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우리나라 畵壇

[스크랩] 이 비그치면 뭐할래 -6-[한글그림의 글,그림]

鶴山 徐 仁 2005. 8. 19. 15:06

이 비 그치면 뭐할래.

내가 보내준 잠자리 날개 눅눅해져서 혹시 상하지는 않았는지. 하릴없으니 다시 만들어줄까.

사람의 마을을 들여다 보면 잠자리 날개의 실선보다  더 복잡하게 얽혀있는 것 같다. 보기에는 평화스러운데...


                                                                                  이 비 그치면 뭐할래/2004

오후 따분해서 어느 집에 무단으로 들어가니 섬김을 이야기하더라. 그곳이 교회인줄 몰랐어.

요즘은 섬김이 없다고 그래서 섬겨야 한다고……. 섬김이 길들여지는 것과 같을까. 아무나 섬길 수 없잖니. 섬긴다는 것은 자기를 포기한다는 것인데…….그러지 않으면 온전히 섬길 수 없지. 자기를 포기하면서 섬길 수 있다는 것은 너무 순수한 마음이지. 그치. 어린왕자에 나오는 길들여지는 것에 관하여 생각해봤니. 관계라는 것이 책임이라고 하였는데 모르는 걸 보니 너도 그냥 읽었구나. 어제 네가 한 말 살아간다는 것이 사랑을 확인하는 목적이라고 했는데, 사랑이 살아가는 목적이라는 말은 가혹한 형벌 아닐까.

 
 

                                     한글 그림의 어느 부분을 확대한 모양. 심심해서 장난침/2005 
 

삶이건 사랑이건 목적에 두기보다 과정으로 조금 양보하면 안 되니. 세상을 살아가는데 즐거움과 번민 고통 중에도 서로를 의지하는 마음이 사랑 아닐까. 백설 공주도 없고 백마 탄 왕자도 없어. 사랑은 무채색이야 공기와 같아. 핑크나 보랏빛이 아니야. 그렇수도 있지. 속으로는.


                                                   어느 풍경.아마 정리되지 않은 내속의 충돌인지/2004

 

 

이 분야의 고수인 영국에 계신 땡목한테 갔었는데 오늘 예배드리는 날이란 걸 잊고 집으로 갔다가 되돌아 왔어. 종이 비행기를 아무데나 오래 둘 수 없어서 ...되게 하는 것과 되어지는 것에 관하여 쪽지를 남겨두고 왔어. 사랑이란 것 힘으로 되게 할 수는 있겠지 하지만 지금 네가 원하는 것은 힘이 아닌 되어지는 것을 말하려고 하는 줄 알라. 하지만 네 마음속에 줄자를  왜 숨기고 있니. 우리 인간을 무겁게 하는 것이 뭘까. 내 입장에서는 “생각”이라고 말하고 싶어.

보는 것을 생각은 저장하거든. 듣는 것을 생각은 저장하거든. 느끼는 것을 생각은 저장하거든.

그리고 생각은 나의 오지랖과 체질과 성격에 따라 가치와 판단을 통하여 기준점을 만들지.

타인의 생각과 같을 수도 있고 전혀 다를 수도 있고……. 어느 경계를 벗어나면 천재가 되고, 바보가 되기도 하지. 그 중심에 도덕과 윤리가 있는데 나라마다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다는 걸 얼마 전에 알았어. 그래서 법이 국가마다 다르게 적용된다는 것을…….

 


             독수리을 그렸다.너무자세히 그렸다간 날아갈 것 같아.오른쪽 아래 희미하게 .../2004

 

 

 

이 비 그치면 뭐할래.

어쩌면 비가오든 눈이 오든 덥든 춥든 상관없이 보내겠지. 詩集을 볼 것이고 시집을 사러 서점을 기웃거릴 거고 또 뮤직 박스에 가서 음악을 고르겠지. 모두다 너의 뜰을 밝히고 너의 양식을 채우는 일이 아니라 봉사라는 걸 이제야 알 것 같아. 무보수의 봉사. 내가 전에 나병자촌 이나 농아 그리고 시각장애우들 봉사하러 다닐 때 네가 한말 생각 안나니. 그 기억마저 바닥에 침전되어가고 있다. 그곳이 자리라면 일으켜 세울 수 없겠지. 다만 햇볕을 쬐고  가끔 흙을 만져보았으면 해. 아직 누구도 신뢰 할 수 없어서 자기를 포기할 수없는 마음 알 것 같아.  섬김의 확신이 있을때까지…….잠자리 날개나 만들고 종이비행기 접어야겠다. 태평양이건 대서양이건 아니면 인도양이라도 훌쩍 건너서 나의 주소로 올 수 있는 바보를 기다리면서…….

 


                                                                                             심. 심.해./ 2004
 
 

이 비 그치면 과일가게에 나가봐야겠다.

