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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값 된 사과, 왜 수입 안되나? 7가지 의문[세종팀의 정책워치]

鶴山 徐 仁 2024. 3. 15. 14:39

경제종팀의 정책워치

 

금값 된 사과, 왜 수입 안되나? 7가지 의문[세종팀의 정책워치]

  • 동아일보
  • 입력 2024-03-15 11:00

사과 값이 엄청 올랐습니다. 그냥 오른 정도가 아니라 통화 정책에 영향을 줄 수 있을 만큼 올랐습니다.

14일 한국은행은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 “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으로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통화 긴축 기조를 충분히 장기간 지속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물가가 아직 높으니 금리를 섣불리 내리지 않겠다는 겁니다. 한은이 말하는 물가 상승률 목표 수준은 2%입니다. 지난달 물가 상승률은 3.1%였는데요. 상승률이 만약 2%대였다면 어땠을까요?

1년 전보다 71.0%나 오른 사과 값은 소비자물가를 0.16% 포인트 밀어올렸습니다.(지난달 사과 물가 상승 *기여도 0.16) 사과 가격이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면 물가 상승률은 2.9% 수준이었을 겁니다. 만약 사과 값 상승이 없었다면 물가는 지난달(2.8%)에 이어 두 달 연속 2%대를 이어간 셈입니다.

이 정도면 급등한 사과 값이 통화 정책에 변수로 작용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 같습니다. 물가 정책 주무 부처인 기획재정부 관계자도 “사과를 포함한 과일 값은 오름세가 워낙 강하고 전체 물가에 대한 기여도가 높아 특별히 예의주시하는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기여도: 기여도는 물가 조사 대상 품목의 가격 변동이 전체 물가가 어느 정도 영향을 줬는지 나타내는 지표. 458개 조사 대상 품목의 기여도를 모두 더하면 해당 기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됨.

사과가 그렇게 비싸면 값싼 외국 사과를 수입하면 되지 않을까요?

사실 이 기사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하기 위해 쓰는 겁니다. 바쁘실테니 ‘세 줄 요약’해드리자면,

1. 올해 안에 사과 수입은 어렵습니다. 수입까지 얼마나 걸릴지도 미지수입니다.
2. 수입이 늦어지는 건 외국산 사과가 한국의 검역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3. 우리 정부의 의지만으로 검역 절차의 속도를 내긴 쉽지 않습니다.

아직 의문점이 많으시죠? 저도 그랬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달 7일 장관 주재 긴급 간담회와 11일 기획조정실장 간담회를 통해 최근 사과 값 상승과 향후 대책에 대해 총 3시간 동안 브리핑했습니다. 두 차례 간담회에선 사과 수입 관련 질문이 말 그대로 쏟아졌습니다.

‘(수입까지) 얼마나 걸릴지도 모른다는 게 말이 되느냐. 5년 내, 10년 내 정도로 추정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

‘사과 수출국에 검역에 더 적극적으로 응하라고 요구할 수는 없는 거냐’

‘사과를 수입하는 쪽이 우린데, 왜 우리 의지대로 수입에 속도를 낼 수 없다는 거냐’

‘혹시 사과를 수입하려는 의지 자체가 없는 것 아니냐’

간담회에서 들은 내용과 일부 추가 취재를 통해 알게된 사실을 질의응답 형태로 정리했습니다.

Q1. 사과 수입 왜 안되나?

검역 때문입니다. 정확히는 한국에 사과를 수출하려는 나라 중에 우리가 제시한 검역 기준을 통과한 나라가 아직 한 곳도 없습니다.

과일 등 식물을 수출하려면 상대 국가의 수입위험분석 절차를 통과해야 합니다. 수출국 내에 있는 과수전염병이나 해충이 수입국으로 유입, 전파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농림축산검역본부는 한국에 사과를 수출하고자 하는 11개 국가를 상대로 수입위험분석을 진행 중입니다. 수입위험분석 절차는 동식물을 수입하는 모든 나라에서 시행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분석 절차는 185개국이 가입한 국제식물보호협약(IPPC)에 근거해 마련됐습니다. 총 8단계 분석 절차를 거치면 수입이 허용됩니다.

