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2월 중앙일보의 사주인 홍석현씨가 주미대사에 내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홍석현씨의
조세포탈과 그에 따른 사법처리를 알고 있는 외국인들의 반응(특히 미국인들의 반응)은 황당하다는 것이었다.
일반적으로 경제 선진국으로 알려진
나라들의 대부분은 탄탄한 조세운영 시스템을 가지고 있고, 조세범에 대한 처벌이 무거운데, 그 중에서도 미국의 조세
시스템과 조세범에 대한 처벌은 엄격하기로 유명하다. 미국의 국세청인 IRS(Internal Revenue Service)는 조세탈루 혐의자에
대한 합법적인 도청과 감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데, 그 수준이 CIA와 FBI와 같은 정보기관 이상으로 알려져 있을 정도다. 이런 미국에
조세포탈 전력이 있는 홍석현씨를 대통령의 대리인으로서 한국을 대표하는 “대사”지위를
부여하여 파견한다는 것은 홍석현씨의 행위를 아는 미국인들에게 “엽기적인
행위”로
받아들여지기 충분한 것이라 생각한다.
홍석현씨에 대한 주미대사
내정은 2004년 12월 당시 노무현정권 내부에서도 만만치 않은 반발을 야기 시켰는데, 돌이켜 보면 노무현정권에
의해 행해진 “기행”에 가까운
인사가 한두 번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2002 대선국면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이회창과 한나라당에 줄선 수구세력에 의해 탄압을 받았다. 있는돈 없는돈 다 모으고
호주머니 털어 노무현 당선을 위해 내놓은 사람도 있고, 생업과 직장을 뒤로하고 노무현 당선을 위한 자원봉사에 참여한 사람도 있으며, 몇 천원이
없어 굶어가며 선거운동을 한 사람도 있었다.
그런데 노무현정권의 기이한
행동은, 정권 출범후 정권 창출에 공헌을 한 사람들을 소외시키고, 선거기간 내내 이렇다 할 공헌 없이 “부산-경남
뒤비졌다”라는 공수표와 허풍 남발로 지새운 사람들을 중용했다는 것이다. 노무현정권은 한발 더 나가, 소위 “권력기관”이라 불리는
국정원-군-검찰-경찰에 대한 물갈이 인사를 하면서, 대선당시 이회창-한나라당 성향으로 알려진 인사들을 대대적으로
중용했는데, 이는 노무현정권의 방향성이 무엇인지를 나타내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노무현정권의 탄생을 가능케
했던, 진보-개혁세력, 호남정치권을 중심으로 한 반영남패권주의 세력의 열망을 저버리고, 영남패권주의세력에 아부하며
삼김시대 이후 공석이 된 “영남지역의
맹주”가 되는
것이 소위 그들이 말하는 “로드맵”의 실체라
필자는 생각하며, 홍석현씨의 주미대사 기용역시 이 범주에 속하는 일이라 판단한다.
이런 관점을 고려하면, 아직까지 노무현정권의 실체와 방향성을 깨닫지 못하는 세력, 또는 알고있지만 모른척하는 세력에 의해 미약하게 제기된
홍석현씨에 대한 비토는, 홍석현씨의 기용이 가져 다 줄 막대한 이득에 비하면 논할 가치도 없는 것이었으리라
생각된다.
노무현정권은 홍석현씨를 둘러싼
부동산 관련 의혹, UN사무총장에 대한 과도한 욕심 등으로 야기된 부정적인 여론을 감내하면서 홍석현씨에 대한
애정을 과시해왔다. 그러나 MBC에 의해 폭로된 소위 “안기부 X파일”은
노무현정권이 막아낼 수준을 능가하는 것이다.
홍석현씨의 대사직 사퇴는 시기만이
문제일 뿐 기정사실화 되고 있는 상황이다. 홍석현씨의 중도하차는 노무현정권이 추구한 영남패권주의에의 야합과
중앙일간지의 엄호라는 달콤한 결실에 상처를 주는 것으로, 노무현정권에 의해 발생한 왜곡을 일부나마 시정하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면이 있으나, 그로 인해 발생한 문제점과 한국전체가 받은 피해를 생각하면, 시시비비를 정확히 가려 그 책임을 묻는 것이 순리라
생각한다.
홍석현씨가 가지는 문제점:
1. 조세포탈에 의해 사법처리 당한 전력이 있기에, 미국과 같은 조세범에 대한 처벌과 시장에 대한 재접근이 엄격한 국가에서
한국의 신인도를 격하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다.
2. 시기와 방법이 걸맞지 않는 과도한 UN사문총장 출마 의지 표명으로, 북핵위기의 해법을 위해 전폭적인 협조가 필수적인
코피아난 UN 사무총장과 그를 지지하는 세력으로부터 경계심을 유발시킬 수 있다.
3. 권력을 감시해야 할 “사회적공기”인 언론의 사명을 망각한, "안기부 X파일" 관련 내용이 언론에 알려짐으로써
한국에 대한 공신력을 급격히 깎아먹은 상황.
홍석현씨가 가지는 문제점은 별다른 정보망이나 분석팀이 없는 필자와 같은 사람들에게도 쉽게 파악되는 것으로, 막강한 정보력과
다수의 보좌진을 보유한 노무현정권이 이런 문제점을 사전에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지난 1월 정동영 장관은 시사저널과의 인터뷰를 통해 “홍석현씨의
기용은 노무현 대통령의 아이디어”라
말했다. 이것이 사실인가?
노무현정권은 누구의 주도에 의해 홍석현씨가 기용됐는지 밝히고, 홍석현씨에 의해 발생한 국가적 손실에 대한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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