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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아웅산 추모비'는 국가 위한 희생 잊지 않겠다는 다짐/ 조선닷컴

鶴山 徐 仁 2014. 6. 7. 09:35

[사설] '아웅산 추모비'는 국가 위한 희생 잊지 않겠다는 다짐

입력 : 2014.06.07 03:01

6일은 나라 위해 목숨 바친 순국선열을 기리는 현충일이었다. 이날 미얀마 양곤의 아웅산 국립묘역에서 17명의 대한민국 순국(殉國) 사절을 기리는 추모비가 제막됐다. 1983년 10월 9일 북한의 폭탄 테러에 무참히 희생된 지 31년 만이다. 높이 1.5m, 너비 9m 추모비에 새긴 이름들을 권철현 추모비 건립위원장이 일일이 불렀다. 서석준 부총리, 이범석 외무장관, 김동휘 상공장관, 서상철 동력자원장관, 함병춘 대통령 비서실장, 김재익 경제수석, 이계철 주(駐)미얀마 대사, 심상우 민정당 총재 비서실장, 이기욱 재무차관, 강인희 농수산차관, 김용환 과기처차관, 하동선 해외협력위 기획단장, 민병석 대통령 주치의, 이재관 대통령 공보비서관, 이중현 동아일보 사진기자, 정태진·한경희 대통령 경호원. 권 위원장은 "이제 모든 시름을 놓으시고 영면(永眠)하시라"고 했다.

북의 아웅산 테러는 대한민국 국가원수와 일행을 직접 겨냥한 만행이었다. 우리가 제대로 된 나라라면 결코 잊을 수 없고 잊어서도 안 되는 국가적 참극이다. 그러나 이 나라는 거꾸로 갔다. 29년이 지난 2012년 국가원수로는 테러 후 처음으로 이명박 대통령이 아웅산 묘역을 찾았지만 조화를 둘 곳도, 심지어 묵념을 올릴 만한 장소도 없었다. 누군가 "여기쯤에서 폭탄이 터졌다"고 해 겨우 방향을 잡았다고 한다. 테러 현장만 사라진 게 아니었다. 대부분 현대사 교과서가 이 참사를 다루지 않았다.

아웅산 추모비 건립은 정부나 여야 정치권에서 나온 생각이 아니다. 변변한 추모비 하나 없는 현장 모습에 충격받은 조선일보 독자들이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느냐"는 분노의 목소리를 신문사로 전해 왔다. 그 목소리를 조선일보가 모아 정부에 추모비 건립을 제안했고 미얀마 정부와 협의한 지 2년여 만에 추모비가 섰다.

제막식에 참석한 김재익 전 경제수석 부인 이순자씨는 "그동안 나라가 우리(고인과 유족)를 모른 척했다"며 "이제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것이 다행스럽고 고인을 떳떳이 대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권철현 위원장도 "추모비는 타국에서 생명 바친 순국 사절을 30여년이나 흘려보낸 우리 자신들에 대한 반성"이라고 했다. 아웅산 추모비에는 지난 세월에 대한 대한민국의 참회가 담겨 있다.

이 나라는 순국선열이 없었다면 일제(日帝) 강점과 6·25 전쟁, 북의 대남 테러와 도발이 이어 온 거친 현대사(史)의 파고(波高)를 넘지 못했을 것이다. 그 희생들을 제대로 평가하고 기억하는 것이야말로 우리 사회의 비정상을 바로잡는 일이고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나아가는 첫걸음이다. 아웅산 추모비 건립은 국가를 위한 어떤 희생도 결코 잊지 않겠다는 우리 다짐의 전범(典範)으로 삼을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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