Q2. 사과 수입 언제쯤 할 수 있나?

수입위험분석이 끝나야 하는데, 현재로선 앞으로 얼마나 걸릴지 확언할 수 없습니다. 기존에 수입이 허용된 식물 76건의 경우 평균 8년 1개월이 걸렸습니다. 가장 단기간에 수입이 허용된 사례는 중국산 체리로 3년 8개월이 걸렸습니다.

Q3. 사과에 대한 수입위험분석은 언제부터 하고 있나?

호주가 1989년 처음으로 요청해 진행 중입니다. 이후 일본이 1992년, 미국이 1993년 위험분석을 요청해 진행 중입니다. 11개 국가 중에는 일본이 8단계 중 5단계까지 와서 가장 진행이 많이 됐습니다. 좀 전에 국내 수입이 허용된 76개 식물에 대해 수입위험분석에 걸린 시간이 평균 8년1개월이라고 말씀드렸죠. 사과는 가장 먼저 요청된 호주를 기준으로 35년이 지난 겁니다.

Q4. 사과가 유독 수입위험분석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이유가 있나?

우리가 수출국에 제시하는 기준을 수출국 측에서 맞추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수입위험분석 과정은,

①수입국이 해당 식물의 위험성에 대해 평가하고

②수출국이 위험 요인에 대한 관리 방안을 제출한 뒤

③앞의 두 과정을 바탕으로 수입허용기준을 마련해 이를 고시 및 발효

하면 끝납니다.

사과를 예로 들면, 한국 검역본부는 사과에 피해를 주는 병해충으로 과실파리류, 잎말이나방류, 과수화상병 등을 식물방역법상 금지병해충으로 지정하고 수입위험분석에 적용합니다. 예를 들어 일본 사과에서 과실파리가 발생했다는 기록을 검역본부에서 확인하면, 일본 측에 수출 시 과일파리 방역 대책을 요구하고 일본이 이에 응하면 이를 수입허용기준에 적용하는 겁니다.

그런데 이게 말처럼 간단하지가 않습니다. 수출국 측에서 우리가 요구하는 바를 들어주지 않거나, 우리 요구 자체가 잘못됐다고 대응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우리가 일본 사과를 수입할 경우 200개 병해충이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이중 30개 위험 병해충에 대해 어떤 조치를 할 건지 관리 방안을 제출해달라고 했다고 칩시다. 그런데 수출국인 일본에선 30개 병해충 중에서 20개에 대해서만 인정하고, 나머지 10개 병해충은 자국 내에서 발견된 적이 없다고 대응합니다. 이러면 협상이 더 나아가지 못하고 사실상 중단되는 셈입니다.

현재 한국에 사과 수출 의사를 표시한 11개 국가들은 대부분 이런 협상 과정의 중간에 놓여 있다고 보면 됩니다. 우리 검역본부가 해당 국가의 연구 자료와 언론 기사 등을 뒤져 국내 농가에 위협이 되는 병해충을 찾아내 제시하면, 수출국 입장에선 이를 인정하고 대응방안을 마련하거나 인정하지 않고 버티거나 한다는 겁니다.

Q5. 우리가 수출국 측에 협상에 적극적으로 응하라고 요구할 수는 없는 건가

물론 협상 전략에 따라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만, 효과가 의문입니다. 사실 사과를 포함해 식물을 수출하려는 국가 입장에서는 자기 나라에 위험 병해충이 있다고 인정하는 것 자체가 큰 리스크입니다. 과실파리가 한국에 위험하다면, 사과를 키우는 다른 나라에도 마찬가지로 위험하니까요.

앞서 위험분석 절차가 끝나면 수입허용기준을 고시한다고 말씀드렸는데, 여기엔 관리 대상이 되는 병해충 목록이 모두 제시됩니다. 그럼 이걸 모든 나라가 알 수밖에 없고, 수출국 입장에선 다른 모든 검역 협상에 차질이 생길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쉽게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겁니다.

