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shot society'의 'baby-strike'
최신호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이 고령화와 인구감소를 동시에 맞고 있는 현상을 위기로 규정하였다. 노동인구가 줄고 부양인구가 늘면 국가는 생산성이 떨어지고 사회는 活力을 잃는다.
趙甲濟
작년에 나온 남북한에 대한 두 권의 책은 제목이 같았다. 부시 행정부 시절 국가안보회의 아시아 담당 국장을 지낸 빅터 차(현 조지타운 대학 교수)가 쓴 책 제목은 《불가사의한 국가: 북한, 그 과거와 미래》(The Impossible State: North Korea, Past and Future. 하퍼콜린스社 출판)였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서울 특파원 다니엘 투더가 쓴 책은 제목이 《한국: 불가사의한 나라》(Korea: The Impossible Country. 터틀 출판사)였다. 두 전문가의 눈에 비친 남북한이 다 존재가 불가능한, 불가사의(不可思議)한 나라인 셈이다. 불가사의의 이유는 다르다. 빅터 차에겐, ‘이 수수께끼의 국가가, 주민들의 기본권을 늘 짓밟고, 대기근(大饑饉)을 겪고, 국제적인 제재를 받으면서, 경제는 망가지고, 세계로부터 거의 완벽하게 고립되었는데도, 어떻게 생존할 수 있는지’가 불가사의하다. 다니엘 투더에겐, ‘식민지 통치를 겪고, 전쟁으로 폐허가 되고, 분단되고, 민주주의의 전통도 없던,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가 어떻게 반세기만에 경제발전과 민주화라는 두 가지 기적을 만들어 내어 다른 나라가 본받고 싶어하는 강대국이 되었는지’가 불가사의한 것이다. 無限경쟁의 생산성 북한의 생존과 한국의 번영이 불가사의한 것이다. 투더는 이런 한국이 외국인들에게 그 실상(實相)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점도 불가사의하다고 했다. 해외엔 한국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 많다. 예컨대, 한국인은 보수적이다, 한국인은 부끄럼을 많이 탄다, 한국인은 즐길 줄을 모른다, 한국인은 너무 자존심이 강하다, 모든 한국인은 남북통일을 원한다, 모든 한국인은 미국을 미워한다(또는 좋아한다), 한국인은 창의력이 부족하다, 한국인은 신뢰가 가지 않아 거래하기 어렵다 등등. 투더 기자는 많은 외국인이 한국은 원래부터 자유시장경제와 민주주의의 보루였다고 생각하는 게 가장 큰 오해라고 지적하였다. 한국은 한마디로 규정할 수 없는 복잡하고 유동적 존재이다. 투더는 민주적 전통이 없는 한국이 민주주의를 신속하게 받아들이게 된 이유를 세 가지로 들었다. 높은 교육열, 한글의 보급, 그리고 권력에 대한 저항의 전통. 흔히 “전쟁 없이는 국민국가가 없고, 혁명 없이는 민주주의가 없다”고 하는데 한국인은 6·25 전쟁을 통하여 국가기구를 강화하고, 4·19 학생혁명과 5·16 군사혁명을 통하여 민주주의를 발전시켰다. 투더 기자는 한국의 기적적인 발전의 원동력을 ‘무한 경쟁’으로 보고, 경쟁이 한국인들을 몰아붙이는 과정을 재미있게 설명하였다. 이게 ‘한국-불가사의한 나라’의 주제(主題)이다. <한국에서 사는 것은 경쟁자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 대학교 입학, 취직, 결혼 등 모든 게 경쟁대상이다. 이런 경쟁상태는 어릴 때부터 시작하여 은퇴 후까지 지속된다. ‘파이팅’이란 구호가 유행할 정도이다.