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내 머리를 꽉 잡고는 대추야자나무 쪽으로 돌렸다.
「똑바로 봐!」 아버지는 다시 명령했다. 목이 매달린 남자들이 내 시
야에 가득 들어왔다. 「목이 매달린 이 사람들은 죽을 때까지 네 머릿
속에서 절대로 사라지면 안 된다. 알겠지!」 「누가 그들을 죽였나요?」
「자유가 죽였어!」”
니코스 카잔차키스 저(著) 안정효 역(譯) 「영혼의 자서전 상」
(열린책들, 115쪽) 중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그리이스 작가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자서전 중에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이
이것입니다. 터키인들이 그리이스의 기독교인들을 무참히 살해했습니
다. 살육의 밤이 지난 후, 카잔차키스의 아버지는 어린 그를 데리고
대추야자나무가 있는 마을의 중앙 광장으로 갑니다. 그 나무에는 박
해를 받아 목이 매달린 사람들이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어린 니코스는
차마 그 광경을 볼 수가 없어서 아버지 뒤에 숨었습니다. 그러나 아버
지는 기어코 아들의 고개를 대추야자나무 쪽으로 돌렸습니다. 그리곤
말했습니다. “이 사람들을 잊지 말라!”
공포에 질린 니코스가 물었습니다. “누가 이들을 죽였어요?”
“자유가 죽였어!”
이 말이 니코스 카잔차키스를 이끌어가는 삶의 주제가 되었습니다.
그후 그는 ‘자유’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그리스인 조르바」를 저술
하였고, 미리 준비한 자신의 묘비명에 이런 글을 썼습니다.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다.”
물론, 그가 말한 ‘자유’는 성경이 말하는 ‘자유’와는 차이가 있
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어릴 적의 체험이 삶의 밑그림이 되는 경
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교회 주일 학교의 중요성이 여기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