그래서 검역 협상은 수출국의 의지가 상당히 많이 작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자국에 위험 병해충이 있음을 인정하는 리스크를 안으면서도 반드시 수출해야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있다면 수출국은 더 적극적으로 위험분석에 응할 겁니다.

뉴질랜드 측에서 한국 감귤에 대해 제시한 우려 병해충 목록. 농림축산검역본부.

한국은 감귤 농가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뉴질랜드에 감귤 수출을 1999년부터 24년간 추진해 지난해 수출을 성사시켰습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은 국산 감귤에 20가지 위험 병해충이 있음을 인정하고 수출 시 관리방안을 마련해 제시했습니다.

뉴질랜드로 수출되는 감귤은 200ppm 농도의 차아염소산나트륨 용액에 2분 간 완전히 담그거나 85ppm 농도의 과산화초산 용액에 1분간 담갔다가 내보내야 합니다. 또 이마자릴과 티아벤타졸로 표면 살균까지 거쳐야 합니다.

사과 얘기로 돌아가면, 한국에 사과를 수출하려는 11개 국가 중에는 아직 우리가 제시한 기준을 맞춘 나라가 없는 겁니다.

우리의 기준이 높은 걸수도 있고, 우리가 뉴질랜드에 감귤을 수출할 때만큼 적극적인 사과 수출국이 없는 걸수도 있습니다. 결국 수출국의 정책적 의지가 중요한 셈인데, 우리 정부가 요구한다고 해서 없던 의지가 생기진 않겠죠.

Q6. 우리가 검역 기준을 낮출 수는 없나

쉽지 않습니다. 사과는 우리나라 과일 생산의 25%를 차지해 전체 과일 중 비중이 가장 높습니다. 그만큼 위험 병해충이 들어왔을 경우 피해가 다른 과일에 비해 훨씬 큽니다.

사과에 발생하는 병해충은 다른 작물로도 옮겨갈 수 있습니다. 이러면 국산 과일 수출에도 제동이 걸립니다. 없던 병해충이 생겼으니 추가 관리 방안을 만들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면 다시 수출이 재개되는 데 긴 시간이 걸립니다. 과수 산업 생태계 전반에 악영향이 발생할 수 있는 겁니다.

과거 국내에 불법 반입된 묘목을 통해 과수화상병이 유입돼 2015년부터 국내 사과, 배 나무 등이 피해를 입은 적이 있습니다. 2015년 처음 발생한 뒤 지난해까지 총 34개 시군으로 확대됐고, 매년 평균 247억 원의 손실보상비용과 365억 원의 방제비용이 소요됐습니다.

Q7. 사과 농가의 반대도 신경 쓰이는 건 아닌가

정부가 공식 인정한 적은 없지만, 국내 사과 농가 보호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게 정부 안팎의 의견입니다. 지난해 사과 생산량이 평년보다 30% 가까이 줄어서 올해 사과 값이 고공행진하고 있습니다만, 올 가을엔 사과가 풍년이라 가격이 급락할 수도 있습니다.

국산 사과 값이 떨어졌는데, 값싼 해외 사과까지 들어온다면 사과 농가엔 상당한 타격이 있을 겁니다. 앞서 말씀드린 검역 절차 때문에 쉽지 않겠지만, 설사 단기간 내 사과 값을 내리기 위해 수입을 급하게 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장기적인 사과 가격 추이와 생산 동향을 고려하지 않은 채 수입이 이뤄지면 국내에서 비중이 가장 큰 과일의 농업 기반이 크게 흔들릴 수 있는 겁니다.

다만 정부가 대놓고 사과 농가를 경제적으로 보호하겠다고 말하긴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과도한 보호무역에 대해 제재를 가하는 세계무역기구(WTO) 방침 상 어디까지나 검역은 병해충 방지 목적이어야 하고, 철저한 과학적 근거 하에 이뤄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마무리

긴 기사 읽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독자 여러분께서 갖고 있던 의문점이 조금은 해소됐기를 바랍니다. 혹시 더 궁금한 게 있으시다면 댓글로 달아주시거나 기사 하단에 제 메일 주소가 있으니 보내주세요. 추가 취재해 답변드리겠습니다.

조응형 기자

세종=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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