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륙 ‘날렵한 꽃미남’ 자태 뽐내
블랙이글 싱가포르를 수놓다 <1>블랙이글 탑승기(상)
이석종 기자 seokjong@dema.mil.kr
국산 초음속 항공기인 T-50B로 푸른 창공을 화려하게 수놓으며 국민의 사랑은 한몸에 받아 온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53 특수비행 전대)이 2년 전 영국 하늘에서 대한민국 위상을 한껏 드높인 데 이어 오는 11일부터는 또 다른 세계 3대 에어쇼 중 하나인 싱가포르 국제 에어쇼에 참가한다. 블랙이글은 이번 싱가포르 국제 에어쇼에 참가해 영국에서 보여준 세계 최고 수준의 특수비행보다 한층 업그레이드된 비행기량을 선보여 한국 공군의 우수성과 국산 항공기의 성능을 전 세계에 알려 해외 마케팅 활동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이번 에어쇼에는 블랙이글의 모기지인 원주에서부터 싱가포르까지 T-50B를 직접 몰고 가 참가한다. 본지는 블랙이글이 국제 에어쇼에 참가하기 위해 싱가포르로 이동하는 T-50B에 언론매체로는 사상 처음 탑승, 취재했다. 본지는 앞으로도 블랙이글의 이동 경로를 따라 동행 취재, 한국 공군과 국산 항공기의 우수성을 전할 예정이다. 장거리 비행이라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불구하고 T-50B 탑승 취재를 허락해 준 공군의 지원에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싱가포르 국제 에어쇼 참가 원주~싱가포르…T-50B 이동 경로 동행 취재 한국 공군·국산 항공기 우수성 전 세계 홍보
T-50B 항공기
본지 이석종 기자가 싱가포르 국제 에어쇼에 참가하는 블랙이글 T-50B 항공기에 탑승, 김해기지를 이륙하고 있다. |
그는 아주 독특한 매력을 가졌다.
몇몇 동료는 남다른 힘과 울퉁불퉁한 근육질의 남성미를 자랑하지만 그는 세련되고 날렵함을 자랑하는 꽃미남이다.
위쪽은 검정색과 흰색, 아래쪽은 검정색과 노란색으로 화려하게 치장하고 있다.
마치 독수리를 연상시키는 이런 겉옷은 날렵하고 역동적인 그의 성격을 대변하는 듯하다. 그뿐만 아니라 그의 날렵한 몸매는 부드러운 듯 날카로운 곡선을 그리며 강인하면서도 아름다운 자태를 뽐낸다.
강하면서도 부드럽고 아름다우면서 도도한 그의 매력에 반한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특히 그가 푸른 창공을 도화지 삼아 화려한 날갯짓을 하는 날이면 사람들은 감탄을 넘어 경외의 마음을 가진다.
그의 이름은 T-50B. 국산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 검독수리를 블랙이글용으로 개조한 특별한 기종이다.
설날인 지난달 31일 아침, 지난 수년간 남몰래 짝사랑해 온 그를 만나기 위해 집을 나섰다. 하지만 그는 쉽게 만남을 허락하지 않았다.
오전 8시 30분 그의 집(?)이 있는 강원도 원주에 도착해 그를 찾았다. 바로 전날까지만 해도 이날 오전에 쉽게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약속을 받은 터였다.
오전 9시 그의 집에 도착했을 때 모습은 보여주지 않은 채 특유의 날카로운 심장 소리만을 토해내고 있었다.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이었다.
계획대로라면 그는 아직은 쉬고 있어야 할 때였다. 그와 함께 먼 길을 떠날 70여 명의 공군 장병의 모습도 분주했다. 불안감이 몰려왔다. 자칫 어렵게 허락된 그의 뒷자리가 돌연 없었던 일이 되는 게 아닌가 싶었다.
꼭 불길한 예감은 맞는다. 결국 그날은 그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기상 탓이었다. 대신 그보다 덩치가 몇 배나 큰 헤라클레스(C-130H)에 몸을 싣고 예정에 없던 헤라클레스의 집(?)이 있는 김해로 이동해야 했다.
