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연구한다는 것이 지난 사건을 통해서 과거사를
종합적으로 조명하는 학문의 하나라고 생각됩니다.
물론 여러가지 나름대로의 정의가 있지만 그 중심은 시간적으로
과거사를 연구하는데 있다는 것은 틀림없는 것 같군요.
과거를 연구하기 위해서 그 당시 가깝게 근접하거나
연구란 혹은 지금으로 부터 비교적 오래전인 일정한
과거싯점에 씌어진 "문헌기록"을 참조해야 합니다.
이를 역사문헌이라고 하는데 특히 고대사의 경우는
그 문자가 한글이 아니라 한문이라는 것입니다. 특히
중국역사의 경우는 더 이상 말할 필요도 없겠죠.
중국역사를 기록한 역사문헌중에 보통 쉽게 다가설수 있는
"문헌기록"중에 자치통감(資治通鑑)이란 역사책이 있습니다.
이 책은 사건을 시간연대순으로 기록한 편년체(編年體) 로
씌어진 책으로 황제에게 통치의 거울과 귀감을 제공하기 위해서
쓰여진 역사책이죠.
중국에서 역사학, 특히 고대사를 전공하는 경우 보통 이 통서를
통독하고 있죠. 이책의 장점은 다양한 사건을 여러가지 도서를
인용하여 흥미있게 기록하고 있다는 거죠. 그리고 내용중에
이해가 잘 되지 않는 부분은 후대사람이 다시 부가 설명을 하고있어
초심자의 편의를 충분히 고려하고 있습니다.
모택동 역시 이 자치통감을 무척 사랑해서, 수많은 전란 중에 이책 보기를
게을리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중화인민공화국이 건국한 이후에
가장 먼저 이 책을 정리해서 일반인이 볼수 있도록 출판했다고 합니다.
어쩜 그래서 모택동이 장개석을 대신하여 중국을 통일했는지도 모르지만...
이곳 역사학과 석사생들은 이 책을 일주일에 한번씩 모여 강독을 하고 있죠.
강독이란 일정분량의 자치통감의 내용을 읽고서 이를 한글자씩 번역해서
그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고, 당시 사건의 전후상황을 파악하는 목적에 있죠.
물론 자치통감을 강독한다는 것은 약간은 종합적인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즉
당시의 황제와 제신간의 관계, 그리고 직관과 제도간의 운영과 그 변화상황,
또 권력의 이동과 그로 인해서 등장하는 일들을 종합적으로 고찰하는 거죠.
매주 일요일 후배들이 이를 강독한다는 소식을 듣고 견학겸 강독하는 곳을
한번 방문해 봤습니다. 참고로 저 역시 자치통감을 이전에 열심히 강독을 했죠.
후배들은 저보다 더 열심히 진지하게 강독을 하더군요. 오후 1시에 시작해서
보통 저녁 9시까지 쉬지않고서 진행한다고 합니다.
인물, 사건, 직관, 지명 그리고 사건의 변화를 추적하면서 정확하게 내용파악을
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모르는 한자의 뜻을 열심히 찾고, 낯선 사자성어 역시 기원을 찾아서 메모하고 특히 한국역사와 관련된 부문은 좀더 상세하게 분석하고 있더군요.
한국에서 인식하는 고대한어(=한문)의 범위는 이곳과는 사뭇 다름에도 불구하고
발빠르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후배들의 노고와 노력에 감동을 했고, 그리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죠.
강독을 같이 하다보면 혼자서는 도저히 생각할수 없었던 기발한 생각과 해석과
번뜩이는 제치들이 한곳으로 모이게 됩니다. "역사문헌"을 내 두개의 눈동자가 아닌 여러명의 눈동자와 머리을 빌어서 생각하는 결과가 되는거죠. 그래서 다양한 각도의생각들을 공유할수 있는 효과를 갖게 됩니다.
요즘, 사회가 점차 변화 발전함에 따라서 역사학 연구는 그 가치를 상실하고
주변학문으로 전락하는 비인기 종목이 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글자 한글자 한자 하나의 의미를 놓치지 않고 그 뜻을 찾아 밤을 하얗게 세우는 이들의 눈동자를 통해서, 언젠가는 우리역사의 진가가 중국역사에서 새로이 조명되는 그날이 반드시 올거라는 희망을 갖어봅니다.
고구려사 문제를 돌아보면 볼수록 우린 너무 쉽게 분노하고 또 너무 쉽게 잊고마는 것이 아니냐는 우리들의 모습을 돌아봅니다. 그럴수록 "역사문헌"을 탐독하는 역사 연구자의 이러한 노고가 더욱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이런 노고와 수고가 쌓여질수록 중국과 인접한 동아시아 지역에서 우리의 역사 "정체성"은 어둠을 밝히는 등대처럼 더욱 찬란하게 빛나게 될 것라고 생각됩니다.
북경에서
지우.
▲사진은 중국 송나라 사마광(司馬光)이
쓴 자치통감(資治通鑑)이다.
'歷史. 文化參考'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북한의 고구려 무덤을 찾아서 (0) | 2005.08.06 |
---|---|
[스크랩] 근대세계 ‘건설자’ 칭기스칸 (0) | 2005.08.06 |
3000 언어 지명 인명 연구 (4) 한국어 속의 아리아 어 (0) | 2005.08.03 |
3000 언어 지명 인명 연구 (3) 알파벳은 그림 문자다. (0) | 2005.08.03 |
3000 언어. 인명. 지명 연구(2) 누가 아리랑의 깊은 뜻을? (0) | 2005.08.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