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승객이 비행기를 탈 때에 안전을 스스로 선택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기껏해야 항공사를 고르는 것 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그것도 노선이나 시간표에 따라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경우가 많다. 될
수 있는 대로 저개발 국가의 항공사를 이용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있다. 통계를 보고 어느 항공사가 안전하고 어느 쪽이 안전하지 않은지의 점수를
매기는 것은 별로 의미가 없다. 견주어 볼 가치가 있을 만큼 사고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여객기의 기종에 따라 안전성이 달라진다는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승객이 기종까지 선택해 가며 비행기를 타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참고로 기종에 따른 사고율을 보자. 오십 년대 말에 나온 제1세대 제트 여객기로는 보잉 707기와 디씨8기가 대표로 꼽혔다. 보잉 707기의 기체 손실 사고율은 오십삼만 비행 시간에 한번, 디씨8기는 오십만 비행 시간에 한번 꼴이다. 육십 년대 중반에 나온 제2세대 제트 여객기는 중거리용뿐이다. 보잉 727의 기체 손실 사고율은 백십만 시간에 한번, 보잉 737은 백이십만 시간에 한번 꼴이다. 안전성이 제1세대보다 두배 높아진 것이다. 칠십 년대 초에는 점보 747 따위의 대형기가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 항공 여행의 대중화가 시작됐고 요금도 오히려 싸졌다. 1985년 10월까지 세계의 예순여덟개 항공사에 팔린 점보기는 모두 육백열여덟대다. 거기에서 기체가 완전히 파괴되는 사고를 당한 것은 열다섯 대였다. 거기서 두건은 기체 결함이 원인인 듯하다는 의심을 받았으나 확인이 되지 않고 있다. 딱 부러지게 기체 결함이 지적될 수 있는 것은 지난번 일본항공기의 추락뿐이었다. 그 사고의 원인을 조사한 일본 운수성은 압력 차단벽의 균열 때문이었다고 발표했다. 차단벽은 객실과 꼬리 부분 사이에 가로질러져 있다. 보잉사의 기술진은 이 차단벽의 철판 일부를 바꿔 끼우면서 실수를 했다. 새 철판과 옛 철판을 이어 붙일 때에 못질을 세 줄했다. 미숙한 기술자의 잘못으로 세 줄에서 한 줄은 두 철판을 연결시켜 지탱하는 데에 쓸모가 없게 박혔다. 그 때문에 나머지 두 줄에 과중한 무게가 걸리게 됐다. 그 못줄을 따라 금이 갔다. 비행하다가 금간 부분이 터져 버렸다. 객실의 높은 압력이 차단벽을 부수며 분출되면서 뒷 꼬리날개를 파괴하여 비행기를 추락시켰으며 이때에 승객 오백이십 명이 목숨을 잃었다. 못질 잘못이란 별 것 아닌 듯이 보이는 실수가 이런 큰 참사로 연결된다는 것이 바로 현대 문명의 함정인 것이다. 지난해 8월2일 미국 댈라스에서 일어난 델타 항공 트라이스타기의 추락사건에서 살아남은 아홉 사람과 일본 항공 점보기 사고 때에 살아남은 네 사람은 모두 뒷자리에 타고 있었다. 그래서 승객들이 한때 서로 뒷자리에 타겠다고 몰린 적이 있었다. 뒷자리는 변소와 가깝고 진동이 심한 곳이라 그전에는 승객들이 싫어하던 곳이었다. 뒷자리가 꼭 안전하다는 통계는 없다. 