다음날 아침 6시 반, 이른 아침 식사를 마치고 그를 만나러 나섰다. 먼동이 트기 전 어슴푸레 어둠이 내려앉은 주기장에 그와 똑같이 생긴 동료 9명이 아직은 곤히 잠들어 있었다.
멀리 구름 너머로 동이 트면서 정비요원들이 그의 곁으로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그가 가야 할 경로를 따라 먼저 가서 그를 맞아 줄 헤라클레스들도 출발 준비를 마쳤다. 오전 8시 30분 헤라클레스 중 둘이 먼저 제주를 향해 떠났다.
주기장의 그들이 기지개를 켜며 출발 준비를 시작했다. 같은 시간 김해기지 운항실에서는 그들을 몰고 출발할 조종사들이 마지막 점검을 하고 있었다. 민항기가 쉴 새 없이 드나드는 제주공항 입출항 절차부터 비행 경로상의 기상 등 평소와 같은 브리핑이었지만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긴장감 넘치는 브리핑을 마치고 조종사들이 하나둘씩 운항실 밖으로 나와 그들에게 다가갔다.
5대가 먼저, 4대가 나중에 출발하는 일정이었다.
그의 날쌘 몸놀림에 대비하기 위해 G-슈트를 입고 만일 공중에서 그와 헤어져야 할 상황에 대비해 하네스라는 결속 장구를 온몸에 감았더니 움직이기가 영 불편했다.
하지만 그의 등 뒤에 앉아 하늘을 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불편한 기색을 할 수는 없었다.
2번기 조종사 이상욱 대위가 그의 몸 구석구석을 확인하는 사이 그의 매끈한 몸을 자세히 들여다보며 만져볼 수 있었다.
흥분이 극에 달했다. 남몰래 혼자서만 해 오던 외사랑이 드디어 결실을 보는 순간이었다.
그의 몸 구석구석을 소개해 준 이 대위가 먼저 올라가라고 권했다.
떨리는 마음을 가다듬고 사다리를 타고 한 발 한 발 올라 자리에 앉으려는데 생각보다 올라타기가 쉽지 않았다. 맘처럼 움직여 주지 않는 비대한 몸이 원망스러웠다.
앞쪽의 이 대위가 너무나 쉽게 자리에 앉는 것을 보고 머릿속으로 기필코 다이어트를 하리라 다짐하며 정비요원들의 도움으로 간신히 자리에 앉았다.
하네스와 사출좌석의 연결을 마치고 나니 조금은 여유가 생겼다.
헬멧을 쓰고 마스크를 결속했는데 숨이 쉬어지질 않았다. 두려웠다. 이대로 비행이 시작되면 공중에서 숨이 막혀 죽을 것만 같았다. 마스크를 풀고 앞쪽 이 대위에게 알렸다. 오른쪽 아래 스위치를 조작해 보라는 설명을 듣고 스위치를 조작하자 숨이 쉬어지기 시작했다.
캐노피가 덮이고 이 대위가 시동을 걸겠다는 말과 함께 전원을 올리자 비교적 단순해 보이는 계기판이 작동하기 시작했다.
고도와 속도·항로·항공기 자세 등을 알려주는 디스플레이들과 연료 잔량과 소모량을 보여주는 계기, 그 외에 몇 가지 알 수 없는 계기들이었다.
그의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그의 심장박동이 높아지면서 덩달아 내 심장도 뛰기 시작했다. 밖에서 들을 때와는 또 다른 그의 심장 소리도 나지막이 들리기 시작했다.
정비사와의 몇 차례 수신호와 교신 끝에 그가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유도로에 들어서자 김용민 소령과 유태곤 대위가 탄 1번기가 앞으로, 정종덕 대위와 편보현 상사가 탄 3번기가 뒤쪽으로 따라붙었다.
유도로를 거쳐 활주로에 들어서면서 3각 대형으로 펼쳐 잠시 멈춰 섰던 3대의 T-50B 항공기가 부들부들 떨더니 활주로를 따라 달려나가 하늘 위로 솟구쳤다. 순간 정신이 혼미해지고 캐노피 밖으로 선명하게 보이던 시야도 아득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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