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 글은 <미디어펜>의 허락을 得한 뒤 게재하였습니다.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의 국정농단 사건이 실은 최씨를 이용해 한탕 하려던 고영태와 일당들의 미수로 끝난 사기극이었다는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동안 침묵하던 언론은 검찰이 갖고 있던 고영태와 관련자들의 녹취록을 보도하기 시작했다. 녹음파일은 고원기획 대표라는 김수현이 고영태 측근들과 대화를 나눌 때마다 녹음을 한 것으로 무려 2천여 개에 달한다고 한다.
이미 많이 알려진 사실이지만 김수현은 TV조선 이진동 기자와 특별한 관계다. 이 기자가 조선일보를 관두고 제18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했을 때 캠프 멤버였다. 김수현을 고영태에 소개한 이현정이라는 자도 이진동 캠프에서 김수현과 같이 일했던 관계였다.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이 두 사람이 모두 이진동 기자로부터 모종의 지시나 강력한 권유를 받지 않았나 싶은 강한 의심이 든다는 점이다.
이진동 기자 월간조선 인터뷰를 보면 맥락상 고영태가 대통령 의상제작실에 CCTV를 설치한 것은 이 기자의 아이디어에서 나온 것임을 알 수 있다. 또 김수현이 보통 사람들은 하지 않는 수 천 개의 대화 녹음파일을 갖고 있는 것도, 그와 이진동의 관계를 볼 때 이 기자의 어떤 조언이나 역할이 중간에 있었던 것이 아닌지 의심해 볼 수도 있다.
한쪽으로는 박 대통령과 연결이 돼 있는 최순실의 약점을 캐고 다른 한쪽으로는 고영태의 약점을 잡겠다는 의도가 충분히 느껴지기 때문이다. 아직 공개되지 않은 수많은 녹음파일이 있는데, 앞으로 TV조선 이진동 기자의 역할이 더 분명해지는 어떤 결정적인 증거물이 나올지도 모를 일이다. 어찌됐든, 8일 차은택 등에 대한 4차 공판에서 확인된 것은 고영태와 측근들이 최순실을 이용해 정부예산 36억원을 받아내 나눠가지려 했다는 정황이 녹음파일로 확인이 됐다.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둔갑한 고영태와 일당의 한탕 미수사건
또 고영태가 K스포츠 재단 사무총장을 쫓아내고 본인이 副사무총장으로 들어가 재단을 장악하겠다고 말하는 녹음파일도 공개가 됐다. 고영태는 지인과 농담한 것이라는데 이 대화가 있은 뒤에 실제로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 정현식씨가 재단을 떠났다고 한다. 고영태는 논리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 일방적 주장은 사실이라면서 자신이 불리한 녹음파일에 대해선 어처구니없게도 농단 운운하며 넘어갔다.
농담이 아니라는 건 또 다른 녹음파일에서도 드러나는데, 연합뉴스TV가 9일 단독으로 보도한, '내가 제일 좋은 그림은 뭐냐면, 이렇게 틀을 딱딱 몇 개 짜놓은 다음에 빵 터져서 날아가면 이게 다 우리 거니까, 난 그 그림을 짜고 있는거지…'와 같은 내용이다.
요컨대 고영태가 측근들에게 K스포츠재단을 장악해 해먹겠다는 의도를 지속적으로 밝혔던 것이다. 물론 고영태와 일당의 의도는 그저 의도로 끝났을 뿐 성공하지 못했다. 또 다른 녹음파일에서는 고영태와 일당이 최순실을 앞세워 관세청 인사에 개입해 이권을 얻으려 했다는 내용도 드러났다.
재판에서 드러난 사실을 간단히 요약하면 이렇다. 고영태와 일당들이 지속적으로 재단을 장악하려 시도했다는 것, 최순실을 앞세워 연구용역 등 정부예산을 따내려 했지만 하나 같이 뜻대로 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K스포츠재단과 미르재단이 고영태와 일당이 주장하는 것처럼 최순실의 것이었다면 그들의 집요하고도 줄기찬 예산타내기 시도가 번번이 좌절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의 증언이나 녹음파일을 보면 고영태가 최순실을 심리적으로 컨트롤하고 있었다지 않은가. 최순실이 고영태에 눈이 멀어 있는데도 정부의 예산 등 한탕 하려던 온갖 시도가 모두 통하지 않았던 것은 최서원이 재단의 주인이 아니었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상식적인 판단이다.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은 대통령 측이 일찌감치 설명한 것처럼 공익재단으로 누구 개인의 소유가 아니었던 것이다.
대통령 누명탄핵 주동자 검찰과 특검
마지막으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있다. 검찰이다. 검찰이 김수현의 2천여개의 녹음파일을 입수한 것은 작년 11월이다. 지금 공개된 고영태와 일당의 가증스런 재단 장악 의도라든가 최순실을 이용해 한탕 하려던 시도를 검찰은 진즉부터 알고 있었을 게 당연하다. 그러나 알다시피 검찰은 박 대통령의 뇌물죄와 직무유기 등 罪 엮기에만 혈안이었다. 필요한 자료만 언론에 흘려 탄핵여론을 끌어올렸다.
최순실의 국정농단이 아니라 최순실의 영향력을 이용해 한탕 해보려는 고영태 일당의 농단사건이라는 점을 충분히 알 수 있었을 텐데도, 오직 대통령을 공범자로 만드는 작업만 해왔을 뿐 사실관계를 객관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 더구나 특검은 고영태와 외부에서 따로 만나 조력을 받았다고 한다. 이건 무엇을 의미하나.
검찰과 특검이 이 말도 안 되는 억지탄핵 누명탄핵의 주동자이자 말도 안 되는 반란으로 나라를 흔든 공범이라는 점을 말해주는 것이다. 그러나 거짓의 둑은 이미 무너졌다. 고영태와 일당 그리고 검찰은 더 이상 변명과 거짓으로 국민을 속일 수 없다. 같잖은 언론플레이를 할 게 아니라 국민 앞에 사실을 고백하고 잘못된 부분을 지금이라도 바로잡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