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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호 “김정은, 제 발로 서서 사진 한 장 찍을 수 없는 상태”[논설위원 파워 인터뷰]

鶴山 徐 仁 2020. 4. 29. 20:30

태영호 “김정은, 제 발로 서서 사진 한 장 찍을 수 없는 상태”[논설위원 파워 인터뷰]

이진영 논설위원   입력 2020-04-29 03:00  수정 2020-04-29 07:18




탈북민 첫 지역구 국회의원 당선된 통합당 태영호


태영호 21대 국회의원 당선인은 “북한 사람들에게 가장 익숙한 남한의 지명이 서울, 종로, 강남 세 곳이다. 태영호가 그중에서도 풍요로움의 상징인 강남 주민의 선택을 받았다는 소식이 북한에 흘러들어 가면 통일을 위한 새로운 흐름을 만드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이진영 논설위원


《의식불명설, 코로나19 대피설, 건재설…. 11일 노동당 정치국 회의 주재 후 사라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행방을 놓고 온갖 추측이 나돌고 있다. 정부는 “특이 동향이 없다”고 했지만 태영호(58) 미래통합당 국회의원 당선인은 “대단히 이례적인 점이 많다”고 반박했다. 탈북민 출신으로 첫 지역구 의원이 되는 그와 선거 이야기를 하려고 만났는데 김정은 이야기가 더 길어졌다.》

○ “김정은 건강 이상설, 휴민트 없어 韓美는 모른다”

―김정은에게 무슨 일이 있는 건가.


“신변에 이상이 생긴 건 맞다. 15일 금수산태양궁전의 태양절(김일성 생일) 참배엔 무조건 나와야 한다. 김씨 일가가 김일성 참배를 안 한다는 건 크리스천이 크리스마스를 그냥 지나치는 것과 같다. 사진 한 장 찍는 건 일도 아닌데 그것도 못 했다는 건 일어설 수 없는 상태에 놓여 있다는 뜻이다.”

―노동신문에는 태양절 참배 보도 이후 김여정 최룡해 등 최고위급 인사들의 동정도 사라졌다.


“15일 이후 김재룡 내각 총리만 노동신문에 한 번 등장했을 뿐이다. 김정은의 건강이 심각하지 않다면 핵심 간부들의 활동 소식은 노동신문에 나와야 한다. 김정은 주변에 가 있거나 아니면 마음 놓고 나올 상황이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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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알지만 말할 수 없다”고 했다.

“난 모르고 있다고 생각한다. 정찰위성으로 김정은의 차량이 어디 있는지는 알 수 있지만 그 차량에 김정은이 타고 있는지는 휴민트(사람을 통해 얻은 정보)가 없어 알 수 없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그런 정보력은 없다고 본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7년 1월 정부가 김정은 참수 부대를 창설한다고 발표했다. 미군이 올해 초 킬러 드론으로 이란의 2인자인 가셈 솔레이마니를 정밀 타격했을 때 김정은이 가장 무서웠을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김정은 집무실이 있는 평양의) 3층 서기실은 딱 분리돼 있어 북한에서도 그 안 사정을 알 수가 없다. 김정은은 공군력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평양 중심지에서 멀리 떨어진 강동군에 산다. 산세가 묘해 헬기도 들어가지 못하는 곳이다. 평양으로 출근할 때는 반경 4km 안에는 누구도 접근할 수 없는 1호 도로를 이용한다. 옥류관 주변에 이르면 터널을 통해 집무실로 드나든다. 나도 김정일 김정은의 승용차를 본 적이 없다. 휴민트가 없으면 아무리 현대적 기술이 있어도 안 된다.”

―중국 의료진이 북한에 들어갔다는 보도가 있다. 북한엔 김정은이 몸을 맡길 만한 의료진이 없는가.


“없다. 그리고 중국 의료진이 가서 치료하는 것도, 그걸 외부에서 안다는 것도 있을 수 없다. 만약 의료진이 들어갔다 해도 중국 정부가 절대 확인해주지 않는다. 북한 간부들은 중국에 나와 치료를 받기도 하지만 김정은이 믿는 의료진은 프랑스와 독일이다. 김정은 생모인 고영희도 유방암에 걸리자 프랑스에 가서 치료했다.”

