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政治.社會 關係

[사설] 민주주의 파괴에 민주주의 이용하는 세력들/ 조선일보

鶴山 徐 仁 2014. 1. 30. 16:14

[사설] 민주주의 파괴에 민주주의 이용하는 세력들

 

 

입력 : 2014.01.30 03:01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는 28일 헌법재판소의 통진당 해산 심판에 출석해 15분여 동안 변론하면서 '민주' '민주주의'라는 말을 23번 썼다. '민주주의의 전제는 다양한 견해의 공존인데 다른 정치적 견해를 가졌다고 통진당을 해산시키려는 건 독재(獨裁)와 같다'는 주장을 하기 위해서였다. '민주주의'만큼 자격 없는 사람들이 자주 쓰는 말도 없을 것이다. 아버지·아들·손자 3대가 '왕권(王權)'을 주고받고, 언론·집회·결사·종교의 자유는 고사하고 주민들을 재판도 없이 감금·고문·처형하는 북한조차 '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을 표방하고 있다.

자명(自明)한 진실은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민주주의 국가이고 북한은 세계 최악의 반민주(反民主) 체제라는 사실이다. 우리에게 민주주의는 무엇보다 소중한 가치다. 그렇기 때문에라도 북한의 전체주의를 숭상하는 세력이 국내에서 존립하고 활동하는 데 우리의 민주주의와 그 제도를 이용하고 있는 실태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통진당은 김일성을 떠받드는 주체사상파가 주도해 만든 민노당의 후신이다. 7년 전 민노당 간부가 북한 간첩을 하다 붙잡히자 민노당원들이 국가정보원 앞에 몰려가 시위를 벌였다. 그런데 그 시위대 중 한 사람이 다음 날 간첩으로 체포됐고 명백한 증거로 유죄판결을 받았다. 주사파 간첩이 민주주의 파괴 활동을 하면서 집회·시위의 자유를 보장하는 민주주의를 이용한 단적인 사례다.

통진당은 당 공식 행사에서 애국가 제창도, 태극기에 대한 경례도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1인 신정(神政) 독재인 북한은 무슨 일이 있어도 변호했다. 그런 세력이 민주주의를 주장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것이 아니라 이용하려는 것으로 의심할 수밖에 없다. 자기 세력을 국회에 들여보내기 위해 경선 부정을 저지르고, 그에 대한 항의를 폭력으로 짓밟은 통진당이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것 역시 민주주의를 방패막이로 악용하는 것이다.

민주국가는 정치적 소수파를 배려하고 보호해야 한다. 통진당 해산도 오로지 정당 해산 요건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헌법적 판단에 따라야 한다. 그러나 자유를 파괴하기 위해 자유를 이용하는 세력, 헌법을 파괴하기 위해 헌법을 이용하는 세력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만은 잊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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