이지 않을 겁니다.
많은 소재도 있는데 왜 한글을 굳이 문화코드로 만들고자 하는지.
정치하는 윗분들도 중요치 않아서 한글날엔 쉬지 않는다고 하는 말이 속상하더군요.
일본은 천황 생일이 쉬는 날인데……. 쉬는 날(빨간글씨)에 관하여도 짚어봐야겠죠
한글이 민생고를 해결하는 출구도 아니고, 쟁점의 화두로서 불붙이기도 어렵지요.
인터넷의 여론은 약자가 되어야 여론의 심장에 불을 붙일 수 있는데 묘책이 없군요.
한글의 발목을 부러뜨려 볼까요. 아니면 한글을 아파트 옥상에서 내던져 보험금을 타먹는
그런 파렴치한 놈. 아님 이건 어떨까 유괴를 해볼까요. 한글을 동네 약수터에 생매장…….
ㅋㅋㅋㅋ
오늘은 여기까지 하렵니다.
한글을 세탁기에 넣어 탈수를 한들, 비틀어 본들, 주리를 튼들, 뭐가 나오겠냐고요.
그렇게만 생각 안 하면 됩니다.
7월. 어느 곳에서나 활짝 피는 수국처럼 당신에게도
잠깐이나마 여름꽃이 피기를 바랍니다
가벼운 잠자리 날개를 달고서
가슴에 둔 사람 곁으로 다녀오시기 바랍니다.
[출처;한글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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