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국책사업 혈세낭비> 중입자가속기 개발 6년만에 좌초위기…암 환자들 운다 |
등록일 | 2016-07-21 02:52:39 |
작성자 | 세금바로쓰기납세자운동 |
정상 세포에 손상을 입히지 않고 암세포만 파괴하는 의료용 중입자가속기는 '현존 최고의 암 치료기'로 불린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암과 힘겹게 싸우는 환자들로서는 부산 기장군에 들어선 중입자가속기치료센터에 큰 기대를 한다. 이런 기대가 물거품이 될 처지에 놓였다. 지금까지 1천억원의 혈세가 투입된 이 사업이 좌초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부산=연합뉴스) 조정호 기자 = 부산 기장군에 들어선 중입자가속기 치료센터. 중입자가속기치료센터는 사업이 추진된 지 6년만인 지난달 완공됐지만, 현재 건물은 텅 비어 있다. 핵심시설인 중입자가속기와 치료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원자력의학원은 2020년 중입자가속기로 암 환자를 치료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마저도 장담할 수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의료용 중입자가속기를 통해 기장을 암 치료 메카로 만들겠다는 계획도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암 환자 치료 시점이 불투명해지자 사업 추진 주체인 원자력의학원과 이를 관리·감독하는 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의료용 중입자가속기 치료 개념도 [연합뉴스 자료사진]
◇ 왜 '꿈의 암 치료기' 인가 의료용 중입자가속기는 탄소 입자를 빛의 속도(초당 30만㎞)로 올려 암을 치료하는 장치다. 암세포 부위에서 에너지가 절정에 이르게 해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는 의료장비다. 정상 세포에 영향을 주지 않고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게 핵심 기술이다. 암 치료에 걸리는 시간이 2∼5분이고 치료 횟수도 2∼8회에 불과하다. 치료 기간이 1∼2주 정도로 짧은 것도 의료용 중입자가속기의 장점이다. 기존 양성자·방사선 치료기와 비교할 때 부작용은 적고 치료효과는 훨씬 좋다. 이런 장점 때문에 일본 지바·효고·사가·군마병원, 독일 GSI·하이델베르크병원 등에서 의료용 중입자가속기를 운영하고 있다. 중국과 이탈리아 등에서도 중입자가속기를 의료에 활용하기 시작했다.
의료용 중입자가속기 치료센터 개념도 [연합뉴스 자료사진]
◇ 검증 안 된 방식 고집하다 '허송세월' 원자력의학원은 2010년 4월 의료용 중입자가속기 개발 사업을 착수했다. 올해 세계 최초로 사이클로트론 방식의 중입자가속기를 개발하고 임상시험을 거쳐 내년부터 환자 치료에 들어간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국비 700억원에 부산시와 기장군이 각각 250억원, 원자력의학원이 750억원 등 모두 1천950억원을 연차별로 투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원자력의학원은 2014년 5월 가속기 기종을 사이클로트론에서 싱크로트론 방식으로 변경하고 개발 사업 기간을 1년 연장했다. 사업 기간 내에 사이클로트론 방식의 중입자가속기를 개발해 환자 치료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결론이 나왔기 때문이다. 일본, 독일 등 외국에서 가동하거나 도입되는 중입자가속기는 모두 싱크로트론 방식이다. 검증이 안 된 사이클로트론 방식을 고집하다가 4년 만에 기종을 변경, 시간과 돈만 허비한 셈이 됐다. 123억원을 들여 세계 최초로 사이클로트론 방식의 중입자가속기를 개발하겠다는 계획이 물거품이 된 것이다.
◇ 한 푼 안 낸 원자력의학원 국비 700억원 중 지난해까지 496억원이 투입됐다. 부산시가 250억원, 기장군이 각각 230억원을 집행했다. 지금까지 1천억원에 가까운 예산이 투입됐지만, 원자력의학원은 한 푼도 부담하지 않았다.
(부산=연합뉴스) 조정호 기자 = 부산 기장군에 들어선 중입자가속기 치료센터 내부가 텅 비어 있다.
651억원이 들어간 '의료용 중입자가속기 치료센터'(지하 2층, 지상 2층, 총면적 1만2천879㎡)는 지난달 기장군 장안읍 동남권원자력의학원 뒤편에 들어섰다. 그러나 가속기와 치료시설이 없어 텅 비어 있는 상태다. 원자력의학원 분담금이 해결되지 않아 2018년까지 국비 200억원의 집행도 불투명하다. 기장군도 사업비 20억원의 집행을 미루고 있다. 국비와 원자력의학원 분담금 문제가 먼저 해결돼야 한다는 것이다. 원자력의학원은 350억원을 차입하고 부산지역 4개 대학병원 등으로부터 400억원을 투자받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원자력의학원의 부채가 639억원에 달해 차입도 쉽지 않다. 4개 대학병원도 각각 100억원을 투자하기에는 부담스럽다며 의료용 중입자가속기 사업 참여에 신중한 자세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문미옥 의원은 "국회가 감사원 감사를 청구해 1천억원에 달하는 혈세 낭비의 원인을 확인하고 정책결정자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원자력의학원 측은 "치료 시기가 계획보다 늦어졌지만, 분담금 700억원을 확보하는 대로 가속기와 치료시스템을 통합해 발주하면 2020년부터 치료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추진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 국내 선점 효과마저 빼앗기나 기장군 중입자가속기 사업이 차질을 거듭하는 사이 서울 연세의료원이 2020년 가동을 목표로 중입자가속기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기장군과 주민들은 "기장군 중입자가속기 선점 효과까지 빼앗길 위기에 처했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이승우 기장군의회 의원은 "대형 국책사업인 의료용 중입자가속기가 차질을 빚으면서 동남권 방사선 의·과학 산업단지 전체가 장기 표류할 위기에 처했다"고 말했다. 동남권원자력의학원 전경 [연합뉴스 자료사진]
◇ '수익창출 어려워' 지역의료계 지자체 협력 필요 중입자가속기는 현존하는 최고의 암 치료기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중입자가속기 사업으로 수익모델을 만들기 힘든 구조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거액이 투입되고도 하루 최대 10∼20여 명만 치료할 수밖에 없어 치료비가 적게는 1천만원에서 많게는 5천만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의료기술 발달로 저비용으로 암을 치료할 방법이 개발됐기 때문에 중입자가속기 치료비를 계속 고가로 유지하기 쉽지가 않다는 것이다. 민간 투자가 어려운 것도 이 때문이다. 동남권원자력의학원 뒤편 치료센터에 구축되는 중입자가속기는 서울에 있는 원자력의학원에서 주도해왔다. 500병상과 암전문 의료진을 갖춘 동남권원자력의학원과 협조체제를 구축하지 못하면 중입자가속기 치료센터에 별도의 의료장비와 의료인력, 병실 등을 배치해야 한다. 중복투자가 우려되는 대목이다. 중입자가속기가 계획대로 도입되더라도 이 장비를 관리하고 환자 유치, 치료계획 등 후속 사업에서 동남권원자력의학원과 지역 대학병원, 부산지, 기장군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출처 : 연합뉴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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