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101] 전쟁
Simon & Garfunkel ‘Scarborough Fair/Canticle’(1966)
입력 2022.02.28 03:00
<Scarborough Fair/Canticle>(1966), Simon & Garfunkel
“나는 평생 우크라이나인들에게 웃음을 주고자 모든 것을 다해왔다. 그것이 나의 사명이었다. 이제 나는 우크라이나인들이 최소한 울지 않도록 하기 위해 모든 것을 다할 것이다.”
우크라이나 TV 시트콤 ‘인민의 종’의 제작, 연출, 각본, 주연을 맡아 국민 드라마로 만든 코미디언 출신 우크라이나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는 2019년 취임식 연설에서 이렇게 자신의 소명을 천명했다. 평범한 역사 교사가 부정과 부패로 얼룩진 정치판에 들어와 대통령직에 오른다는 이 시트콤 스토리처럼 그는 단숨에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다. 그가 창당한 정당 이름은 바로 이 시트콤의 제목이다.
그러고 3년이 흐른 지금, 우크라이나는 20만에 육박하는 러시아군의 침공으로 수도 키예프는 풍전등화이고, 나토나 미국의 군사 개입은 거의 가능성이 없는 절망적인 상황이다.
미국은 그에게 대피를 권고하며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자신에게 필요한 것은 대피할 운송 수단이 아니라 탄약이라며 수도에 남아 결사 항전의 의지를 밝혔다. 이런 젤렌스키 대통령의 결연한 의지는 러시아 정부를 난처하게 만들고 있다. 우크라이나 침공의 명백한 제1 타깃은 다름 아닌 젤렌스키인데 그가 최후까지 우크라이나군, 시민과 함께 수도를 지키다 전사한다면 영원히 순국의 영웅으로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연말에 뉴욕타임스마저 그의 정부를 아마추어 정치 집단이라고 조롱했지만, 그는 지금 푸틴을 향해 그리고 세계를 향해 최후의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전쟁은 참혹하다. 사이먼과 가펑클이 스코틀랜드 민요에 얹어 1966년에 읊었던 것처럼 ‘장군은 병사들에게 살육을 명령하고/ 잊힌 지 오래인 대의를 위해 싸우라고’ 한다. 병사들이 총을 깨끗이 닦고 있는 숲의 언덕 한편엔 전쟁의 나팔 소리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어린 소년의 주검이 놓여 있다. 그냥 아름다운 하모니라고만 생각했던 ‘스카버러 시장’엔 이런 처연한 묵시록이 숨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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