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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일의 입] 문재인, 사면초가

鶴山 徐 仁 2019. 3. 11. 19:42

[김광일의 입] 문재인, 사면초가

김광일 논설위원  


입력 2019.03.11 19:00


올 봄 문재인 대통령이 사면초가다. 어디도 문 대통령 편이 없다. 문전박대 비슷하다. 미세먼지가 극성을 부린 지난 주 문 대통령은 "중국과 공조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그러자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과학적 ‘근거’를 대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한·중 양국이 공조할 수 있도록 하라는 공식 발언을 했는데, 시진핑 주석이 반응을 보이기는커녕 일개 외교부 대변인이 면박을 주고 퉁을 놓고 있다. 한국 대통령이 ‘공조’를 말했는데,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근거’를 대라고 한 것이다. 국민들 마음도 이렇게 민망하고 불편한데 청와대야 오죽하랴 싶다.

미·북 하노이 회담이 결렬된 직후인 다음 날 문재인 대통령은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의 재개방안도 미국과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엊그제 미국 국무부 당국자가 북한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과 관련된 문답을 주고받다가 한 기자로부터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에 대한 제재 면제를 검토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러자 국무부 당국자는 한마디로 "노(No)"라고 대답했다. 이 당국자가 익명을 전제로 브리핑을 한 것이기 때문에 실명을 밝히지는 않겠으나 우리 국민도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금강산·개성공단을 ‘협의’하겠다고 하자, 차관보급인 이 미국 당국자가 앞뒤 설명 없이 한마디로 ‘노’라고 묵살했다. 창피한 일이다.

국제사회에서 문 대통령이 ‘왕따’를 당한다는 얘기는 오래됐다. 재작년에는 문 대통령이 북한에 인도적 지원 800만 달러를 하겠다고 하자, 그해 9월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왕따를 당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영어로 "odd man out"이란 표현이다. 그 뒤로도 문 대통령이 중국에 갔다가 여러 끼니를 혼자 먹는 ‘혼밥 외교’라는 비아냥 소리를 들어야 했고, 작년 10월 ASEM, 아시아유럽 정상회의에서 정상들이 기념사진을 찍는데, 문 대통령을 기다려주지 않아서 사진에서 빠지게 된 일도 있었다.

이번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에서는 미국 입장이 완전히 빅딜로 돌아섰고, 파투가 날 수도 있다는 것을 우리 청와대는 그 30분전까지도 까맣게 모르고 ‘종전선언’ 가능성 같은 헛소리를 하고 있었다. 미국은 현재 문재인 정부와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하지 않고 있다는 반증이다. 문재인 정부는 미국 당국자로부터 직접 연락을 받는 게 아니라 현지 뉴스 보도를 보고 알게 되는 수가 대부분인 것 같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 가지 착각을 하고 있다. 김정은 편에 서면서, 김정은 입장을 대변하면서 미·북 사이의 중재자가 될 수 있다는 착각이다. 사실은,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은 신뢰해야만 김정은도 문 대통령을 중시한다는 점이다. 미국이 문재인 정부를 믿지 않고, 정보도 공유하지 않고, 개성공단·금강산에 한마디로 "노"라고 하는 상황이면, 김정은도 문재인 대통령을 중시하지 않고 "별로~"라고 무시할 수 있다. 트럼프에게 문 대통령이 아무런 설득력을 갖지 못할 때 김정은도 문 대통령에게 더 이상 기대지 않을 것이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과 연대해서 트럼프에게 맞설 수 있다는 착각을 했다. 김정은은 절대 그렇게 생각 안 한다. 그는 문 대통령이 트럼프에게 맞서기 보다는 트럼프를 설득해서 움직여주길 바란다. 문 대통령이 그런 힘을 잃는 순간 김정은은 문 대통령을 거들떠보지 않을 것이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김정은, 어느 한쪽에서 신뢰를 잃게 되면 다른 쪽도 떨어져 나간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하노이 회담 직전에 존 볼턴 안보보좌관이 서울방문을 취소하고 하노이로 직행했을 때부터 문 대통령은 사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아차렸어야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왕따’가 되는 상황이 되자 당장 아베 일본 총리가 "이젠 내가 김정은과 대화할 차례"라고 치고 나왔다. 실제로 코너에 몰린 김정은은 이제 문 대통령이 아니라 아베에게 중재를 해달라고 요청할 가능성도 있다. 문 대통령이 되고 싶다는 ‘중재자’ 역할은 힘도 있고 균형 감각도 있어야 심판관 노릇까지 할 수 있다. 중재자가 힘도 없고 사태 파악 못하면 바로 왕따 신세요, 외톨이가 되는 것이다. 앞으로도 ‘문재인 패싱’이 계속될까 걱정이다.

*조선일보 김광일 논설위원이 단독으로 진행하는 유튜브 ‘김광일의 입’, 상단 화면을 눌러 감상하십시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3/11/2019031102047.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