반드시 안전하지는 않다는 한 보기가 일본 항공 사고 열흘 뒤에 나타났다. 영국의 산체스타 공항에서 브리티시 에어투어소속 보잉 737이 이륙하기 위해 활주로를 달리고 있을 때에 엔진이 폭발했다. 이 폭발로 연료 탱크가 터졌다. 활주할 때였으므로 제트 기름이 뒷쪽으로 뿌려짐과 함께 동체 뒷부분에 불이 번졌다. 비행기는 활주로 위에서 정지했다. 뒷자리 승객들은 폴리우레탄 시트 카버, 아크릴 카피트 들이 타면서 내뿜는 유독 가스에 질식하여 떼죽음을 당했다. 사망자 쉰네명은 거개가 뒷자리에 탄 승객이었다. 지난 1972년 모스크바에서 추락한 일본 항공의 디씨 8기를 보면 생존자 열네명이 모두 앞자리에 있었다. 그 비행기는 머리부터 떨어지지 않고 거의 수평으로 부딪쳤었다. 머리부터 처박히면 뒷자리가 안전하겠지만, 비행기 사고의 양상은 워낙 가지가지이다. 항공 사고 전문가들은 가장 안전한 자리는 문에서 가까운 자리라고 말한다. 미리 자기 자리가, 가장 가까운 문에서 몇째 줄인지를 알아두는 게 좋다고 한다. 화재 같은 비상 사태 때는 출구를 똑똑히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비행기 사고는 대체로 불을 부른다. 이에 언급했듯이 기체 무게의 삼분의 일쯤이 기름이기 때문이다. 지난 1965년에서 1979년까지에 미국에서 비행기 사고로 숨진 사람들의 20 퍼센트쯤은 추락 뒤의 화재 때문에 죽었다. 지난 1973년 브라질 여객기의 화장실 안 쓰레기통에서 불이 나 백스물네 명이 죽었다. 그 사고 뒤로 모든 비행기의 화장실 안에서 담배를 못 피우게 됐다. 더구나 미국에서는 요즈음 객실에서도 담배를 못 피우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어나고 있다. 기내에 불이 났을 때에는 산소 마스크가 내려오더라도 절대 착용해선 안된다. 새어 나오는 산소가 불을 번지게 하기 때문이다. 미국 교통 안전 위원회에서는 비행기 제조 회사에게 객실 바닥에 조명 장치를 하도록 권하고 있다. 기내에서 불이 나면 연기에 휩싸여 출구를 못 찾아 죽게 되는 경우가 많다. 조명 장치가 화재 사고 사망률을 20퍼센트쯤 줄일 수 있다고도 한다. 지난 12월12일에 캐나다 갠더에서 일어난 미군 전세기인 디씨 8기의 사고 조사에서는 날개에 붙은 얼음을 이륙 전에 제거하지 않았다는 것이 중요한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보통 사람들은 얼음 제거가 이백쉰여섯 명이 몰사한 엄청난 사고와 무슨 관계가 있을까하고 의아해 할지 모른다. 날개에 붙은 얼음이나 눈을 제거하지 않고 이륙해서 일어난 사고가 전에도 있었다. 1982년 1월13일에 미국 플로리다 항공사이 보잉 737기가 워싱턴 공항을 이륙하자마자 포토맥 강에 처박혀 일흔여덟 명이 죽었다. 생존자는 뒷자리에 타고 있었던 다섯명이었다. 이 사고는 생존자, 목격자, 녹음 테이프 따위의 물증이 많아 사고 원인이 가장 상세하게 밝혀진 경우에 속한다. 미국 교통 안전 위원회는 이 사고의 원인 조사에서 서른 두 가지에 이르는 잘못을 발견했다. 어느 하나의 잘못을 따로 떼어놓고 보면 대 참사를 일으킬 만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그러나 여러 잘못이 겹치고 이어지면서 참사로 발전한 것이다. "비행기는 여러 사람이 협력해야 떨어진다"는 말이 있다. 플로리다 항공사의 비행기가 죽음의 이륙을 하게 된 과정을 몇 가지로 간추려 보면 이렇다. 첫째로, 눈 오는 비행장에서 여객기를 활주로로 이동시킬 때에 엔진을 역 추진시켰다. 눈이 쌓여 있을 때에는 역 추진을 못하게 돼 있다. 