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政治.社會 關係

여론조성과 여론조작

鶴山 徐 仁 2014. 6. 21. 22:10

여론조성과 여론조작

여론조성은 진실과 진심으로 시민을 설득하는 선이고, 여론조작은 거짓과 사심으로 군중을 윽박지르는 악이다.

최성재       


악마의 변호인朴正熙 전기(全13권)趙甲濟의 現代史이야기(全14권)

 

 

  19세기 말 20세기 초에 러시아는 길거리든 들판이든 온통 개판이었다고 한다. 어딜 가나 주인 없는 개가 돌아다닌 모양이다. 농경민의 전통과 달리, 유목민의 전통에서는 개가 단백질 공급원이 아니라 양이나 소 등 단백질 공급원을 지키는 전사(戰士)이자 친구이므로, 시베리아 개들은 사람을 두려워할 리 없다. 그래서 이반 파블로프(1849~1936)는 손쉽게 개를 잡아서 목에 구멍을 뚫을 수 있었다. 개의 침샘을 사람 눈으로 직접 관찰하기 위해서였다. 그 일이 쉬울 리 없었다. 실패에 실패를 거듭했다. 걱정할 것 없었다. 개는 얼마든지 있었으니까! 뼈다귀 한 개나 고기 한 점으로 유혹하면, 즉각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다가오는 침샘 공장을 무진장으로 확보할 수 있었으니까! 수천 마리, 아니, 일설에 의하면 그는 2만 마리 개의 목에 구멍을 뚫었다고 한다. 이렇게 개를 ‘양의 침묵’ 속에서 무한정 학대한 덕분에 한니발 아니, 파블로프는 1902년에 조건반사(conditioned reflex)에 관한 경천동지할 논문을 발표하고, 불과 2년 후에 노벨생리의학상을 받는다.

 

노벨상은 메달도 있는데, 평화상과 경제상 외에는 똑같은 시구가, 베르길리우스의 시구가 새겨져 있다.

Inventas vitam iuvat excoluisse per artes.

(새로운 기예技藝로 삶을 가꾸는 것은 기꺼운 일일지라.)

 

먹이와 종소리는 아무 관련이 없지만, 이 둘을 인위적으로 연관시켜 먹이를 줄 때마다 종을 울리면, 이윽고 종소리만 들어도 개는 침을 질질 흘리게 된다. 그런데 파블로프의 발견은 후에 정치와 경제에 선용되기보다 악용되는 사례가 많아졌다. 그 무렵 무신론의 급격한 확산으로 영혼의 주인이 사라진 군중은 독재자나 편집광에게 좋은 먹잇감이었다. 독재자나 편집광이 이런 군중을 떠돌이 개 취급하여 파블로프보다 2~3년 앞서 프로이트가 최초로 깃대를 꽂은 무의식의 지하세계로 끌어내리기만 하면, 안개 속 군중은 스스로 무슨 짓을 하는지도 모르고 이성과 양심의 명에 따른다고 확신하고 ‘빅 브라더’를 지상낙원의 구세주로 열렬히 추종한다는 사실을 알아낸 것이다.

 

레닌은 권력과 노선 투쟁 과정에서 자신이 공산당 안에서도 소수파에 속했지만, 다수파(볼셰비키)라 이름 지어 톡톡히 재미 보았다. 진짜 볼셰비키가 된 것이다. 그 후 70년간 소련인은 세계 최대 식량수입국으로서 마르크스는 영혼의 빵으로, 핵무기는 만민평등의 고기로, 미사일은 지상낙원의 야채라고 날마다 세포비서에게 고백하며 빈곤을 풍요로 믿어 의심치 않아야만 했다. 북경에서도 제2의 레닌이 황제로 즉위했다. 그보다 앞서 히틀러가 과학기술이 당시 가장 발달한 독일의 구세주로 떠올랐다. 히틀러의 충견(忠犬) 괴벨스는 1개의 진실과 99개의 거짓으로 본훼프 등 극소수만 빼고 똑똑한 독일인의 무의식을 완벽하게 장악했다.