> 삶의 질 12등, 행복도는 102등 한국인의 경쟁심은 국제무대에서 조국이 반드시 1등이 되어야 한다는 애국적 강박관념으로 나타난다. 기업의 존재목적은 ‘사업보국(事業報國)’이고 노동자는 산업전사(戰士)로 불린다. 개인 간의 경쟁은 교육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이코노미스트》는 한국 교육을 특집으로 다룬 적이 있는데 ‘한 방 사회’(One-shot society)라는 표현을 하였다. 좋은 대학의 입학시험에 합격하면 그 ‘한 방’으로 평생을 득 보는 사회라는 비꼼이었다. 투더 기자는 한국 남성들이 피부 화장에 돈을 많이 쓰고 여성들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성형(成形)수술을 하는 이유도 경쟁 때문이라고 했다. 예쁘게 보이면 취직 때나 결혼 때 유리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부모도 자녀들에게 성형수술을 권한다. 치열한 경쟁은 한국인의 정신건강을 해친다. 고등학생들의 스트레스가 다른 나라보다 두 배나 높고, 자살률이 세계 최고인 것도 경쟁의 부작용이라고 했다. 투더 기자는 <많은 부모들은 자식들이 더 균형 잡힌 인격을 갖고 행복하게 성장하도록 바라지만 실제는 반대로 행동한다>고 지적하였다. 특히 어머니들의 극성이 문제이다. 직장을 갖지 않아 시간이 많은 어머니들일수록 자식들의 성적을 친구들과 비교하면서 경쟁심을 불태운다. 자신들의 경쟁 시대는 끝났지만 자식들을 이용하여 또 다른 경쟁을 벌인다. 그래서 자식들을 공부로 몰아붙인다. 한국은 유엔개발기구에서 발표하는 인간개발지수(흔히 ‘삶의 질’로 불린다) 통계에서 세계 180여 개국 중에서 12등(2010년)이고, 구매력 기준으로도 국내총생산(GDP)이 세계 12등이지만 행복도 조사에선 178개국 중 102등이다. 물질적 풍요와 정신적 가난이 공존하는 나라이다. 투더 특파원은 <경쟁이 한국의 성공을 가져왔지만 한국인들의 행복감정엔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 사람들이 1등이 되기 위하여 애쓰는 것을 포기할 때가 된 것 같다>고 충고하였다. 최신호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이 고령화와 인구감소를 동시에 맞고 있는 현상을 위기로 규정하였다. 노동인구가 줄고 부양인구가 늘면 국가는 생산성이 떨어지고 사회는 活力을 잃는다. 이 잡지는 한국 사회를 'one-shot society)라고 표현하더니 여성들이 출산을 꺼리는 것을 'baby-strike'라고 썼다. 워낙 경쟁이 심하고, 교육열이 뜨거운데, 보육시설은 부족하니 여성들이 아이를 안 낳는 파업을 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이 잡지는 또 한국은 이단자와 괴짜를 허용하지 않는 나라라고 지적했다. 많은 경우 천재는 이단자와 괴짜의 모습으로 찾아온다. 이런 이탈을 허용하지 않는 나라에서 천재는 구박을 받는다. 비디오 아트의 백남준이 한국에서 계속 살았다면 그런 신세가 되어 인생이 끝났을지 모른다. |
[ 2013-11-01, 17:08 ]
장교의 지식인 비판
군인과 사람을 구분하지 말라!
李洛善
1961~3년 사이 박정희 최고회의 의장 공보비서관이었던 李洛善중령은 국가개조 사업에 대하여 냉소적이고 방관적인 지식인들을 비판하는 역할을 자주 맡았다. 그가 '최고회의보'에 기고한 '행동하는 지식인'이란 글은 군인의 입장에서 본 한국 지식인論이다. 이 글에는 군인과 文民지식인의 차이가 잘 나타나 있고 이 차이는 박정희 시대 내내 갈등요인으로 남아 있게 된다.