역 추진으로 눈이 날려 기체에 들러붙었다. (양력의 감속) 둘째로, 이륙 허가를 기다리느라고 활주로 위에서 사십구분 동안 대기할 때에 눈이 기체에 계속해서 쌓였다.(양력의 감소) 셋째로, 앞에 서 있는 비행기에서 나오는 뜨거운 공기에 기체를 바짝 붙여 보잉 737기의 기체에 붙은 눈과 얼음을 녹이려 했는데, 오히려 엔진 입구를 얼에 붙게 했다.(엔진 추진력 감소) 넷째로, 날개에 붙은 눈과 얼음을 제거하지 않고 활주를 시작했다.(양려의 감소) 다섯째로, 활주할 때에 흡입구가 막힌 엔진이 제 힘을 내지 못했다. 여섯째로, 활주할 때에 부기장이 네 번이나 엔진에 이상이 있다고 기장에게 경고했으나 기장을 이륙을 포기하지 않고 강행했다.(조종실의 비민주적 분위기) 일곱째로, 이륙하자 기체는 불안정해져서 기수가 요동했다. 날개에 붙은 눈과 얼음이 기체 중량을 증가시키고 양력을 감소시켰으며, 엔진 추진력도 제대로 나지 않았다. 충분한 속도가 붙지 않아 기체는 실속하여 추락했다. 조종사들은 흔히 "비행기처럼 섬세하면서도 완강한 기계는 없다"고 자랑한다. 한번 공중에 뜨면 초속 백 미터의 폭풍, 몇십 미터의 낙하, 섭씨 백도의 기온 차이도 견딘다. 그런 것은 조종사가 설계된 강도의 한계 안에서 비행기를 조종할 때에만 가능하다. 소형 비행기로 실험해 보니 날개에 서리가 일 밀리미터만 쌓여도 양력이 50 퍼센트나 줄어든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비행기는 두 가지 힘으로 뜨는 것이니, 하나는 날개의 그런 양력, 다른 하나는 엔진의 추진력이다. 프로리다 항공의 보잉 737에선 이 두가지 힘이 모두 줄어버려 사고가 났던 것이다. 조종사들은 이륙하고 난 뒤의 3분, 착륙하기 전의 8분 동안을 "마의 11분"이라 부른다. 전체 사고의 55 퍼센트쯤이 착륙할 때에, 28 퍼센트쯤이 이륙할 때에, 그리고 나머지 18 퍼센트쯤은 순항할 때에 발생한다. 대한항공의 어느 고참 조종사는 "이륙할 때가 더 겁난다"고 했다. 착륙할 때는 충분한 고도와 속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고장이 나더라도 조종사가 대처할 여유가 있다. 이륙이란 것은 만유 인력의 법칙을 속도로써 깨부수는 일이다. 고작 몇 초 사이에 이 속도를 충분히 얻지 못하면 절벽에서 실족하듯이 속도가 줄어서 떨어지고 만다. 삼백오십톤쯤 되는 점보기가 활주를 시작하여 삼십 초쯤 지나면 시속이 이백팔십 킬로미터, 또 십초쯤 뒤에는 시속이 삼백 킬로미터까지에 이른다. 그때에 조종사가 조종간을 당겨 기수를 치켜올리면 기체가 땅을 박차고 뜬다. 그 순간이야말로 진땀 나는 장면이다. 비행기가 곧장 직선을 그리며 치솟느냐, 아니면 뒤뚱뒤뚱 거리다가 떨어지느냐가 몇 초 사이에 판가름나기 때문이다. 지난번 미군 전세기사고 때도 그랬지만 이륙 뒤의 사고는 거개가 이륙한 뒤 몇십 초 안에 손 쓸 틈도 없이 발생한다. 지난 1972년 11월28일 저녁 7시 50분께 모스크바 공항을 이륙한 도꾜 행 일본 항공 디씨 8기가 삼십 초 뒤에 추락하여 예순세명이 숨졌다. 사고 원인은 간단한 작동 실수였다. 비행기가 이륙하면 조종사는 곧 이-착륙용 바퀴를 접어 올린다. 공기 저항을 줄이기 위해서 그런다. 그런데 그 사고 비행기의 부기장은 바퀴를 올린다는 것이 엉뚱하게 스포일러가 펴지도록 해 버렸다. 스포일러는 날개에 붙은 공기 저항판이다. 조종사는 착륙할 때에 이걸 펴서 공기 저항을 증가시킴으로써 기체를 멈추게 한다. 그러니까 브레이크와 비슷한 구실을 하는 것이다. 이륙한 뒤의 몇십 초 동안엔 아주 작은 공기 저항도 치명적이다. 