 

자유민주와 시장경제가 미숙하거나 낯설었던 러시아, 독일, 중국 등과 달리 서구와 북미에서는 파블로프의 이론이 잘 먹히지 않았다. 언론과 거주이전의 자유가 있는 곳에서는 그것이 숫제 불가능해 보였다. 자체 정화 작용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때 그람시(1891~1937)가 나타난다.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그는 주장한다. 그것은 사상전을 통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자유의 날개를 달고 사상의 집합체인 문화의 펜으로 법망을 요리조리 피하여 처음에는 사회, 다음에는 정치를 장악한다는 것이다. 평등의 편집광들이 똘똘 뭉쳐 1차원을 2차원으로, 2차원을 3차원으로 키우면, 마르크스 사상을 얼마든지 빅뱅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여론을 조작하면 선거에서 이길 수 있으니까, 선거에서 이기면 그 다음에는 방송과 신문을 장악하는 것은 더 쉬워지니까, 다음에 설령 선거에서 지더라도 뒤에서 얼마든지 조종할 수 있다고 주장하거나 암시한다.

 

세계 신기록으로 압축성장한 나라에서, 공산주의와 최초로 대규모 열전(hot war)을 경험한 나라에서, 역사 건망증이 유독 심한 나라에서 설마설마 하는 사이에 마교(마르크스교)는 김일성 민족의 정조대(貞操帶)를 조여 입고 그람시의 진지론(陣地論)에 따라, 풍요의 권태로움이 막 시작될 무렵에 곳곳에 진지를 구축한다. 마침내 그들이 정치권력을 잡았을 때는 방송과 신문과, 때마침 생겨난 막강 문화권력 포털이 즉시 오랫동안 기다렸던 님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영상 편지를 다투어 바친다. 자체 검열로 진실은 외면하고 거짓은 증폭시킨다. 그들이 한 번 움직이면 여론은 순식간에 조작된다. 애국은 수구보수로 낙인찍히고, 친북은 평화로 선전되고, 수구좌파는 진보로 선동된다. 대낮을 칠흑의 밤으로 바꾸는 북한의 핵무기는 미제국주의와 한국 귀태(鬼胎)보수의 악랄한 조작에서 어느 날 갑자기 민족의 자랑으로 둔갑하지만, 밤을 대낮같이 밝히는 대한민국의 원자력 발전소는 거기서 나온 장갑과 겉옷조차 5천만의 생명을 위협하는 잠재적 핵폭탄으로 악선전된다. 먹고 마시고 자는 돈이 어디서 나오는지, 수만 명이 몇 달 동안 몰려가 경찰과 군인조차 손을 못 쓰는 무법천지를 만든다.

 

최빈국에서 불과 두 세대 만에 20-50 클럽(1인당 국민소득 2만 불, 인구 5천만)에 가입한 세계 7번째 나라의 역사는 불문곡직 가차 없이 난도질해야지, 김일성왕조에 달러를 싸 들고 굽실거린 정권 외에는 무조건 난도질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바로 여론조작에 들어간다. 친인척과 본인의 비리와 무능 때문에 조작된 여론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조성된 여론이 10%도 긍정적이지 않던 세 정권 외에 다른 정권의 업적은 조금이라도 긍정적으로 표현하면, 싹둑 발췌와 콜라주(collage) 왜곡, 꼬리잡기와 멱살잡이로 바로 여론조작에 들어간다. 순식간에 70% 반대, 라는 유령 여론조사가 뜬다. 청문회 불필요! 그러면 국민 심판, 불통 대통령! 이런 대문짝 제목이 민족민주정통신문이라고 자랑질하는 신문에도 인터넷판에 급하게 뽑힌다.

민주를 제멋대로 독과점한 그들 세 정권에 음으로 양으로 줄을 대지 않는 자는 여당이든 야당이든, 청와대든 정부든, 방송이든 신문이든, 학계든 연예계든, 시민단체든 법조계든, 친북좌파 강철조직의 맵고 짜고 쓴 맛을 보게 된다. 일반 판결은 말할 것도 없고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최종 판결도 여차하면 소급 적용되어 뒤집어진다. 친북 혐의는 하나같이 질질 끌어지다가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나 민족민주 영웅이 되거나 흐지부지된다. 유죄판결 받아도 금방 특별사면 받는다. 국가유공자로 민주보상금을 받는다.

거짓으로 얼마든지 진실을 이길 수 있다고 믿는 한, 거짓이 진실이고 진실이 거짓이라고 확신하는 편집광들이 끝없이 여론을 조작하는 한, 대한민국호는 링컨이 와도 건들건들 휘청휘청 드넓은 바다가 아니라 좁은 개울로 뒷걸음질 칠 것이다.

 (2014. 6.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