냉장고에 모든 부식이 바닥 났어 .얼마간 힘들어 서라기보다  의욕이 없었지. 이젠 괜찮아. 지금쯤 도리안  나올 때 되었지. 모두들 싫어해서 혼자 먹어야겠다. 도리안을  가지고 집안에서 못 먹게 하니 마당에 평상을 만들어 놓고 그 중앙에 간짓대라도 꽂고 그 위에 검정 우산이라도 펴서 그늘을 만들어야겠다. 잠자리도 불러들이고 요즘 나비가 보이지 않아 걱정이다. 뒷집 혼자 사는 할머니한테 한국서 보내 온 김치와 김을 드리고, 마당가에 어머니 젖가슴만한 수국 한줄기만 분양 받아야겠다. 늘 웃어주시는 화원 집 아저씨가 봄에 주신 베고니아와 다알리아는 예쁘게 꽃을 피었고, 쟈스민은 아직이다. 그래도 내가 보고 싶은 꽃들은  고향 들판에 함부로 자란 괭이밥과 애기똥풀인디……. 어머님이 내가 좋아하는 국화를 올해도 시골마당에 정성껏 가꾸셨다는 화양 소인이 찍힌  편지 속에 넣어 보낸 해바라기와 봉선화 채송화 씨앗들, 그놈들이 지금 무척 컸어. 키 작은 채송화는 적어도 아름답고 예쁘다. 봄에는 돈나물이라고 식당서 먹은  것이 채송화과란 걸 알고 그거 나물은 다시는 안먹기로 했다. 이번 주 지나고 장마가 그치면 사진하는 친구가 와서 마당에 줄지어 울긋 불긋 핀 꼬맹이들 접사 촬영한다고 하여 예쁘게 몸단장하라고 통보했는데, 장마철 지나면 좀더 예뻐지겠지. 도종환씨의 접시꽃도 있지만 심지 않았어. 가물거리지만 알 수 없는 슬픈 때문에…….

“씨앗들도 열매로 크기엔/아직 많은 날을 기다려야 하고

당신과 내가 갈아엎어야 할/저 많은 묵정밭은 그대로 남았는데

논두렁을 덮는 망촛대와 잡풀 가에/넋을 놓고 한참을 앉았다 일어섭니다.

마음 놓고 큰 약 한번 써보기를 주저하며/남루한 살림의 한구석을 같이 꾸려오는 동안

당신은 벌레 한 마리 죽일 줄 모르고/약한 얼굴 한 번 짓지 않으며 살려 했습니다.“

-접시꽃중에서-  
   가족사진-나.엄마.남동생.여동생는 출가. 사진 싫어한 어버지가 찍으셨다/2004 

 

도리안 있잖아. 동남아 여행중에 냄새 벤다고 호텔에서 못 먹게 해 호텔 귀퉁이에서 혼자 꾸역꾸역 먹던 일과 비행기 반입도 못되어 비행기 타기 전 사람들 눈 피해 도리안 먹던 일.그 이상한 짓궂은 냄새 땜에……. 나는 단맛이 나고 향기롭던데……. 창피하다고 했던 일 생각나니.  생김새는 고슴도치처럼 생겨서 만지는 것조차 어렵고, 자칫 먹기도 전에 피를 봐야할 정도의 억센 큰 가시는 군사의 창 같다. 큰 것은 수박만한 것도 있지만 보통 핸드볼 크기가 혼자 먹기에 알맞다. 썩는 냄새일까. 누군가 은근히 퍼질놓은 방귀 냄새처럼  문을 열어도 사라지지 않은 고약한 특성 때문에 싫어한 줄 알지만 ……. 나까지 배척하지 않았으면 싶다. 그래서 비 그치면 신주쿠 알파 옆 과일가게나 압구정 현대백화점 지하 마트에 가볼 건데 같이 가자. 기피한 이들도 있고 맛을 잘 몰라  찾는 이들의 수요가 없어 한두 개씩 샘플마냥 갖다 두어서 가기 전에 꼭 통화하고 가야한다. 전에 몸이 좋지 않을때 도리안 좋아 하는 줄 알고 물어물어 사서 시골집에 보내주었는데 어머님이 배달도중 상한 것인줄 알고 버려서 ... 쓰레기통에 버려진 도리안을 꺼내 먹을정도로 나에겐 즐거움이지만  다른 이들에게는 골치 아픈 것 같다.

일부러 시장바구니 담는 자전거 타고 갔다가 도리안 없으면 심술도 나지만, 고디바 초콜릿 한 입에 넣고 오면 그런대로 아쉬움을 달래는 인간의 마음 참 한심하지.

참. 과일 중에도 으뜸이 있다 서열이겠지. 지구상의 모든 과일 중에서 최고에게 과일의 왕이라 불러주는데 그 왕의 자리에 도리안이 앉아 있다. 자기를 몰라주는 우릴 무식하다고 비웃으면서. 왕에 대한 예의도 없고, 맛과 향을 모르는 비천한 국민이라고..... 가장 못생기고 험상궂고 냄새나고 또 꼬래 왕의 체면이 있는지 비싸다. 먹는 이가 없어 아버지께는 정력제라고 .... 어머니께는 피부에 좋다고 하시니..... 약이라고 생각고 꾸 -욱 삼키시더라. 이것이 익으면  푹 삶아 놓은 돼지비계같이 씹기보다 차가운 죽 떠먹는 느낌때문에... 그래도 나에게 있어선 사실 나눠먹고 싶지 않은 여름과일이다.

우리가 섬기려고 사랑하려고 하는 것 중에 이런 외모와 고약한 성격을 가진 이가 있다면 내용과는 상관없이 상종 안할게다. 그러면서 좋은 것을 찾으러 다니는 사람들을 바보라고 불러야 하나. 지금 네게 편지도 쓸 수 없고  답장도 할 수없어 이렇게 넋두리 해야만 오늘이 갈 것 같다. 건강하다. 밖에 비가 저렇게 오는데 내 귀에 들리지 않는다.

 

 

[출처;한글그림]


 
가져온 곳: [..]  글쓴이: 너와집나그네 바로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