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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상] '지상낙원'서 '노예국가'로

鶴山 徐 仁 2016. 7. 21. 11:28

[만물상] '지상낙원'서 '노예국가'로


입력 : 2016.07.21 05:57


북한이 '낙원(樂園)'으로 불린 때가 있다. 반세기 전이다. 일본 조총련은 북한을 "인민의 열정과 창의에 의한 지상의 낙원"이라고 선전했다. "웃음과 노래가 시처럼 흘러가는 곳"이라고 했다. 차별받던 재일 동포들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일본 좌파 야당이 팔을 걷고 도왔다. '골칫거리' 한국인을 일본에서 쓸어내고 싶었던 집권 자민당도 부채질했다. 9만명이 넘는 동포가 그렇게 북으로 갔다.

▶북한 주민 2000여명이 '일본 제국주의에 학대당한 가난하고 불쌍한 동포'를 맞으려 청진항에 몰렸다. 당시 증언록을 보면 북송 동포와 북한 주민은 서로를 보며 함께 놀랐다고 한다. 지상낙원의 주민은 헐벗고 야위었다. 때로 얼룩진 북한 아이는 하의도 못 입고 있었다. 반대로 북송 동포는 북한 주민 눈에 천사처럼 보였다. "거짓말이었어!" 배에서 내리기도 전에 탄식이 흘러나왔다. 아이들은 "돌아가자"며 울었다. 북송 동포는 사상 개조와 감시 대상이 됐다. 순응하지 않는 자는 조용히 사라졌다. 그들이 끌려간 전용 감옥이 '생지옥'으로 유명한 요덕수용소다. 
북한정치범수용소 출신 귀순자 안혁과 강철환이 밝힌 수용소 지도. /조선일보 DB
▶조총련이 '지상낙원'을 떠벌리기 2년 전 북한에서 큰 사건이 일어났다. 북한 상업상(相) 윤공흠이 노동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이렇게 비판했다. "인민들은 헐벗고 굶주리며, 집도 없이 토굴 속에서 병마에 시달리며…." 이게 당시 북의 참모습이었다. 단상에서 끌려 내려간 윤공흠은 몇 년 뒤 아내와 함께 실종됐다. 정적이 몽땅 제거됐고 비판은 영영 사라졌다. 김일성만 남았다. 현실은 은폐되고 윤색돼 북한은 '지상낙원'으로 둔갑했다.

▶공산국가가 민주국가보다 잘하는 딱 한 가지가 '기만'이다. 북한 역시 세상을 귀신같이 속였다. 북송 동포는 이런 사기극의 가장 처참한 피해자들이다. 이들이 일본 친지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북한 실상이 세상에 알려진 건 역사의 아이러니다. 일본은 1980년대 들어서야 북한에 대한 미망(迷妄)에서 겨우 벗어났다. 어리석다고 하기에 켕기는 구석이 있다. 그즈음 우리 지식인 일부가 뒤늦게 주체사상에 물들어갔으니까.

▶미 공화당이 정강정책에서 북한을 '노예국가(slave state)'로 규정했다. 'slave state'는 과거 노예를 합법적으로 부리던 남부의 노예주(州)를 가리킨다. 노예제 폐지를 강령으로 창당한 정당이 공화당이다. 미국의 노예주는 링컨이 주도한 남북전쟁을 겪으며 사라졌다. 한반도의 노예국가는 어떻게 역사에서 퇴장시킬 수 있을까. 당시 미국과 같은 국민적 의지와 지도자의 비전이 있다면 불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북송선 탔던 70代가 청진항 도착하자마자 충격 받았던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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