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넋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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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서 은퇴생활을 하기 전까지는 가족처럼, 친하게 지내든 아내와 무척 가까웠던, 아내의 친구가 어제 암으로 먼저 하늘나라로 떠났다. 아내도 요즘, 병세가 많이 안 좋은 상태에 있지만 좀 무리가 돼도 서울로 문상을 위해 떠났다. 흔히 인생 여정을 일컬어 올 때는 순서가 있으나, 갈 적엔 순서가 없다고 하였으니, 아내의 친구도, 남편이 훨씬 나이가 많은 분임에도 건강하게 지내는데, 더구나 장관에다 국회의원 등, 고위 관료와 정치인으로, 특히, 자식들도 모두 제 몫들을 잘하고 있는 상황이니, 우리 사회에서는 일반적으로 성공한 가정에 속하는데, 백세시대를 운운하는 때에 팔순에도 이르지 못한 채, 투병의 얘기도 제대로 알기도 전에 세상을 떠나고 보니, 어제 아내를 공항에 데려다주고 집에 돌아와서도 왠지 인간의 세상살이가 그냥 뜬구름처럼 여겨지고 오늘 이 시간까지도 마음이 공허하고 허무할 뿐이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장수를 축복의 으뜸으로 꼽지만 이제 고희를 지나고 팔순을 바라보는 처지가 되니, 개인마다 저마다의 견해가 다르긴 하겠지만, 긴 인생 여정이냐 짧은 인생 여정이냐의 비중보다는 각자의 마음 가짐이 진정한 삶의 질을 결정하게 되고, 참 나를 깨닫게 만들어 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인생 여정에서 보다 중요한 것은 참 나를 깨달아 자신의 그릇에 만족하며 살아갈 수 있다고 하면, 인생 여정의 길고, 짧음이 무슨 관심사가 되고, 세상사 부귀영화라는 게 뭐 그리 중요한 문제일까 싶다. 아무리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요, 더불어 살아야 하지만 겉치레의 외현적 삶에 삶의 무게 중심을 두지 않게 된다면 그런대로 무리수 없이 비교적 초연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하지만, 역시 생각처럼 현실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으니, 사소한 갈등 속에서 살아가는 건 인간에게는 어쩔 수 없는 인간 삶의 한계 범주이고, 평범한 여정이라고 수긍하면서, 자신만의 인생 여정, 독자적인 역사를 만들어 가다가 조용히 한 세상을 마감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다. 이 나이 사람들은 거의가 병마의 고통만 제발 피하여, 자는 잠에 조용히 세상을 떠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은 모두의 한결같은 바람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