그런데 이 스포일러를 폈으니 비행기는 속도가 떨어져 곤두박질하고 만 것이다. 자동차로 말하자면, 액셀레이터를 밟아야 할 때에 브레이크를 밟은 셈이다. 자동차 같으면 급정거로 끝날 일이지만 하늘에서 하는 급정거는 죽음을 뜻한다. 바로 그런 것이 비행기의 안전문제에서 핵심이 된다. 지사에선 용서받을 수 있는 사소한 실수도 하늘에서는 저주로 보상받는다. 하늘에서는 비행기를 세워 놓고 고장을 수리할 수도 없다. 비행기에는 "완전 무결"이 요구된다. 우리나라에서도 "완전 무결"이라는 품질 관리의 개념이 공군에서부터 나왔는데, 그런 사정이 있기 때문이다. 점보의 부속품은 오백만 개쯤 된다. 99.9 퍼센트의 안전성은 부품 오천개가 고장 났음을 뜻한다. 그래서 비행기 설계에서는 "페일 세이프" 곧 실패해도 안전해야 한다는 원칙이 세워져 있다. 안전 보장 개념의 하나이다. 중요한 부품이나 계기는 이중, 또는 삼중으로 만들어 하나가 고장나더라도 다른 것을 작동하여 재난을 막을 수 있게 했다. 이를테면 조종간과 기상 레이더는 둘씩, 관성 항법 장치는 셋이나 된다. 비행기를 자동차와 쉽게 견주어 보려 한다면 비행기는 몇십 배나 안전하게 설계돼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고가 나는 것은 자연의 섭리를 거슬러 하늘을 나는 인간의 천벌인지도 모른다. 안전 보장의 개념에 따라 엔진, 착륙 바퀴 따위의 비행기 주요 부품은 규정된 사용 시간이나 회수를 지나면 가차없이 바꿔 버린다. 그래서 너무 늙어서 사고를 내는비행기는 없다. 요즈음 비행기 사고 통계를 보면 주목할 만한 현상이 발견된다. 사고율이 지난 1975년에 급격히 낮아진 뒤에 열 해 동안 더 떨어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그 열 해 동안에 안전 장치나 자동항법 장치는 눈부시게 발전했다. 일곱 여덟 해 전만 해도 여객기 조종실에는 항법사가 탔다. 그의 임무는 해와 별자리를 관찰하며 비행기의 정확한 위치를 알아내어 비행기가 항로를 올바로 따라가도록 기장을 보좌하는 것이었다. 자기 이상 지대가 많아 나침반을 믿을 수 없는 유럽과 앵커리지를 잇는 북극항로에선 천측을 통해서만 위치를 알 수 있었다. 그때에는 항법사가 실제로 조종사 구실을 했다. 그러나 관성 항법장치가 등장하고 나서 위치 계산이나 속도, 방향, 엔진 추진력 조절이 자동화 됐다. 항법사가 필요 없게 됐다. 관성 항법 장치는 조종사가 수자판을 두드려 입력시켜 주는 대로 비행기를 끌고 가면 되는 전지전능의 마법 상자가 됐다. 조종사가 수자판을 잘못 두드리는 실수를 막기 위해서 요새는 더 개량된 관성 항법 장치가 나타났다. 항로 정보가 미리 찍혀 있는, 명함 만한 디스크를 집어넣으면 통과점을 하나하나 입력할 필요도 없게 됐다. 대한항공에선 이 장치를 갖춘 최신형 보잉 747기 두 대를 서울과 로스앤젤레스를 잇는 항로에 띄우고 있다. 그 비행기 한 대 값은 천억 원쯤 한다. 그 점보기는 민간 군용기를 가리지 않고 세계에서 가장 크고, 가장 무겁고, 가장 추진력이 센 비행기이다. 지난 열 해 동안에 놀라운 자동화에도 불구하고 사고율이 줄지 않은 것을 "기계에 의한 인간 소외"라고 설명하는 사람도 있다. 점보조종실엔 이천개쯤 되는 갖가지 계기가 있다. 이 계기에 따라서 모든 조종 행위는 거개가 단추 누르기, 스위치 돌리기 들로 단순화 됐다. 항로를 바꾸는 중요한 행위도, 전등을 켜는 덜 중요한 행위도 마찬가지로 단추만 누르면 됐다. 얼마나 중요한 지에 따라 판단력을 적절히 배분해야 하는데, 그때에 혼란과 실수가 생기는 것이다. 