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11.25 03:02
23일은 연평도 포격 3년이 되는 날이었다. 그날을 하루 앞두고 단국대는 이 학교 학생으로 해병대에 입대했다가 연평도에서 북이 쏜 포탄을 맞고 전사한 고 서정우 하사를 기려 사회과학관 316호실을 '서정우 강의실'로 명명했다. 고 서 하사 어머니 김오복씨는 아들의 사진이 새겨진 강의실 현판을 만지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북이 연평도 군시설과 민가에 무차별 포격을 가해 고 서 하사 등 해병대원 2명과 주민 2명이 목숨을 잃고 19명이 중경상을 입은 지 3년이 지났지만 유족들의 눈물은 마르지 않았고 한(恨)은 쌓여만 가고 있다.
바로 그날 박 신부는 북의 연평도 포격을 정당한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우리 해병대원 2명은 북의 정당한 행위를 막는 불의를 저지르다 숨진 것이 되고 주민 2명은 그야말로 개죽음을 한 것이 된다. 사람이 정치 패싸움에 빠져서 제정신을 잃으면 온갖 소리를 다 할 수 있다. 그런 말 같지 않은 말을 워낙 많이 들어서 이제 웬만한 정치적 폭언이나 막말에는 익숙해져 있기도 하다. 그러나 정치 싸움에 뛰어든 신부가 제 나라를 부정하고 제 국민의 죽음을 모독하는 것을 보면서 새삼 소름이 돋을 지경이다. 일부 인사들이 종교의 옷을 입고 북을 추종하는 행태는 이렇게 점점 노골적으로 돼 가고 있다.
정의구현사제단은 70년대 이후 민주화 투쟁에서 쌓은 명망을 엉뚱하게 친북(親北)·반미(反美) 활동에 탕진하고 있다. 명백한 증거가 있는 KAL 858기 폭파조차 북의 소행이 아니라고 하고, 평택 미군 기지·한미 FTA·제주 해군 기지 반대 시위에도 앞장서고 있다. 그러면서 북한 정권의 주민 폭압 참상에 대해선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다. 북의 천안함·연평도 도발을 비판하는 천주교 내부 목소리에 대해선 "골수 반공"이라고 비난했다.
이것을 '정의 구현'이라고 한다면 정의(正義)에 대한 모독이다. 정의구현사제단은 박 신부 말이 파문을 일으킨 지 이틀이 되도록 아무런 해명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제는 이들을 '종북(從北) 구현 사제단'이라고 불러야 한다는 말이 나올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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