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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근대세계 ‘건설자’ 칭기스칸

鶴山 徐 仁 2005. 8. 6. 16:44
근대세계 ‘건설자’ 칭기스칸


△ 칭기스 칸, 잠든 유럽을 깨우다
잭 웨더포드 지음·정영목 옮김
사계절 펴냄·1만3000원


인류 역사상 가장 커다란 불가사의는 무엇일까? 사정을 안다면 13세기 몽골제국의 성립을 드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칭기스 칸(1162~1227)과 그의 아들·손자들이 이룬 정복 전쟁의 대업은 상상력의 한계를 시험한다. 몽골군은 25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로마군이 400년 동안 정복한 것보다 더 많은 땅을 정복했다. 몽골 전사의 말발굽은 태평양에서 지중해까지 동서로 8000㎞를 내달렸다. 그들이 정복한 땅은 미국과 캐나다와 멕시코를 합친 것보다 훨씬 더 컸으며, 현대 지도에서 30개 나라, 30억 명이 넘는 인구를 포괄한다. 유라시아대륙 전역에 걸쳐 문명인이 사는 곳이면 몽골인 기병의 숨결이 닿지 않는 곳이 없었다. 인류사 최초로 실질적인 세계체제를 구축한 것이 몽골인이었다.


어처구니없는 것은 이 모든 위업을 이루어낸 칭기스 칸의 종족이 고작 100만 명이었다는 사실이다. 온 세계를 공포에 떨게 한 몽골 전사의 수는 10만 명에 지나지 않았다. 어떻게 이토록 적은 수의 군대로 이토록 거대한 땅을 제압할 수 있단 말인가? 더구나 그 가공할 업적을 기획하고 실행한 이가 몽골 변방에서 아비 없는 자식으로 비참하게 자랐고 개가 무서워 벌벌 떠는 겁쟁이로 컸으며 단 한 줄의 글도 배운 적 없는 무학자였다면 사태는 더욱 불가사의해진다.

‘파괴적 압제자’로 왜곡됐지만 실크로드 되살려 문명 열었다
‘법의 지배’원리·종교에 관용 성곽에 갇힌 유럽의 문열었다

미국의 인류학자 잭 레더포드가 쓴 <칭기스 칸, 잠든 유럽을 깨우다>는 칭기스 칸과 몽골 제국에 관한 모든 의문에 충실히 답하는 책이다. 장기간의 실증적 연구에 기초해 불가능해 보이는 세계사적 업적이 한 비범한 인간의 놀라운 능력에 힘입은 것임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세계정신’이 있다면, 칭기스 칸이야말로 바로 그 경우임을 이 책은 역사소설처럼 펼쳐지는 장쾌한 이야기 속에서 입증한다. 영국 최초의 작가 제프리 초서는 <캔터베리 이야기>(1395년)에서 칭기스 칸을 이렇게 묘사했다. “이 고귀한 왕의 이름은 칭기스 칸이었으니 그는 당대에 큰 명성을 떨쳐 어느 지역 어느 곳에서도 만사에 그렇게 뛰어난 군주는 없었다.”


△  칭기스 칸은 생전에 어떤 초상화도 그리지 못하게 했고, 사후에 어떤 기념물도 남기지 말도록 했다. 죽음과 함께 먼지가 돼 사라지기를 바랬는데, 이 때문에 그의 사후 세계 곳곳에서 그려진 초상화는 각 지역의 문화적 특성을 담뿍 담은 상상도가 됐다.

칭기스 칸의 ‘뛰어남’이 찬사받은 것은 그가 단순히 ‘전쟁의 천재’였기 때문만은 아니다. 정복자로서 그는 알렉산더와 카이사르와 나폴레옹을 한참 능가했지만, 그의 진정한 위대함은 문명의 발흥에 있었다고 이 책은 말한다. 그는 파괴자가 아니라 건설자였다. 몽골인의 말발굽은 문명을 실어나르고 교류시키고 융합시켰다. 오랜 세월 단절됐던 실크로드는 완벽히 복원돼 풍요로운 ‘자유무역지대’가 됐다. 칭기스 칸의 군대는 성곽도시와 중무장 기사를, 다시 말해 유럽의 중세를 역사의 뒤편으로 밀어내고 근대 세계를 열었다. 몽매 속에 잠자던 유럽이 몽골의 진군과 함께 ‘세계인식의 대전환’을 이루었다. 칭기스 칸은 ‘보편주의자’였다. 그는 최초로 국제법을 만들었으며, ‘법의 지배’를 국가 원리로 삼았다. 모든 종교에 관용을 베풀었고, 종교간의 대화를 주선했다. 기독교와 이슬람교와 불교의 원탁회의가 세계 최초로 열린 것이 몽골 초원의 천막 안이었다. 선거와 공립학교와 우편제도와 대포 따위의 근대적 문물이 몽골 제국과 함께 태어났다.

정말 놀라운 것은 이 세계사적 위업이 700년 동안 깡그리 잊혀졌다는 사실이다. 건설자 칭기스 칸은 사라지고 파괴자 칭기스 칸만 남았다. 몽골인은 피에 굼주린 전형적인 야만인이 됐다. 18세기 계몽주의자 볼테르는 칭기스 칸을 가리켜 “오만하게 왕들의 목을 짓밟은 파괴적인 압제자”로 묘사했다. 지은이는 이 거대한 기만과 왜곡을 통탄하며, 칭기스 칸을 세계사의 유일무이한 주역으로 일으켜세운다(인용처:한겨레신문)


 
가져온 곳: [북경이야기(北京故事)]  글쓴이: 지우 바로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