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통령 아닌 후보들이 연금 개혁 합의, 文처럼 무책임한 사람은 없었다
조선일보
입력 2022.02.05 03:26
여야 대선 후보들이 첫 TV토론에서 이구동성으로 연금개혁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문 정부 초기 보험료율 인상, 연금수령 나이 늦추기 등이 포함된 연금개혁안이 마련됐으나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고 퇴짜를 놓은 뒤, 연금개혁이 실종됐다. /뉴스1
여야 4당 대통령 후보들이 첫 TV 토론에서 이구동성으로 “국민연금 개혁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까지 “100% 동의한다”고 말했다. “4명이 공동선언을 하자”는 안철수 후보의 제안에도 모두 동의했다.
대선 국면에서 여야 후보 전원이 의견 일치를 이루는 일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도 국민연금 개혁에 모두가 동의한 것은 이 사안이 그만큼 절박한 국가적 과제이기 때문이다. 현행 국민연금 구조는 적게 내고 많이 받도록 설계된 데다 저출산 고령화로 현재 900조원 쌓여있는 기금이 2056년이면 바닥 나게 돼 있다. 필연적이다. 그 뒤부터는 그해 걷은 돈으로 연금을 지급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지금의 기성세대가 젊은 세대 몫을 빼앗는 거대한 세대 착취다.
그래서 역대 정부는 연금 수령 시기를 늦추거나 수령액을 줄이는 등 기금 고갈 시점을 늦추려고 노력했다. 모두 인기 없는 조치였지만 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집권 5년 내내 연금 개혁을 외면했다. 그냥 외면한 정도가 아니다. 문 대통령은 2018년 11월 국민연금제도발전위와 복지부가 보험료를 더 내는 내용의 개혁안을 보고하자 “보험료율 인상은 국민 눈높이와 맞지 않는다”면서 이를 걷어찼다. 이후 청와대는 국민연금 개편안 정보 유출자를 색출한다며 복지부 간부들 휴대폰을 뒤지기까지 했다. 파국이 뻔히 다가오는데도 자신은 인기 없는 일을 하기 싫으니 다음 대통령이 하라는 것이다.
그렇게 연금 개혁을 막아 놓고 정권 필요에 따라 국민연금을 도구처럼 이용했다. 전문가를 기용하던 역대 정부와 달리 문 정부는 총선에서 낙선한 여당 정치인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에 앉혔다. 기업 군기 잡기에도 국민연금을 동원했다. 국민 노후를 책임지는 연금을 정치적으로 오염시킨 것이다.
연금 개혁이 5년간 방치된 결과 기금 고갈 시기가 앞당겨졌다. 이대로면 1990년대생 이후가 연금을 받는 2056년부터는 연금 가입자들이 수입의 30% 가량을 보험료로 내야 연금 지급이 가능하다. 불가능한 일이다. 문 대통령이 바보가 아닌 이상 모를 리 없다. 역대 대통령도 많은 문제가 있었지만 피할 수 없는 국가 현안에 대해선 최소한이라도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왔다. 문 대통령처럼 무책임하고 자신밖에 모르는 경우는 없었다.
'國際.經濟 關係' 카테고리의 다른 글
[Why Times 정세분석 1276] 中 연구소의 고백, "中 미래가 안 보인다!" (2022.2.5) (0) | 2022.02.05 |
---|---|
[오늘과 내일/김용석]‘삼성전자’ 본사가 미국으로 가고 있다 (0) | 2022.02.05 |
EU “원전은 친환경”… 한국만 거꾸로 가선 안 된다 (0) | 2022.02.05 |
[Why Times 정세분석 1275] 남중국해 떨어진 F-35C, 인양작전 시작 (2022.2.4) (0) | 2022.02.04 |
쌓이는 정부부채, 신정부의 재정정책은? (0) | 2022.02.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