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모욕죄 고소당한 청년 “성찰해야 할 사람은 문 대통령”
조선일보
입력 2021.05.06 03:22 | 수정 2021.05.06 03:22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4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9년 대통령 비판 전단 배포 시민에 대해 처벌 의사를 철회하도록 지시했다"고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자신을 비방하는 유인물을 뿌린 30대 청년을 모욕죄로 고소했다가 취하했다. 청와대 대변인은 “이번 일이 허위 사실 유포에 대한 성찰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얼마든지 대통령을 욕해도 된다’ 해놓고 뒤로는 국민을 고소한 이중성과 위선을 반성하기는커녕 도리어 국민에게 성찰을 요구한 것이다. 비난 여론에 물러나면서도 마치 아량을 베푸는 시늉을 한다. 대변인은 비슷한 일이 벌어질 경우 대응에 대해 “개별 사안에 따라 신중하게 판단할 예정”이라고 했다. 앞으로도 얼마든 고소할 수 있다는 뜻이다. 국민을 협박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자 모욕죄로 고소 당했던 김모씨는 “복잡한 근대사를 진영의 이익을 위해 멋대로 재단하며 국격과 국민의 명예, 국가의 미래에 악영향을 미치는 정치적 행위에 대한 성찰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성찰해야 할 사람은 오히려 문 대통령’이라고 반격한 것이다.
김씨는 2019년 7월 국회에서 ‘북조선의 개 한국 대통령’ 표현과 ‘여권 인사 등이 친일파의 후손’이라는 내용이 담긴 유인물 수백 장을 뿌린 혐의로 2년여에 걸쳐 경찰 수사를 받고 재판에 넘겨질 처지가 됐다. 김씨는 ‘대통령에게 사안이 보고됐는데 표현이 심각해 꼭 처벌을 원한다’는 말을 경찰에게서 들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과거 “국민은 얼마든지 권력자를 비판할 자유가 있다. 그래서 국민 불만을 해소하고 위안이 된다면 좋은 일”이라고 했다. 그래놓고 모욕죄로 일반 국민을 고소하고 ‘꼭 처벌을 원한다’고 한 것인가.
여권 의원들은 지난달 모욕죄를 폐지하는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표현의 허용 여부를 국가가 재단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조국씨는 논문에서 “사회적 강자인 공인이 명예를 침해받았다고 형벌권을 동원하면 표현의 자유 제약”이라고 했다. 그래놓고 문 대통령이 모욕죄로 일반 국민을 고소한 것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도 없다.
대학 캠퍼스 내에 대통령을 풍자하는 대자보를 붙인 청년들은 ‘건조물 무단 침입’으로 유죄 판결까지 받았다. 대통령에게 대북 정책 항의 표시로 신발을 던진 시민도 집요한 보복을 당하고 있다. 입으로는 민주주의를 말하면서 실제 행동은 독재 정권보다 더했다. 이번 일을 성찰의 계기로 삼아야 할 사람들은 문 대통령과 허울뿐인 민주화 세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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