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4.03.04 15:31 | 수정 : 2014.03.04 15:53
민주당과 안철수 진영의 첫번째 충돌
신당 창당 논의를 진행 중인 민주당과 안철수 의원 측 새정치연합이 ‘민주당 해산’ 문제를 놓고 충돌하고 있다. 이는 신당 창당 방식을 둘러싼 이견 때문인데, 통합 논의과정에서 불거진 양측의 첫번째 충돌 대목이다. 현재로선 양측의 인식 차가 매우 커 절충점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김한길(오른쪽) 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채에서 통합 기자회견을 한뒤 같이 걸어나오고 있다.
안 의원 측은 제3지대 통합 신당을 만들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민주당 해산을 내세운다. 정당 형태를 갖추지 못한 새정치연합이 신당에 개별 입당하는 만큼 민주당도 해산 절차를 밟은 뒤 신당에 개별 입당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안 의원 본인도 지난 2일 새정치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단 회의에서 “민주당도 해산해 함께하는 것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안 의원 측이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은 신당에 민주당 색깔이 입혀지는 것을 꺼려하기 때문이다. 새정치연합의 한 관계자는 “우리는 신당에 개별 입당하는데 민주당이 대오 정렬해 당 차원에서 들어오면 민주당 색이 너무 농후해진다”며 “신당에 민주당 색깔이 강조되면 시너지효과도 반감된다”고 했다. 여기엔 신당의 주도권 싸움에서 민주당에 밀릴 수 없다는 생각도 깔려 있다.
새정치연합의 금태섭 대변인은 4일 전화통화에서 “신당은 새로운 틀로 가는 길인만큼 민주당도 기득권을 내려놓고 진짜 새로운 당을 만들어야 한다. 신당추진단 회의에서 알아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의원이 합의한 대로 5대5의 동등한 조건으로 새출발하는 정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민주당 “민주당 해산론은 뭘 몰라서 하는 소리”
하지만 민주당의 생각은 전혀 다르다. 민주당 측 신당추진단장인 설훈 의원은 전화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민주당을 해산한 뒤 신당을 만들자는 주장은 뭘 몰라서 하는 소리다. 검토를 해보면 여러가지 문제점이 많다. 비용 문제도 있고, 민주당 내에서 해산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버티는 사람도 나올 수 있다. 그러면 신당 창당 이후에도 민주당이 그대로 존속하는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는 또 “결국에는 안 의원 측도 우리 측 방안에 대해 익스큐즈(excuse·양해) 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이 생각하는 신당 창당 방식은 이런 것이다. ‘제3 지대에 신당을 먼저 창당한 후 여기에 아직 정당의 모습을 갖추지 못한 새정치연합 측이 개별 입당한다. 이후 민주당이 여기에 당대당 통합방식으로 합친다.’ 일종의 ‘가교(架橋)정당’을 만들어 민주당과 당대당 통합을 하는 방식이다.
민주당이 이런 방식을 선호하는 데는 ‘돈’ 문제와도 깊은 연관이 있다. 바로 국가에서 정당에 주는 국고보조금 문제다. 민주당이 해산한 뒤에 신당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하면 당대당 통합 방식으로 했을 때보다 받을 수 있는 국고보조금이 크게 줄어드는 것이다.
국고보조금 56억원 손해보느냐 마느냐와도 연관
현재의 국고보조금 배분 방식은 이렇다. 총 5단계다. 우선 국고보조금 총액의 절반을 교섭단체를 구성한 정당에 똑같이 나눠준다. 이어 전체 액수의 5%에 해당하는 금액을 5석 이상 20석 미만의 의석을 가진 정당에 나눠준다. 다음으로 전체 액수의 2%에 해당하는 금액을 5석 미만의 의석을 가진 정당 중 국회의원 선거 득표율 2% 이상인 정당 등에 나눠준다. 그리고 남은 금액 중 50%는 국회의원 의석수 비율에 따라, 나머지 50%는 국회의원 선거의 득표율에 따라 배분한다.
만약 민주당이 해산한 뒤에 신당을 만들면 신당은 19대 총선에서의 정당득표율 실적이 없기 때문에 득표율에 따라 배분하는 국고보조금 몫은 못받게 된다. 하지만 민주당이 가교정당을 만들어 당대당 통합을 하면 민주당의 19대 총선 득표율이 신당의 득표율로 인정돼 국고보조금을 다 받을 수 있다.
중앙선관위에 물어봤더니 선관위 관계자는 “민주당이 해산하고 신당을 만들면 올해 약 56억원의 국고보조금을 손해보게 된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민주당이 올해 1분기 국고보조금을 받았는데 이중 19대 총선 득표율 기준으로 받은 금액이 8억원이다. 이 기준으로 보면 올해 3분기가 남았으니 민주당 해산 후 신당을 창당하면 24억원은 못받는다. 또 올해는 지방선거가 있다. 선거가 있으면 1년치 국고보조금에 해당하는 선거보조금을 추가로 받는다. 선거보조금도 기준이 똑같기 때문에 총선 득표율로 배분되는 몫 1년치, 약 32억원도 받지 못하게 된다.”
하지만 새정치연합 측에서는 “국고보조금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민주당은 해산한 뒤 신당 창당을 해야 한다”는 기류가 강하다. 안 의원 본인의 의지도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이 돈 문제가 걸린 이 첫 단추를 잘 꿸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