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에도 합의後 본격 왜곡… 再發 대비해야
‘학술적 해결’ 믿다 뒤통수 맞았던 외교부
“中 또 어기면 어떡하나” 신중한 분위기
▲ 중국 외교부의 우다웨이 부부장이 24일 한중 간 고구려사 관련, 5개항의 양해사항에 합의한 뒤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하면서 기자들의 질문을 피하고 있다. | ||||
한국 정부와 중국 외교부의 우다웨이(武大偉) 부부장이 24일 합의한 5개항 구두 양해사항의 핵심인 ‘학술적 차원의 해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번 합의와 거의 같은 내용은 불과 몇 달 전인 2월 13일에 있었다. 중국 외교부의 왕이(王毅) 부부장이 방한했을 때였다. 우리측이 동북공정 프로젝트의 문제를 제기한 데 대해 한·중 양국은 학술적 해결에 합의했다.
표현도 이날 합의와 거의 비슷한 고구려사 문제를 정치화하지 않으며, 학술단체의 연구를 통해서 문제를 풀어나가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후 이 합의를 그대로 믿은 우리 정부는 재단법인 고구려연구재단(이사장 김정배)을 출범시켜 학술적 대응에 나섰다.
또 정부는 이 문제를 중국과의 정무(政務)를 담당하는 아태국 동북아2과가 아닌 문화외교국 산하의 문화협력과 담당으로 넘겼다. 고구려사 왜곡문제를 말 그대로 학술문제로 대응하려는 체제를 갖춘 것이다.
그러나 중국은 지난 4월 외교부 홈페이지에서 고구려를 삭제하는 등 조직적으로 고구려사를 중국 역사에 편입시키기에 나섰다.
7월부터는 인민일보, 신화통신 등 관영 매체를 동원해 고구려를 중국의 지방 정권이라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일부 대학의 교재에도 이 문제가 반영되기 시작했다는 얘기가 돌면서 내년쯤 개정될 중·고교 교과서에까지 이를 반영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우리 정부는 7월 초부터 한국 언론이 중국 정부가 조직적으로 나서서 고구려사를 왜곡하는 현상을 본격적으로 보도한 후에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이 문제의 주무 부서를 다시 동북아2과로 변경한 것도 이때였다.
정부는 리빈(李濱) 주한 중국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항의하고, 박준우(朴晙雨) 아태국장을 중국에 파견,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중지 및 시정을 요구했다.
지난 6개월간 이 같은 일을 겪은 정부 주변에서는 한·중 양국이 발표문도 아닌 구두 합의사항을 통해서 이 문제의 학술적 해결을 합의한 것에 대해 반신반의(半信半疑)하는 분위기가 있다.
이날 구두 양해사항 합의를 브리핑한 외교부 고위 관계자도 이에 대한 질문을 받고 “시정하겠다는 약속을 받았으니 지켜보겠다”고 말했을 뿐이다. 이번 논의 과정에서 실천을 담보할 만한 장치가 마련된 것도 아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중국이 두 번씩이나 합의를 번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으나 약속이 지켜질 것을 확신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인용처:조선일보 2004.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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