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아웅산 추모비'는 국가 위한 희생 잊지 않겠다는 다짐
입력 : 2014.06.07 03:01
북의 아웅산 테러는 대한민국 국가원수와 일행을 직접 겨냥한 만행이었다. 우리가 제대로 된 나라라면 결코 잊을 수 없고 잊어서도 안 되는 국가적 참극이다. 그러나 이 나라는 거꾸로 갔다. 29년이 지난 2012년 국가원수로는 테러 후 처음으로 이명박 대통령이 아웅산 묘역을 찾았지만 조화를 둘 곳도, 심지어 묵념을 올릴 만한 장소도 없었다. 누군가 "여기쯤에서 폭탄이 터졌다"고 해 겨우 방향을 잡았다고 한다. 테러 현장만 사라진 게 아니었다. 대부분 현대사 교과서가 이 참사를 다루지 않았다.
아웅산 추모비 건립은 정부나 여야 정치권에서 나온 생각이 아니다. 변변한 추모비 하나 없는 현장 모습에 충격받은 조선일보 독자들이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느냐"는 분노의 목소리를 신문사로 전해 왔다. 그 목소리를 조선일보가 모아 정부에 추모비 건립을 제안했고 미얀마 정부와 협의한 지 2년여 만에 추모비가 섰다.
제막식에 참석한 김재익 전 경제수석 부인 이순자씨는 "그동안 나라가 우리(고인과 유족)를 모른 척했다"며 "이제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것이 다행스럽고 고인을 떳떳이 대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권철현 위원장도 "추모비는 타국에서 생명 바친 순국 사절을 30여년이나 흘려보낸 우리 자신들에 대한 반성"이라고 했다. 아웅산 추모비에는 지난 세월에 대한 대한민국의 참회가 담겨 있다.
이 나라는 순국선열이 없었다면 일제(日帝) 강점과 6·25 전쟁, 북의 대남 테러와 도발이 이어 온 거친 현대사(史)의 파고(波高)를 넘지 못했을 것이다. 그 희생들을 제대로 평가하고 기억하는 것이야말로 우리 사회의 비정상을 바로잡는 일이고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나아가는 첫걸음이다. 아웅산 추모비 건립은 국가를 위한 어떤 희생도 결코 잊지 않겠다는 우리 다짐의 전범(典範)으로 삼을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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