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4.10.02 16:53
유가족, 대통령, 정부… 전부 세월호로 큰 피해
모두가 다 피해자고 得 본 사람 하나 없는데 왜 피해자끼리 물고 뜯나
- 양상훈 논설주간
세월호 사고가 났을 때 이 일이 결국에는 시위와 농성으로 이어질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정치와 아무 관련없는 사고인데도 그런 생각이 든 것은 우리 사회에서 이런 문제가 결국 흘러가게 되는 코스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좋지 않은 예감이 잘 맞는다고 어김없이 정치투쟁이 벌어졌다. 참 이상한 일이다. 왜 우리는 우리끼리는 이토록 잘 싸울까. 서로 싸워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는 일, 모두가 피해자이고 그래서 다들 같은 편일 수밖에 없는 일에서까지 끝내 편을 갈라 물고 뜯어야만 직성이 풀리는지 알 수가 없다.
세월호 사고에선 돈을 더 벌겠다고 배를 불법 증축하고 허술하게 과적을 일삼았으며 화물을 더 싣기 위해 평형수까지 빼낸 기업과 그걸 눈감아준 사람들, 무책임한 선장 같은 이들만 가해자이고 나머지는 모두가 피해자다.
희생자와 유가족들은 말할 것도 없는 최대 피해자다. 그러나 대통령도 이 일로 국정 운영이 위태로울 정도로 지지율이 폭락했다. 많은 지지층까지 등을 돌려 사실상 레임덕 상태에 빠져버렸다. 대통령에게 이 이상 가는 피해가 없다. 총리·장관들도 평생 다시 겪기 어려울 만큼 힘들었고, 여당은 지방선거 분위기를 완전히 망치고 말았다. 해경은 해체 위기에 몰리고 다른 공무원들은 퇴직 후 이직(移職) 길까지 막혔다. 일반 국민도 정신적 고통에 더해 얼어붙은 경기의 피해자가 됐다.
이렇게 모두가 피해자이고 득 본 사람은 아무도 없는데 왜 피해자끼리 갈라져서 쌍욕을 주고받아야 하는가. 이제는 유족들도 갈라졌다. 왜 비극적 사고가 아무 죄 없는 사람들끼리의 원한으로 이어져야 하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이런 경우를 보면 우리는 서로를 향한 분노와 원한을 풀 기회만 찾아다니는 사람들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지 않고서야 어떻게 전 세계의 그 수많은 한인회가 거의 예외없이 분열해 원수처럼 싸우고 있겠는가. 이제는 오랜 역사를 가진 일본의 민단(民團)마저 분열해 으르렁거리고 있다. 다른 민족은 외국에 나가면 단결해 이익을 추구하는데 우리는 우리끼리 싸운다. "중국인은 동업하면 사업이 두 배로 커지고 한국인은 동업하면 망한다"는 말은 미국에 사는 교포들에게서 들었다. 거의 격언(格言)처럼 돼 있는 말이라고 한다. 뉴욕타임스가 '세월호가 한국인들을 분열시켰다'고 썼지만 우리의 분열 역사는 그보다 더 길고 깊다.
필자는 워싱턴 근무 때 '미시 USA'라는 인터넷 사이트를 알게 됐다. 그 사이트 일부 회원들이 세월호가 마치 무슨 음모에 의해 침몰한 것같이 주장하는 광고를 미국 신문에 낸 것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생활 정보를 나누는 사이트의 회원들이 도대체 무슨 원한으로 고국에서 일어난 비극을 자신들의 분노를 푸는 기회로 삼아야 했는지, 무슨 한(恨)이 그렇게 커서 외국에까지 품고 나갔는지, 얼마나 증오심이 컸으면 세상을 정상적인 눈으로 바라볼 수도 없었는지 안타까울 정도다.
그런데 우리는 우리끼리가 아니라 외적(外敵)과 싸울 때도 이렇게 용감하고 희생적이며 치열했을까. 수많은 외적의 침입을 당했고 때로는 큰 승전으로 그 침입을 물리치기도 했지만 불행하게도 우리 역사는 패전과 굴욕으로 점철돼 있다. 그 패전의 역사를 보면 대부분 적 앞에서 제대로 싸우지도 않고 먼저 무너져 내렸다. 만약 조선이 일본과 중국의 공격 앞에서 우리끼리 당파 싸움 할 때의 그 집요함과 집념으로 맞섰다면 침략을 능히 물리쳤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서로를 향한 적개심과 투쟁심을 외적 앞에선 10분의 1도 보여주지 못했다. 닉슨 미국 대통령은 마오쩌둥과 저우언라이를 만났을때 "한국인은 충동적이고 호전적"이라고 했다. 정말 우리에게 호전성이 있다면 그것은 외적을 향해서가 아니라 우리끼리 찌르고 할퀼 때였다고 할 수밖에 없다.
특별검사는 검찰 수사 내용이 믿기 어려울 때 도입하는 것이다. 세월호에 대한 검찰 수사에서 무엇이 믿기 어려운지, 무슨 문제가 있는지 아무도 설명하지 않고 무작정 특검을 하자고 한다. 지금까지 특검 거의 전부가 더 밝혀낸 것도 없이 세금만 낭비하고 끝났다. 더 밝힐 것도 없는 것을 더 밝히겠다고 한 것 자체가 난센스였다. 많은 특검이 진실이 아니라 상대를 공격하기 위해 도입됐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미 죽거나 감옥에 있는 사람들 외엔 세월호 사고로 득 본 사람이 없는데 무슨 음모가 있겠으며, 검찰이 무엇하러 세월호 사고 진상을 덜 파헤쳤겠는가. 아마도 특검에서 더 나올 것이 있다면 사소하고 지엽 말단인 몇몇 시빗거리일 것이다. 하지만 그걸로라도 까닭 모를 증오와 원한을 풀어야겠다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은 게 지금 우리 사회다.
우리는 이 분열을 극복하지 않고서는 우리 사회의 문제와 폐단을 영원히 제대로 고칠 수 없다. 그리고 우리가 지금과는 반대로 '외적과 싸우는 데는 귀신, 우리끼리 싸우는 데는 등신(等神)'이 되지 못하면 강대국들에 둘러싸인 나라가 자존(自尊)을 지킬 방도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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