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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브해 14國, 식민지배했던 나라에 "노예무역 배상하라"/ 조선일보

鶴山 徐 仁 2013. 10. 22. 14:35

카리브해 14國, 식민지배했던 나라에 "노예무역 배상하라"

  • 이한수 기자
  •  

  • 양모듬 기자
  •  

     

    입력 : 2013.10.22 03:02

    [17~19세기 제국주의 英·佛·네덜란드에 소송 추진]

    최근 케냐·인도네시아는 英·네덜란드서 배상 받아… 과거사 배상요구 전세계 확산

    과거 제국주의 국가의 지배를 받은 식민지 여러 나라에서 사과와 배상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자메이카·아이티·수리남 등 중남미 카리브 해 14개국이 17~19세기 노예무역과 식민통치를 통해 자신들을 지배했던 영국·프랑스·네덜란드 등 당시 제국주의 국가를 상대로 사과와 함께 금전적인 배상을 요구하고 나섰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0일 보도했다.

    지난 6월 케냐가 영국으로부터 독립운동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을 받고, 지난달 인도네시아가 네덜란드로부터 학살 피해에 대해 공식 사과와 배상을 받아낸 데 이어 식민지 국가들의 과거사 배상 요구가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노예무역 희생에 따른 손실 보상해야"

    카리브 해 14개국은 영국 등 유럽 국가들로부터 노예무역 피해와 식민 지배를 받은 역사를 공유하고 있다. 영국 등은 17세기 이후 아프리카에서 붙잡은 흑인을 대서양 건너 카리브 해 섬 등으로 보내 커피와 설탕 등을 재배하도록 강제했다. 빅토리아 시대(1837~1901년) 영국 부자 5~6명 중 1명은 노예무역을 통해 부(富)를 축적한 것으로 역사학자들은 추정한다. 영국이 카리브 해 섬으로 보낸 흑인 노예는 약 300만명으로 추산된다.

    카리브 해 14개국, '과거사 배상' 요구. 각국의 과거사 사과·배상 현황.
    프랑스는 식민지 쟁탈전에서 우위를 차지한 영국에 대항하기 위해 생도밍그(현재 아이티)를 차지했고, 네덜란드는 수리남을 식민지로 지배했다.

    카리브 해 국가들은 과거 노예로 수탈당한 선조의 유산이 현재의 고통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인구 9만명 중 90%가 흑인인 카리브 해 국가 '앤티가 바부다'의 볼드윈 스펜서 총리는 "우리 국민은 과거 노예제와 식민 통치로 부를 축적하지 못하고 아직도 개발 자원 확보에 분투하고 있다"면서 "노예제도와 인종차별로 인한 손실을 보상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케냐 등 잇단 배상 관철에 고무

    카리브 해 14개국이 배상 요구 행동에 나선 것은 과거 식민지 국가들이 최근 제국주의 국가에 배상 요구를 관철한 것에 크게 고무됐기 때문이다. 지난 6월 영국 정부는 1950년대 케냐의 독립 무장단체인 '마우마우'에 저지른 가혹 행위에 대해 공개 사과하고 피해자 5228명에게 1990만파운드(약 340억원)를 배상하기로 결정했다.

    네덜란드 정부는 지난달 12일 인도네시아에서 저지른 학살 행위에 대해 공식 사과하고 희생자 유족 한 명당 배상금 2만유로(약 2900만원)를 지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카리브 해 국가들은 이번 소송을 영국 런던의 법무법인 '리 데이'에 의뢰했다. 리 데이는 영국 정부가 케냐에 배상하도록 한 판결을 이끌어낸 법률회사다. 리 데이는 카리브 해 국가의 소송을 내년부터 국제사법재판소(ICJ)에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NYT는 전했다. 리 데이의 시니어 파트너인 마틴 데이 변호사는 "카리브 해와 서부 아프리카에서 행해졌던 일(노예무역과 식민 통치)은 매우 지독했다"면서 "ICJ에 소송을 가져가면 승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배상 요구는 케냐 등의 경우와는 다르며, 승소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에서 19세기 흑인 노예들의 후손이 배상을 받으려는 소송이 있었지만 이를 인정한 판결은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피해자가 생존하고 있지 않아 법리 다툼에서 불리하다는 지적도 있다. 윌리엄 헤이그 영국 외무장관은 지난 2007년 "(당시) 노예제를 비난한다"고 하면서도 배상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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