○ “급변사태, 미국에 뒤통수 안 맞을 자신 있나”

―25일 채널A에 출연해 김정은 유고 시 김정일의 이복동생인 김평일(66)을 주목하라고 했다.


“일단은 김여정 체제로 갈 것이다. 북한 역사상 권력의 첫 ‘수평 이동’인데 북한 체제는 수평 이동에 이론적으로 준비돼 있지 않다. 그리고 60, 70대인 지도부들이 30대인 김여정에게 ‘예예’ 할까. 그들은 김여정을 모른다. 김여정은 북한에 뿌리가 없다. 하지만 김평일과는 아이 때부터 학교도 같이 다니고 형 동생 하며 자란 북한판 태자당들이다. 이들이 가택연금 상태인 김평일을 내와서 결집한다면 김여정이 못 당한다.”

―북한에 사재기 바람이 불고 있다는데 김정은 변고설을 뒷받침하는 것 아닌가.

“그건 코로나19 때문이다. 북한은 한국과 같은 방역 시스템이 없어 전염병이 발생하면 국경을 봉쇄하고 이동을 중지시키는 수밖에 없다. 결국 경제가 돌아갈 수 없다. 예전과 달리 지금은 한국 미국 중국 모두가 힘들어 북한을 돕거나 북한 문제에 시선을 돌릴 여유가 없다. 북한 내부가 대단히 힘들어질 것이다. 힘들 때 패턴은 딱 하나다. 중국에 붙거나 한국으로 나온다. 연평도 포격 같은 큰 도발은 못 한다. 우리로선 한반도 정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신변 이상설을 제외한다면….”

―김정은이 멀쩡한 상태에서 ‘부재의 존재감’을 즐기고 있을지도 모른다.

“어디선가 한미가 어떻게 나오는지 지켜보고 있을 수 있지만 그럴 가능성은 낮다. 김정은의 상태가 어떻든 이번 기회에 급변사태 대응책을 준비해야 한다. 미국과 중국은 어떻게 나올까. 이승만 정권은 미국과 가까운 듯했지만 1950년 (미 극동방위선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애치슨라인 선포를 모르고 있었다. 미리 알았다면 트루먼에게 달려가 바짓가랑이라도 잡았을 텐데, 그랬으면 6·25전쟁 안 일어났다. 그거 모르다 미국에 뒤통수 맞았다. 미국이 일방적으로 자기 국익을 중심에 놓고 우리를 배제하지 않도록 우리가 미국에 안을 내 미중 간 합의하도록 해야 한다. 급변사태 시 핵은 무조건 미국이 가져가지만 미군이 압록강까지 올라가지는 않을 거라고 중국을 안심시켜 미중이 충돌하는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 “력삼동, 내래미안… 소수자 비하 발언에 여당 왜 가만히 있나”

2016년 8월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 시절 망명한 그는 미래통합당의 전략 공천으로 “문재인 정부의 사회주의화를 막겠다”며 서울 강남갑에 출마해 당선됐다. 외신은 고위 공직자 출신의 태 당선인과 꽃제비 출신인 지성호 당선인(미래한국당 비례대표)을 주목하며 ‘자유롭고 개방적인 민주주의 체제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북한 체제를 선전하던 최고위급 외교관이 한국의 국회의원이 됐다. 그것도 자본주의의 상징과 같은 서울 강남에서….

“집사람은 정치인이 되면 구설에 오르고 집안 내력 다 털린다며 말렸다. 평양외국어학원 동문들이 한국에 10명가량 있는데 ‘강남이 어떤 곳인 줄 아느냐. 일반 정서는 보수적이지만 학연 지연 혈연 없으면 절대 안 되는 곳’이라며 말렸다. 당선이 확정되고 나니 눈물이 났다. 3만5000명의 탈북민을 한 품에 안아주는 포용력, 이걸 보여줬구나 싶어 대단히 감사하다.”

