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공사는 제2차 북미정상회담을 위해 베트남을 방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첫 공식 일정으로 북한대사관을 찾은 이유에 대해 ‘극비리에 작전 논의를 하기 위함’일 것으로 분석했다.
태 전 공사는 27일 채널A 뉴스TOP10에 출연해 “북한 대사관 내부에는 도청을 차단하는 방음 시설이 있다”면서 “미국은 방음텐트를 가지고 움직이면서 그 안에서 작전 회의를 하지만 북한은 대사관에 들어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주 중요한 문제를 토의해야 하는 상황에 이게 도청이 되면 큰일이라 대사관 내부에서 최종 합의문에 들어갈 내용 등에 대해 작전 토의를 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태 전 공사는 또 다른 이유로 최근 조성길 전 이탈리아 주재 북한 대사대리의 딸 강제 북송설이 있는 가운데, 김 위원장이 대사관을 방문해 외교관 가족들과의 기념사진을 공개함으로 가족들이 잘 있다는 것을 어필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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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김 위원장이 대사관에서 찍은 기념사진을 보고 놀랐다”며 “자녀들이 많은 모습을 보여주어 외교관 자녀들을 다 본국으로 소환했다는 소문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비록 이런 외교관 망명 사건이 있지만, 외교관 자녀들은 부모들과 잘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유럽에서 성장해서 어떤 식으로 홍보해야 한다는 것을 대단히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북한은 영변 핵시설이 매우 중요하다고 일관되게 주장하지만, 사실은 수명이 다한 시설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반면 금강산 관광 재개의 경우 엄청난 의미를 가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금강산 제재 해제는 '앞문'이고, 더 큰 건 중국과 러시아 제재를 푸는 '뒷문'이라며 한국의 금강산 관광만 풀어줄 명분이 없어서 뒷문도 열어줘야 하는 상황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만약 미국과의 협상에서 금강산을 열지 못하면 갈마 관광특구 같은 주력 사업이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에 북한으로서는 이번 협상이 아주 '남는 장사'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절대로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하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계속 회담을 벌이면서 작은 것 내주고 작은 것을 받고 하는 식으로 시간을 벌고 정권이 바뀌면 또 새로운 협상을 시도하는 방식으로 결국 파키스탄처럼 핵보유국을 인정받는 작전을 계획 중일 것으로 내다봤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