행위의 단순화는 생각의 단순화를 가져온다. 거기서 인간이 기계화되는 문제가 생긴다. 이것이 더 악화되면 도덕적인 판단력마저 마비되는 결과를 빚는다. 조종실의 자동화도 또 조종사가 기계를 지나치게 믿도록 만들었다. "인간은 실수를 하고, 기계는 고장나는 법"이란 사실을 잊어 먹고는 기계에 조종을 맡겨 버리고 소홀히 할 때에 마가 끼여드는 것이다. 인간이 기계의 주인 노릇을 못하고 노예가 되면 사고가 난다. 세계 항공 사고의 원인을 분석하면 거개가 작은 실수에서 비롯된다. 세계 최악의 비행기 사고는 육지에서 났다. 지난 1977년 3월27일에 스페인령 카나리 군도의 드 테네리페 섬 공항 활주로에서 팬암사의 점보기와 케이엘엠사의 점보기가 활주로 위에서 정면 충돌을 하여 오백팔십이명이 숨졌다. 케이엘엠 조종사는 "오케이, 이륙을 위해 대기하라"는 관제사의 지시를 들었을 때에 "오케이"란 말만 알아듣고 이륙허가로 착각하여 안개 속에서 활주를 시작했다가 마주 오던 팬암을 들이받았던 것이다. 신이 아닌 인간은 실수를 한다. 아무리 훌륭한 조종사라도 그런다. 대 참사를 일으킨 조종사들에는 비행 시간이 이만이 넘는 노련한 조종사들이 흔하다. 조종실에 세 명이 타는 것도 서로의 잘못을 충고해 주기 위함이다. 허심탄회한 충고는 관료적이지 않는, 민주주의적인 분위기에서만 가능하다. 그래서 "조종실의 민주화"가 최종적인 안전 대책이라고 한다. 조종실의 분위기는 그 항공사의 분위기를 집약한 것이다. 조종사가 기쁜 마음으로 소신껏 조종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 주는 항공사의 비행기가 가장 안전하다고 잘라 말할 수 있다. 느긋한 개인 택시 운전사가 사납금에 쫓기는 회사 택시 운전사보다 사고율이 낮은 것과 같은 이치다. 지난해 2월까지 대한항공의 조종사 사백서른다섯 명에서 비행 시간을 일만 시간을 넘긴 조종사는 전체의 44 퍼센트쯤이나 되는 백아흔네 명이었다. 그렇게 노련한 조종사가 많은 항공사는 세계에서도 드물다. 우리 공군이 대한항공의 조종사 양성소 구실도 해주기 때문이다. 한국 조종사들의 조종술이 세계 최고급이라는 데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문제는 이런 개인 기능을 조종실의 팀웍으로 승화시킬 수 있느냐이다. 그것은 회사란 조직과 조종사란 개인의 관계에 따라서 결정될 문제이다. 나는 몇 번 대한항공 조종실에 동승하여 해외 취재 여행을 했다. 친구들은 가끔 "과연 비행기가 안전한 것 같더냐?"고 묻기도 한다. 나의 대답은 늘 이렇다. "조종실에 있으니 객실에 있을 때보다 훨씬 안전하게 느껴지더라"조종사들의 믿음직한 행동을 가까이서 지켜보고 있으면 무섬증이 저절로 가신다. 그래서 외국 항공사 중에는 비행 공포증이 있는 승객들에게 조종실을 보여 주는 데도 있다고 한다. "한국 자동차, 알고는 못 탄다"는 말도 있지만 비행기는 알수록 안심이 된다. 그러나 앞으로도 항공 사고는 계속해서 날 것이다. 쇠로 만든 날개는 깃털 달린 날개보다는 아무래도 못하니까. |
'航空 宇宙 관련' 카테고리의 다른 글
2천의 계기 속에 갇힌 고독(2) (0) | 2005.07.31 |
---|---|
2천의 계기 속에 갇힌 고독(1) (0) | 2005.07.31 |
안전착륙의 허와 실 (0) | 2005.07.31 |
지구를 좁혀준 점보의 등장 (0) | 2005.07.31 |
<영문자료> LAST WITNESS OF KAL 007(4) (0) | 2005.07.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