―탈북민 출신 지역구 의원을 믿을 수 있느냐는 사람들도 있다.

“온갖 종류의 흑색선전이 있었다. 빨갱이를 공천했다, 이중간첩이다, 미성년자 강간범이다…. 나 개인에 대해선 이런저런 의견을 표명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력삼동, 내래미안 이런 건 소수자인 탈북민 비하 발언이다. (탈북민을 당선시킨 강남구를 조롱하는 뜻에서) 청와대 게시판에 ‘강남 재건축 지역에 탈북자 아파트 의무 비율을 법제화하자’는 청원이 올라와 13만 명이 동의했다. 명백한 소수자 차별인데 여당은 유감 표명도 하지 않았다. 장애인이나 여성 혐오 발언이 올라왔다면 가만히 있었을까. 북한 사람들이 다 들여다보고 있다.”

―재산 신고액 18억6500만 원도 화제였다.

“강연료와 ‘3층 서기실의 암호’(2018년 5월) 인세 수입이 많다. 정부가 출판을 금지한다는 가짜 소문이 돌아 21쇄까지 나갔다. 시간이 있어 강연 요청을 다 받았으면 더 벌었을 것이다.”

○ “빈부 격차, 북한이 남한보다 더 큰 듯”

―남한과 북한 모두 빈부 격차가 있다. 어느 쪽이 더 심한가.


“북한이 양극화가 훨씬 심하다. 평양을 벗어나면 한국의 1950, 60년대처럼 소달구지 끌고 가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평양시 중심에는 하루 저녁에 몇백 달러를 탕진하면서 사는 사람들이 있다. 한국에선 부를 합리화할 수 있다. 나 사장이야, 주식으로 벌었어, 하면서. 그런데 북한은 월급과 배급이 같은 사회주의 국가이니 부를 합리화할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부자가 존재한다.”

―기독교인이라고 들었다.

“교회를 정해 놓고 다니진 않지만 그렇다. 2018년 5월 국가안보전략연구원에서 나온 뒤 (고정 수입이 끊겼을 때) 강연 요청을 가장 많이 해온 곳이 교회였다. 성경책은 말투가 이해가 안 돼 읽기가 힘든데 한 학생이 ‘유물론자에게 성경은 어렵다’며 만화 성경책을 소개해줬다. 그걸 다 읽고 성경책도 읽고, 성경을 가정생활에 응용하는 법을 다룬 책도 읽었다. 그중 한 가지를 실천하고 있다. 집사람의 발을 씻어주는 것이다. 집에 말도 안 하고 연구원을 그만뒀더니 난리가 났다. 아내가 잔소리할 때마다 대꾸 않고 소래(세숫대야)에 더운물 받아 발을 씻어준다. 예수가 한 것처럼 가정생활을 하라는 가르침이다.”

―한국에 정착한 지 올여름이면 4년이 된다. 민주주의의 장점은 무엇일까. 코로나19와 같은 상황에선 중국과 같은 통제체제가 유리하다는 말도 있다.

“북한에서 본 한국은 경제적으로는 발전하고 정치적으로는 혼란스러운 곳이었다. 그런데 선거를 치러 보니 무질서 속에 질서가 있더라. 투표함 열리기 전까진 막 싸우다 뚜껑 열려 승부가 나는 순간 모두가 승복한다. 획일적이고 단일화된 것이 다양성을 절대 못 이긴다. 내 목소리가 의미 있게 쓰이는 곳에서 일하고 싶다.”

그는 예비후보자 등록부터 선거 유세까지 모든 과정을 영상에 담아 유튜브에 올렸다. 북―중 국경을 오가는 북한 무역상들이 “태영호가 어떻게 강남에서 됐느냐” “지역구는 뭐고 비례대표는 뭐냐”며 한국의 선거 문화에 관심을 갖는다고 한다. 서울에 온 지 4년이 채 되지 않아 18억 원대의 재산을 모으고 금배지를 단 그를 보며 북한 주민들은 ‘코리안 드림’을 갖게 될지도 모른다.
 
이진영 논설위원 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