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의 근심 있는 곳에 나를 불러 손잡게 하라(중략)
그대 있음에 삶의 뜻을 배우니, 오, 그리움이여그대 있음에 내가 있네.
나를 불러 그 빛에 살게 해.” 김남조 시인의 시 「그대 있음에」 중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이 철학의 근원적 질문에 대한 서구 철학의 답변은 끝없이 이어졌습니다.
기존의 서구 철학자들이 인간의 본질을 밝히는데 중점을 둔 것은 ‘이성’ 이었습니다.
인간은 이성적 존재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성만 가지고는 인간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인간을 더 이상 이성적 존재가 아닌 의지나 욕망, 충동 등 다양한 관점으로 해석하였습니다.
그러나 그 누구도 만족스러운 답을 주지 못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유대인 철학자 마틴 부버는 명저 「나와 너」에서 “삶은 만남” 이라고 하며,
관계의 개념으로 인간의 본질을 파악하고자 하였습니다.
인간은 인간과 더불어 있을 때 인간이라고 하며 ‘사이존재’로서의 인간을 말했습니다.
김남조 시인의 말처럼 네가 있음에 내가 있고, 내가 있음에 네가 있다는 것입니다.
부버에 의하면 인간이 세계에 대해 가질 수 있는 두 가지의 주요한 태도(혹은 관계)가 있습니다.
첫째는, ‘나-그것’의 관계로 표현되는 사물적인 관계입니다.
둘째는, ‘나-너’의 관계로써 표현되는 인격적 만남의 세계입니다.
이 둘 중에 자신이 어떤 관계를 형성하느냐에 따라 삶의 양상도 달라진다고 하였습니다.
‘나-그것’의 관계는 대상을 이용하는 비인격적 관계입니다. 이해관계 소유관계입니다.
‘나-너’의 관계는 서로가 전 존재를 기울이는 인격적 대화적 관계입니다.
부버는 이렇듯 ‘나-너’의 관계가 되는 것을 ‘만남’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어느 덧 ‘나-그것’이 된 관계를 ‘나-너’의 관계로 변화시킬 때
인간은 존재의 기쁨을 느낄 것이라 하였습니다.
하나님마저도 ‘나-그것’의 관계를 만들어 알라딘 램프의 종을 부리듯
자신의 욕망에 이용하는 우리들의 오만함을 질타하는 소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