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低성장 시대의 '행복 안전벨트'

鶴山 徐 仁 2014. 10. 7. 21:21

다산칼럼

低성장 시대의 '행복 안전벨트'

입력 2014-10-07 20:59:45 | 수정 2014-10-07 20:59:45 | 지면정보 2014-10-08 A38면

 

 

상대적 박탈감에 지치는 사람들
성장 없는 양극화 더 크게 부각돼
경제발전 더해 심리적 안정책 필요

 



윤창현 < 한국금융연구원장 chyun3344@daum.net >

 

 

 

되도록 건드리지 말아야 할 특별한 존재가 셋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첫째는 밥을 먹는 강아지다. 이는 속담에도 있는 말이다. 둘째는 개학을 앞둔 교수들이다. 긴 방학을 지낸 교수들은 강의와 연구가 금방 손에 잡히지 않아 신경이 곤두서 있기 때문이다. 셋째는 동창회에 다녀온 부인이다. 한 동창의 자녀들은 공부도 잘하는데다 좋은 대학에 들어갔고, 다른 동창은 학생 시절 별 볼 일 없었는데 좋은 남편 만나더니 호강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뭐지”하는 불만에 꽉 차있는 데 앞뒤 사정 모르고 “일찍 일찍 좀 다녀요”했다가는 십중팔구 핀잔을 듣기 십상이다.

우리 사회 내의 평등의식은 매우 강하다. 그러다 보니 상대와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비교의식이 강하게 작동한다. 물론 차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은 일종의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 따라잡기 위한 노력이 발전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비교의식이 지나치면 자꾸 위만 바라보게 되고 결국은 불행의 씨앗이 된다. ‘엄친아(딸)’ 얘기는 자녀들에게 상처를 준다. “‘내 친구 남편’은 돈도 잘 벌고 승진도 빠른데 당신은…”하며 시작되는 ‘내친남’ 스토리도 남편에게는 날카로운 비수가 돼 부부 사이를 갈라놓는다. 비교의식이 강한 만큼 비교당하기 싫어하는 심리가 작동하면서 마음에 상처를 준다.

이러다 보니 자신이 행복하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자꾸 많아진다. 우리 사회의 행복도가 매우 낮게 나오는 이유 중 하나는 이런 지나친 비교의식 탓이기도 하다. 스스로 만족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모두들 자기보다 상황이 나은 사람들만 쳐다보면서 불행해 하는 모습이 우리 시대의 자화상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우리 경제에 안 좋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저성장·저금리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저성장·저금리 시대에는 급여 증가율이나 투자 수익률이 낮아지게 된다. 월급은 잘 안 오르고 그나마 모은 돈으로 여기저기 투자해 놓고 힘들어 하는 사람들도 많아진다. 투자원금이 훼손될 가능성이 자꾸 커지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1%에도 꿈쩍 않던 사람들이 0.1% 수익률에 일희일비하는 모습도 보인다. 이제 더 많은 국민들이 자신의 어제보다 오늘이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고 느끼게 될 가능성도 커졌다. 주위를 둘러보면서 어제 자기보다 잘살던 사람이 오늘도 여전히 자기보다 잘살고 있다고 느낄 사람들이 훨씬 많아질 것이다.

전자가 시계열적인 측면을 의미하고, 후자는 횡단면적인 변화를 의미한다고 할 때 시계열적인 개선이 이뤄지면서 어제보다 오늘이 나아지면 횡단면적 격차가 주는 좌절감이 줄어들 수도 있다. 그러나 저성장으로 인해 시계열적 변화가 별로 없는 상황에서는 횡단면적 격차가 커다란 좌절감을 안기게 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양극화 문제가 더욱 크게 부각되는 이유도 이 부분 때문일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양극화를 줄이고 해소하려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우선적인 국가·사회적 과제가 돼야 한다. 이와 동시에 이런 상황에 대해 사회구성원들이 심리적 대비를 하도록 유도하는 것도 중요하다.

 

행복도는 ‘자신이 가진 것÷자신이 갖고 싶은 것’으로 산정할 수 있다. 따라서 ‘가진 것’이 아무리 커도 ‘갖고 싶은 것’이 더 크면 그 사람은 불행하다. 지나친 비교의식은 ‘갖고 싶은 것’을 불리면서 행복도를 줄여버린다. 하지만 ‘가진 것’이 좀 적더라도 ‘갖고 싶은 것’이 적당한 수준이라면 그 사람은 행복할 수도 있다. 따라서 각자의 노력과 좋은 경제정책을 통해 ‘가진 것’을 늘리는 노력이 이뤄지는 동시에 ‘갖고 싶은 것’을 어느 정도 조절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된다면 우리 사회의 행복도는 개선될 것이다.

안전벨트를 맨다고 사고확률이 줄어들지는 않지만 사고가 났을 때 적게 다치거나 안 다칠 수 있다. 저성장 시대의 도래를 맞아 우리 사회에 사회심리적 안전벨트가 절실한 상황이다.

윤창현 < 한국금융연구원장 chyun3344@daum.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