<행동이 없고 말만의 인간은 정원의 잡초에 불과하다.> <구급제로서 5·16 즉 '군인에 의한 국민의 혁명'이 왔다. 그러나(지식인들은) 매그루더 장군의 국군복귀명령과 그린 미 대리대사의 장면 정부지지 성명에 쥐죽은 듯이 고요했다. 외국인의 명백한 오판에 대해서는, 진실로 이 길이 우리의 살 길이라면 과감히 나서야 할 것이 아닌가. 그 후 인텔리는 통 말이 없다. 행동이 없다. 심지어는 반응도 없다.흡사 인텔리는 다 죽어 사라진 것 같다. 강풍이 스쳐 정국이 무풍의 상태로 안정되니깐 사사건건 냉소적인 논지로 일관하고 군의 실책을 동정으로 카 버하는 듯하면서 이면으로 멸시와 야유를 뒤섞어 몽매한 국민에게 이유 없는 반감을 양성케 하고서 정권 이양시기의 단축을 위해 압력을 가한다 는 형식으로만 일주하고 혁명과업의 완수에 대하여서는 성의가 보이지 않는다.> <이조당파의 생리적 후예라는 정통을 잊고 일제의 폭정(포정)에 대한 '민족적 레지스탕스'의 외곽운동으로서의 부정적 태도의 여운이 상금도 불식 안된 데다가 근자에는 또 의의와 연혁을 몰각한 피상적 레지스탕스의 풍조에 휩쓸려서 혈기의 장기로서 '이유없는 반항'을 신조로 삼고 현 실생활에서 늘 비타협적인 태도를 취한다. 상대방에 일리가 있다 하여도 다른 비리와 같이 도맷금으로 부정해버린다. 상대방과 공통되는 점에서 서로 타협하고 협조하려고 하기보다는 사소한 상이점을 확대시하여 배격하고 상발하고 있다.> <인텔리가 가장 애석하고 불행하게 여기는 것은 '한국에 태어난' 그 자체라고들 한다. 이유인즉 변란이 많고 빈곤하며 언제나 일에 얽매어져 부자유스럽고 도저히 행복할 수 있는 희망이 없다는 데 있는 것 같 다. '출생의 불행'의 관념은 온갖 불만의 해결을 위한 궁극적인 납득제 로서 일상생활의 상비약이다.> 이낙선은 지식인들에 비교해서 군인들이 결코 능력면에서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인텔리가 그들의 희박한 지식을 과시할 때 우리 군인은 主見있는 총명으로 답할 것이다. 그들이 기술의 기교를 앞세운다면 우리는 근면한 정열과 상쇄를 꾀할 것이다. 뇌조직의 발달에는 건전한 心身을 대치케 하고 개인적 유능에 의한 공격에 대하여는 단체적 협동력의 위력으로 방패 삼을 것이다. 만약에 인텔리가 그들의 유구한 행정적 경험으로 압박한다면 우리는 짧은 시간내에 고도로 훈련되고 조직화되고 숙련되고 통일된 기계적인 행정역량으로 반발할 것이다. 영감적인 재치, 임기응변의 요행성 등으로 견준다면 우리는 가상할 수 있는 각종의 상황에 대비하는 '주도한 계획성'과 생각하여 평가하고 다시 숙고하고 또 다시 평가하여 결론짓는 '반복된 연구가 주는 완전성'의 습성화로 대할 것이다. 문제는 애국심의 색채와 강도에 의한 국가적 기여의 다소에 차이를 둘 수밖에 없다.> <과거에 군은 많은 비난을 받아왔고 따라서 군은 비난받는 데 단련이 되어 있다. 문제는 혁명정부가 군인주동이라는 이유만으로써 유달리 받는 비난에 관한 것이다. 文尊武卑의 역사적 사조의 철쇄에 얽매여 이유 없이 사람과 군인을 구분하려 든다. 인텔리들이 군인과 민간인이 마치 전혀 색다른 천성을 가진 것인양 양자간에 특수한 문제에 대한 견해가 전혀 다른 것으로 취급하는 일이 많았다는 것은 위험하고 해로운 허위인 것이다. 영어의 인민(People)이라는 단어의 어원인 'Populus'라는 말의 참다운 의미는 고대 로마시대의 무장군이라는 뜻이다. 군을 구성하는 개인은 국민 또는 시민으로서의 기본적인 품성을 포기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유와 인권이라는 정신과 합치되게 무기를 행사하는 방법을 배우는 대학원 과정에서 교육을 받고 있는 것으로 비견할 수있다는 것이 사실이다. 어느 지성인의 외침을 들어보자. '자유 - 그것이 그립거든 그 행사에 책임을 느끼는 습성을 확립하자'. 자유 - 그것이 그립거든 빈곤이 주는 고통을 연대적으로 느끼는 박애심과 동포애를 확립하자. 혁명정부의 武威행사는 '누려서는 안될 자유'를 억압하여 '누려야 될 자유'를 보호 조장하는 경우와 범위에 한정되며 '필요한 최소한'을 벗어날까 항상 신경을 쓰고 있다.> <밀폐된 연구실에도 세기의 파동은 파급한다. 인텔리들이여! 가슴을 열어 사회와 민족, 그리고 국가를 받아들여라. 棄兒(기아)가 된 사회, 설사 그가 버림받을 이유가 충만하다 하자. 반부랑자가 된 사회, 걸인과 절도가 된 민족, 빈사의 중태에 빠져 지금 당장에라도 죽을 조국이 길손에 업히어 여러분의 門前에 다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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